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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주민 기구, ‘웜비어 길’ 지정 안건 보류…인권단체 “계속 시도할 것”


뉴욕시에 추진되고 있는 오토 웜비어 길. 사진 = 구글 어스
뉴욕시에 추진되고 있는 오토 웜비어 길. 사진 = 구글 어스

뉴욕 맨해튼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앞 도로명을 ‘오토 웜비어의 길’로 지정하자는 청원이 뉴욕시 주민자치 기구의 결정으로 보류됐습니다. 청원을 주도한 북한인권단체는 도로명 변경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뉴욕시 주민 기구, ‘웜비어 길’ 지정 안건 보류…인권단체 “계속 시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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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맨해튼 커뮤니티보드(CB) 6지구 교통위원회는 4일 열린 회의에서 오토 웜비어를 기리는 도로명 지정 안건에 대해 결정을 유보했습니다.

찬반 양쪽의 입장을 취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주민자치 기구인 커뮤니티보드가 시의회에 공식적으로 안건 검토를 제안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웜비어 길 지정 노력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닙니다. 청원자는 여전히 지역 시의원을 설득해 시의회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해당 지역 시의원인 키스 파워스 의원이 과거 웜비어 길 지정에 반대한 이력이 있어, 앞으로의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VOA는 파워스 의원실에 입장을 문의한 상태이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날 회의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송환된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기리기 위해 맨해튼 동쪽 44번가와 2번 대로 남동쪽 코너를 ‘웜비어 길’로 지정하자는 한국 북한인권단체의 청원에 따라 열렸습니다.

해당 지역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위치한 곳입니다.

4일 열린 뉴욕시 맨해튼 커뮤니티보드(CB) 6지구 교통위원회 회의에 뉴코리아여성연합 이소연 대표(오른쪽 위)가 참석했다. 사진 = CB 6 교통위원회 유튜브 캡처
4일 열린 뉴욕시 맨해튼 커뮤니티보드(CB) 6지구 교통위원회 회의에 뉴코리아여성연합 이소연 대표(오른쪽 위)가 참석했다. 사진 = CB 6 교통위원회 유튜브 캡처

청원을 주도한 뉴코리아여성연합 이소연 대표는 회의 종료 후 VOA와의 인터뷰에서 “시의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할 계획”이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지지 서명을 계속 받는 한편, 파워스 의원과의 접촉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이달 말 유엔 본부와 각국 유엔 대표부에 웜비어 길 지지 서한을 보내고, 그 결과를 파워스 의원실에 전달할 계획이라며 관련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이 대표는 탈북 과정을 담은 다큐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에도 출연했으며, 아들은 강제 북송돼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역사를 대동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 대표는 웜비어의 죽음은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회의에 통역사와 함께 참석한 이 대표는 웜비어의 죽음이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웜비어 길 지정을 통해 북한의 끔찍한 인권 유린 행위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통역사를 통해 뉴욕 시민들에게 “웜비어 길 지정 안건의 조속한 통과를 지지해달라”며 “이는 무엇보다도 인권 의식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녹취:이소연 씨 통역] “Esteemed citizens of New York, I urge you to support the swift passage of the Warmbier way for these important reasons. First and foremost, it will significantly raise awareness about human rights…By enacting this bill. New York City will be able to reinforce its commitment to human rights protection and international justice. Additionally, it will serve as a reminder of the tragic story of Otto Warmbier and the atrocities committed by North Korean regime to every American and tourist who passes through this street.”

이어 웜비어 길 지정을 통해 “뉴욕시는 인권 보호와 국제 정의에 대한 헌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거리를 지나는 모든 미국인과 관광객에게 오토 웜비어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북한 정권이 저지른 잔혹 행위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커뮤니티보드의 도로명 지정 요건에 해당되는 웜비어의 ‘인류에 대한 기여’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제이슨 프로이모위츠 위원장은 웜비어 사건과 관련해 “당시의 상황을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며 “웜비어의 가족과 그의 죽음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프로이모위츠 위원장] “While I remember Mr Warmbier's story very well as it was happening, and I sympathize tremendously with his family, his loss…Personally, I'm not sure that we have established the same extraordinary contribution in the service of humanity that we did with Mr. Khashoggi's renaming… I do think they are different. In Mr. Khashogg’s applicant had established his significant contributions in terms of journalistic contributions to humanity, and that he was executed as a result of his journalistic work.”

다만 “개인적으로는 자말 카쇼기 길 명명에서와 같이 인류에 대한 (웜비어의) 특별한 공헌이 입증됐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카쇼기와 웜비어의 경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카쇼기 길의 경우 청원자는 카쇼기가 언론적 측면에서 인류에 상당한 공헌을 했고 언론 활동의 결과로 처형됐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거주자였던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카쇼기는 사우디 정부를 비판했다가 2018년 살해됐습니다.

반면, 일부 위원들은 웜비어가 사회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없었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점을 언급하며, 웜비어 길 지정이 인권 의식을 고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웜비어 길 지정 노력은 2019년 공화당 소속 조셉 보렐리 시의원이 관련 조례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지만 시의회에서는 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오토 웜비어는 2016년 북한 여행 중 평양의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17년 6월 억류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풀려나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엿새 만에 숨졌습니다.

북한은 웜비어의 죽음에 대해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의 건강 악화는 수감과는 관계없는 다른 원인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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