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1명이 어제(8일)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넘어 한국에 망명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탈북을 막기 위한 북중 국경 단속을 강화하면서 동해 또는 서해를 통한 한국으로의 직접 망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김환용 기자!
기자) 네 서울입니다.
진행자) 먼저 어제 북한 주민이 한국에 망명한 사건을 정리해주시죠.
기자) 네,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주민 1명이 8일 새벽 남북 중립수역을 넘어 한국의 교동도 인근에 도착한 뒤 한국 측에 망명 의사를 밝혔습니다.
군 관계자는 “북한 주민의 망명 당시 한강하구는 물이 빠진 상태였고, 해당 주민은 걸어서 교동도에 도착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처음에 2개의 점이 식별됐는데, 1명이 망명했다”고 밝혀 당초 북한 주민 2명이 망명을 시도했지만 1명은 넘어오지 못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군은 북한 인원으로 추정되는 미상 인원의 신병을 확보해 관계기관에 인계했으며, 남하 과정과 망명 여부 등에 대해서는 현재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이라며 “현재까지 북한 군의 특이동향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 주민이 한국으로 들어 온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어떤 곳인가요? 또 이 주민이 걸어서 들어왔다고 했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기자)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남북한이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강에 설정한 비무장지대(DMZ)와 같은 완충구역입니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 인근에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 인근까지 만들어진 약 67km 구간으로,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관할하고 있습니다.
지상에는 동서로 238km 뻗은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북 2km씩 비무장지대가 있지만, 한강하구에는 경계선이 없어 중립수역으로 지정한 겁니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폭은 가장 넓은 곳이 10km, 가장 좁은 곳이 900m 정도입니다.
특히 썰물 때는 걸어 다닐 수 있는 정도로 수위가 낮아지는 지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북한 주민이 들어온 교동도는 북한과의 최단 거리가 2.5km에 불과합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지리적으로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썰물 때는 강 바닥이 일부 드러남으로써, 상대적으로 짧은 구간 약 2~3km밖에 안 되는 구간에서 일부 강바닥까지 드러나면서 밀물이나 썰물 때 물살이 센 수역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도강을 할 수 있는 그런 지리적인 점들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죠.”
진행자) 북한 주민이 국경을 넘어 한국으로 직접 망명하는 일이 흔치 않은데요, 이번 망명은 얼마만인가요?
기자) 남북한 접경지역에서 북한 주민이 망명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10월 동해에서 여성 3명과 남성 1명이 소형 목선을 타고 넘어온 이후 10개월 만입니다. 서해로 망명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입니다.
한강을 헤엄쳐 망명한 사례들은 과거에도 여럿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 6월엔 20대 초반 북한 남성이 나뭇가지와 스티로폼 등 부유물을 어깨에 끼고 한강을 헤엄쳐 건너와 한국 측 김포반도 북단 한강하구 지역에서 발견됐습니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자리 잡고 있는 교동도로 탈북민이 망명해 언론에 알려진 사례도 2013년 8월과 2014년 8월, 2015년 9월, 2017년 8월 등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진행자) 북한 주민들의 망명은 주로 중국과의 국경을 넘어 동남아를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엔 오히려 한국으로 직접 오는 경우가 눈에 띄는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중 국경 단속이 엄혹해지고 이 때문에 탈북 브로커 비용도 미화로 수천 달러 하던 게 수만 달러까지 오른데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수년 간 국경이 폐쇄된 상황을 거치면서 중국으로의 신규 탈북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 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민들은 이미 중국으로 탈출해 머물러 있던 이들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서 한국행이 가능해진 덕분에 일부 입국한 사례들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내부 상황에 따라 북한 주민들이 동해나 서해를 통해 한국으로 망명하는 일들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향후엔 북한 내부에서 나올 경우 동해와 서해를 통할 가능성이 높고 동해는 수심이 깊고 항구가 멀어요. 지금 서해는 북한으로서도 막기가 어렵다 왜냐 하면 바로 옆에 농경지도 있고 이제 향후엔 큰 범위에서 보트 피플이 주요한, 왜냐 하면 북한 내부가 지금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푸시 요인이 커요.”
진행자) 남북한은 현재 대북 전단과 오물 풍선 살포, 그리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을 주고 받으며 접경지역 긴장이 높아진 상황 아닙니까. 이번 사건이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요?
기자)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으로선 과거 발생했던 비슷한 루트의 탈북이 또 다시 발생한 데 대해 내부적으로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한국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지 못하게 소음 방송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번 탈북에 확성기 방송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교동도의 경우 북한과의 최단거리가 2.5km지만 한국의 대북 확성기 소리가 미치는 거리는 10km 이상입니다.
특히 서부전선 쪽 지형이 평지이기 때문에 10km를 훨씬 초과하는 지역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주민 망명을 빌미로 한국에 시비를 걸거나 긴장을 고조하는 행동으로 나올 가능성은 적다며, 그러나 내부적으로 탈북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들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대한민국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비를 거는 또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조치보다는 허점이 발견됐다고 생각하고 교동도 등 중립지역 일대에서 탈북을 방지하기 위한 강화 조치 이런 것들을 좀 더 촘촘하게 시도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진행자) 탈북민과 관련해서 한 가지 소식이 더 있군요. 한국 정부가 탈북민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조치에 나섰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김수경 한국 통일부 차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이탈주민 보호와 정착지원협의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서 탈북민 정착을 위해 했던 약속들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10가지 이행 방안을 마련해 제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초기 정착지원금을 대폭 개선한다는 내용인데요.
현재 탈북민 정착기본금인 1천만원, 미화로 약 7천300 달러는 2005년 수준이어서 그 동안의 물가상승 요인 등을 고려해 현실에 맞게 인상한다는 방침입니다. 구체적인 액수는 이번 시행계획에 제시되지 않았지만 최저임금과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탈북민 정착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의 김영희 대외협력부장은 탈북민들이 초기 정착금을 받지만 탈북 브로커 비용에도 턱없이 모자라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대외협력부장] “여기까지 들어오려면 브로커를 끼지 않고 들어올 수가 없어요. 그러니 북한을 떠난 사람이 한국에 입국하려면 당연히 브로커 비용이 들어가니 그건 필수적인 요건이고 그 비용을 어느 정도 감안해줘야 되지 않느냐, 왜, 그걸 안 해주면 초기 정착이 어려우니까요.”
통일부는 또 중국 등 제3국에서 출생한 탈북민 자녀에 대한 교육지원도 제도화할 방침입니다.탈북민 가정 내 자녀 중 제3국 출생의 비율이 71.1%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의 현행법상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지원 근거가 없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법’을 개정해 교육지원 대상에 이들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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