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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부 “‘더 이’호, 묵호항에서 계속 조사 중...서해에서 불법 환적”


한국 외교부 청사 건물 외경.
한국 외교부 청사 건물 외경.

한국 정부가 지난 3월 나포한 제3국 선박을 묵호항에서 계속 조사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선박이 나포 전 북한 서해에서 불법 환적을 벌인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 “‘더 이’호, 묵호항에서 계속 조사 중...서해에서 불법 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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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국 정부에 의해 나포된 선적 미상 선박 ‘더 이(De Yi)’호가 새로운 정박지로 옮겨져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더 이호가 강원도 묵호항으로 이동한 경위에 대한 VOA의 질의에 “외교부 대변인의 18일 브리핑에서 관련 내용이 언급됐다며 이를 참고해 달라”고 19일 말했습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더 이호에 대한 조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녹취: 임수석 대변인] “해당 선박에 대한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이번 선박의 이동은 안전 등을 감안하여 이루어진 조치입니다.”

앞서 VOA는 18일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를 분석해 더 이호가 부산을 떠나 묵호항의 한 부두에 정박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더 이호의 이동 사유가 대북제재 의혹 해소 때문인지 추가 조사를 위해서인지 불분명했는데,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의문점이 해소된 것입니다

더 이호는 지난 3월 30일 전남 여수항 인근 해상에서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나포돼 줄곧 부산에 머물다가 이달 12일 묵호항으로 위치를 옮겼습니다.

외교부는 공교롭게도 VOA가 관련 내용을 문의한 이날 더 이호와 관련해 취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외교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더 이호의 소유 회사인 홍콩 소재 ‘HK 이린’사와 더 이호와 선박 간 환적을 벌인 북한 선박 덕성호를 대북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올해 3월 21일 북한 서해 석도 인근 해상에서 포착된 선박 간 환적 장면. 더 이호와 덕성호로 추정되는 선박 사이에 바지선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올해 3월 21일 북한 서해 석도 인근 해상에서 포착된 선박 간 환적 장면. 더 이호와 덕성호로 추정되는 선박 사이에 바지선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더 이호와 덕성호가 올해 3월 북한 서해 석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산 석탄을 환적했다는 내용도 이번 보도자료에서 새롭게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이와는 별도로 당시 더 이호와 덕성호의 환적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사진은 지난 3월 27일 석도 최남단에서 서쪽으로 약 6.5km 떨어진 지점에서 촬영됐으며, 더 이호와 덕성호가 해상 크레인을 사이에 두고 바짝 밀착한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서해 석도 인근 해상에서 포착된 선박 간 환적. 선박 2척 사이에 바지선이 낀 형태를 하고 있다. 사진=Planet Labs
서해 석도 인근 해상에서 포착된 선박 간 환적. 선박 2척 사이에 바지선이 낀 형태를 하고 있다. 사진=Planet Labs

석도 해상에서 포착된 환적 정황이 실제로 불법 행위로 드러난 점도 주목됩니다.

앞서 VOA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석도 인근 해상에서 수십 건의 환적 의심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더 이호와 덕성호의 환적이 포착된 올해 3월만 하더라도 인근 해역에선 최소 4건의 환적 장면이 관측됐습니다.

다만 위성사진만으로는 이들이 어떤 나라 선박인지, 또 주고 받는 물품의 종류가 무엇인지 등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한국 정부 발표를 통해 더 이호와 같은 제3국 선박이 석탄과 같은 안보리 금수품을 환적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75호 11조를 통해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선박이 어떤 물품도 건네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이들 선박이 환적을 통해 어떤 물품을 주고받았든 모두 제재 위반입니다. 그러나 더 이호와 덕성호가 실제로 안보리 금수품을 주고 받은 만큼 이들은 최소 2건의 결의를 위반한 셈입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해역에 진입한 제3국 선박을 추적 감시하고 있다가 이후 한국 인근 해상에서 나포한 점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방식으로 대북제재 이행에 나선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닐 와츠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위원.
닐 와츠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위원.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최초 더 이호에 대한 나포 사실이 알려진 지난 4월 VOA에 “한국은 유엔 제재 이행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By doing so, South Korea is also signaling that they are serious about implementing UN sanctions. I think this is particularly significant in the view that or in the light that Russia has pulled the plug on the panel of experts for North Korea. So, in terms of timing, it would send a signal that sanctions are still very much still in force, even though the panel which reports on sanctions and reveals who the perpetrators are of sanctioned circumvention that this is happening.”

이어 “러시아가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활동을 중단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점상 제재 위반 행위를 보고하고 제재 회피의 가해자를 밝혀내는 전문가패널이 처한 상황 속에서도 제재가 여전히 작동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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