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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출신 대북 전문가, 미 연방검찰에 기소…고가 선물 받으며 한국 정부 대리 혐의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대북 전문가가 미 연방검찰에 기소됐습니다. 고가의 선물 등을 받으며 한국 정부를 대리하면서도 이를 관계 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CIA 출신 대북 전문가, 미 연방검찰에 기소…고가 선물 받으며 한국 정부 대리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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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남부 연방검찰이 16일 수미 테리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을 전격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출신인 테리 연구원은 한국 정부를 대리해 활동하면서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피소됐습니다.

17일 공개된 31페이지 분량의 기소장(indictment)에는 테리 연구원의 위법 사항들이 자세히 기술돼 있습니다.

한국 국정원에 일부 비공개 정보를 전달하고 미국 내 주요 인사들을 연결시켰으며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기고하거나 발언을 했다는 게 골자입니다.

테리 연구원이 이를 대가로 고가의 식사와 명품 핸드백, 의류 등으로 받았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일례로 검찰은 지난 2022년 6월 17일 테리 연구원이 미국 국무장관과 국무부 고위관리, 한반도 문제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비공개 모임에 초대됐을 당시의 상황을 기소장에 적시했습니다.

당시 테리 연구원은 약 1시간 정도 진행된 이날 모임 직후 국정원 관계자의 차에 올랐으며, 이 관계자가 참석자 발언 등이 담긴 자신의 노트를 촬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같은 달 테리 연구원은 국정원 관계자와 미 의회 직원들이 만나는 자리를 주선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 관계자는 자신을 ‘외교관’으로 소개하면서 한국의 정보기관 소속돼 있다는 사실을 숨겼습니다.

그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둔 2016년 12월, 한국 정부 관계자가 차기 고위 국가안보 관리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테리 연구원이 도움을 준 사실이 기소장에 명시됐습니다.

검찰은 이를 테리 연구원이 한국 정부를 대리해 활동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테리 연구원은 한국 정부의 입장이나 정책을 대변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국정원 당국자는 2023년 1월 10일 저녁 식사 자리에서 테리 연구원에게 한국 정부가 전임 정부의 정책에서 벗어나 ‘확장억제를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미 전략 자산의 정례적 배치를 희망하고 있으며,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이 그 대상이라는 내용이 테리 연구원에게 전달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테리 연구원은 같은 달 19일 자 언론 기고문을 통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무기 체계를 한국에 더 많이 순환 배치할 것을 미국에 권고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주목한 또 다른 부분은 테리 연구원의 금품수수 정황입니다.

기소장에는 테리 연구원이 한국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2천845달러짜리 돌체&가바나 코트와 2천950불짜리 보테가 베네타 핸드백, 3천450불에 판매되는 루이비통 핸드백을 선물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기소장에 첨부된 폐쇄회로(CC) TV 화면.
기소장에 첨부된 폐쇄회로(CC) TV 화면.
기소장에 첨부된 폐쇄회로(CC) TV 화면.
기소장에 첨부된 폐쇄회로(CC) TV 화면.

또 국정원 직원이 테리 연구원과 함꼐 이 같은 선물을 구매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 TV 화면도 기소장에 첨부돼 있습니다.

아울러 테리 연구원은 고가의 식당에서 여러 차례 식사를 대접받았으며, 자신이 관리자로 있는 미국의 씽크탱크에 한국 국정원의 자금 3만7천 달러가 기부금 형식으로 유입되도록 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검찰은 이 같은 테리 연구원의 행위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합니다.

1938년 제정된 외국대리인등록법은 정치 활동에 관여하는 외국 주체의 특정 대리인이 해당 주체와의 활동과 지출 내역, 선물 내역, 영수증 등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한국 정부에 대한 대리 활동을 미 법무부에 신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 의회에서 한반도 관련 내용을 증언하면서도 이 같은 사실을 감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과 ‘외국대리인등록법에 따른 신고 의무 미이행’ 등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특히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 혐의에는 테리 연구원이 법을 위반한 구체적인 날짜와 횟수가 기술됐습니다. 이에 따르면 위법 행위는 2014년과 2016년, 2018년, 2019년에 각각 1회씩, 2020년 2회, 2022년과 2023년 각각 3회와 5회씩 이뤄졌습니다.

데미안 윌리엄스 뉴욕남부 연방 지검장은 17일 보도자료에서 “테리는 명품 핸드백과 고가의 식사, 공공 정책 프로그램을 위한 수천 달러의 자금 지원을 대가로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한국 정부에 팔아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윌리엄스 지검장] “Terry allegedly sold out her positions and influence to the South Korean government in return for luxury handbags, expensive meals, and thousands of dollars of funding for her public policy program. The charges brought should send a clear message to those in public policy who may be tempted to sell their expertise to a foreign government to think twice and ensure you are in accordance with the law.”

그러면서 “이번 기소는 자신의 전문성을 외국 정부에 팔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는 공공 정책 당국자들에게 그들이 한 번 더 생각하고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검사 출신인 정홍균 변호사는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각국의 해외 대리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정홍균 변호사] “지하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에이전트들이 앞으로 외국대리인등록법을 무시한 채 신고를 하지 않고 활동을 하면 거기에 쐐기를 박겠다라는 미국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반영하는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 변호사는 현재 적용된 혐의로 볼 때 테리 연구원에겐 최대 5년 형의 징역형이나 1만 달러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면서도 “(테리 연구원 측이) 연방 검찰에 얼마나 많이 협조하는지, 조사 과정에서 미국 수사 기관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지 등에 따라 형량은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VOA는 테리 연구원의 변호인에게 입장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테리 연구원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CIA에서 분석관을 지냈으며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일본·오세아니아 담당 국장과 국가정보위원회(NIC) 동아시아 담당 분석관 등을 역임했습니다.

이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와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으로 활동한 뒤 최근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에 임명됐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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