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엘리트층 탈북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당국의 통제 강화로 탈북민 수가 줄었지만 한국 정부는 젊은 층의 탈북 비중 증가 등 새로운 경향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 한국 통일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새로운 탈북 동향을 짚은 통계를 내놨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통일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엘리트 계층의 탈북 사례가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탈북민 관련 법 제정에 따라 1997년 7월부터 탈북민 수를 집계해 왔는데, 이 때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시점인 2011년 12월까지 14년 6개월 동안 탈북한 엘리트층은 모두 54명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김정은 위원장이 본격 집권한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12년 6개월 동안엔 이보다 2.5배 많은 134명의 엘리트층이 탈북했습니다.
한국에선 이들 엘리트층 탈북민들을 ‘단독 보호 탈북민’이라고도 하는데 이들은 관련 법에 따라 ‘국가 안전보장에 현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보호 여부는 국가정보원장이 결정하는데, 주로 북한 노동당이나 정부, 군 등을 포함해 정보기관이나 체제보위기관 출신 인사들이 해당하며, 이들의 가족도 포함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처럼 엘리트층 탈북이 증가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엘리트층이 곧 대체로 기득권층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탈북이 증가하는 이유를 북한체제 내구력이 그만큼 약화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광진 통일인권연구실장은 국가 관료들의 연이은 탈출은 국가와 제도를 버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3대째 권력세습이 이어지면서 북한체제의 모순이 심화되고 이에 따른 피로감이 특권층에게까지 퍼진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특권층을 겨냥한 당근책조차 쓰기 힘들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김정일 시기엔 선물정치라고 해서 김정일이 채찍과 당근을 활용했다면 김정은의 경우엔 채찍에만 의존하거든요, 자원이 제약이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특권층들의 불만이 많다, 군부도 상당히 생활이 어렵다고 그래요.”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본의 아니게 해외 체류가 장기화된 재외공관원과 유학생들의 체제 염증, 외부 세상에 대한 동경, 특히 가족을 동반한 외교관들의 경우 외국 문물에 깊이 젖은 자녀 미래 등이 탈북을 결심하는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한국 정부가 주목하는 또 다른 탈북 경향이 있나요?
기자) 네, 탈북민 가운데 2, 30대 젊은 층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22일 서울에서 가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지난해 탈북민 196명 중 2030세대가 50%가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근 동부전선과 서해 교동도를 통해 한국에 망명한 북한 군인과 주민 또한 모두 20대 남성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장관의 이 발언은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는데요, 특히 젊은 세대들의 정보 접근권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앞으로 젊은 층의 탈북이 한층 늘어날 가능성이 있겠군요?
기자) 네, 그런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인권재단인 휴먼라이츠파운데이션 이성민 한반도 담당 국장은 최근 탈북 경향의 특징 중 하나가 생존에 급급해서 탈출하기 보다는 정보 습득과 준비 과정을 거친 기획성 탈북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국장은 이미 한국에 나와 있는 3만명이 넘는 탈북민들이 북한의 가족들과 자주 연락하면서 한국 내 사정을 자세히 전하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적응이 어려운 고령층에 비해 젊은층이 탈북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민 국장] “한국에 오면 나이가 계신 분들 정착을 굉장히 어려워하시는 분들 많잖아요. 탈북 권유를 안 하는 경우를 좀 많이 봤거든요. 그리고 젊은 경우 예를 들면 사촌이나 젊은 형제나 이런 경우는 많이 권유하는 경우가 있고 다른 하나는 지금 탈북이 굉장히 어려워졌잖아요. 비용도 높아지고. 그래서 탈북을 선택하는 것도 젊은 친구들을 권유하는 그런 추세인 것 같아요.”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탈북한 한 청년의 경우 한국 당국과의 탈북 후 첫 조사에서 북한에서 보다 만 한류 드라마를 마저 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북한의 이른바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판이한, 외국 문화에 매우 민감한 세대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한편 한국 내 탈북민들의 미디어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하던데,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통일연구원 조현정 부연구위원이 최근 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보고서 내용인데요. 탈북민 출신인 조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탈북민들의 북한인권 증진 활동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부연구위원은 특히 탈북민들이 운영하는 유튜브가 2020년 이미 100여 개에 달했고 지금은 더 많을 것이라며, 젊은 탈북민들이 시대 변화에 맞게 북한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현정 부연구위원] “유튜브 확산의 성과는 매우 크다고 보는데 이게 국가기관이나 국제기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권고 등을 할 때 유튜브를 통해서 1차적인 정보를 알고 그 다음에 팩트 체크를 해서 북한 인권 침해와 관련된 어떤 권고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저는 봅니다.”
보고서는 탈북민들이 종합편성채널과 다큐멘터리, 영화, 뮤지컬, 에세이 등 문학작품, 그림,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 창구를 통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현실, 탈북 과정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연 등을 증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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