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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핵무기 기하급수적 확대에 한계 ∙∙∙ 러시아 지원이 변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북한 9.9절 기념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북한 9.9절 기념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언한 대로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다만 러시아의 도움을 받는다면 생산 역량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문가들 “북한 핵무기 기하급수적 확대에 한계 ∙∙∙ 러시아 지원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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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사진 = Stimson Center.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사진 = Stimson Center.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10일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기하급수적’이란 말은 다소 극적인 방식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정치적인 용어일 뿐 현실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First of all, exponential here is I think a political term to kind of explaining things in a little bit dramatic way and realities are different.”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핵무기 생산을 늘리려면 먼저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과 같은 핵물질 생산을 늘려야 한다며, 하지만 북한은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의 수와 종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농축 공장의 수와 역량에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영변 경수로를 가동할 경우 이론상 연간 약 15~2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하면서 기존 5MW 원자로보다 3~4배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지만 ‘기하급수적’ 증가는 아니란 설명입니다.

경수로가 완전 가동하는 첫 해엔 플루토늄 생산량 증가로 핵무기 생산도 급증하겠지만 이후엔 플루토늄 생산량이 일정해 핵무기 생산량도 일정하게 늘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또 핵무기 제조에는 다른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You need many other things than just uranium and plutonium you need electronics, you need some other special materials you need high explosives and it takes time to manufacture those a pieces of a nuclear weapon. (중략) So when we look all this together, I would be surprised if they can manufacture more than 10 nuclear weapons per year, maybe 15 if they put all their resources.”

“핵무기 제조에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외에도 전자 부품과 특수 재료, 고폭약 등 다른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어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이 연간 10개 이상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면 놀랄 것”이라며 “모든 자원을 투입한다면 15개까지 제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 자력으론 한계, 러시아 지원 시 가능할 수도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무기를 늘리기 위해서는 (핵무기의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는 수단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면서 “현재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원심분리기 제조 원료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심분리기는 특수한 종류의 강철로 만들어지는데 북한은 이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n order for North Korea to expand its nuclear weapons, it's got to have more means of building highly enriched uranium or plutonium. It now has centrifuges to make highly enriched uranium but it has trouble getting the materials to make centrifuges. It doesn't make the right kind of steel. That's a very specialized kind of steel.”

그러나 영변 경수로가 본격 가동할 경우엔 생산 역량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아주 작은 원자로 외에는 원자로를 가동한 적이 없었지만 최근 1년 정도 경수로를 가동했고, 시간이 지나면 이 원자로에서 플로토늄이 생산될 것”이라며 “이것은 새로운 역량”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또 러시아가 북한을 돕고 있다면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는 더 많은 역량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North Korea hasn't had other than a very small nuclear reactor operating but now just recently in the last year or so they've started their light water reactor and over time that reactor will produced plutonium. So this is something new capability. Plus if the Russians are helping them, they would also have more capability to make the highly enriched uraniu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 정권 수립일(9월 9일 일명 9∙9절)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데 대한 핵무력 건설 정책을 드팀없이(흔들림없이) 관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 위원장이 9∙9절을 즈음해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위대한 우리 국가의 융성번영을 위해 더욱 분투하자’는 제목의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 블록 체계의 무분별한 확장 책동과 그것이 핵에 기반한 군사 블록이라는 성격으로 진화됨에 따라 중대한 위협으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명백한 결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 역량과 그를 국가의 안전권을 보장하는 데 임의의 시각에 옳게 사용할 수 있는 태세가 더 철저하게 완비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불법적인 핵 개발을 미국의 위협 탓으로 돌리면서 언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핵 보유국 지위 인정 받으려는 의도”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VOA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김정은이 미국의 ‘위협’을 자신의 핵 확장 계획의 근거로 든 것은 매우 공허하게 들린다”며 “그는 지난해 9월 연설에서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기하급수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정은의 최근 발언은 어차피 계획했던 일을 하면서 미국을 핑계로 삼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김정은은 수년 동안 미국과 국제사회에 말해왔던 것, 북한은 핵 보유국이며 앞으로도 핵 보유국으로 남을 것이란 것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제재 해제를 원한다”며 “미한 동맹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 끝장내며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자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He’s telling the United States and the international what he has been saying for years: North Korea is and will remain a nuclear power, regardless of what the U.S. and others do. North Korea wants to be accepted as a nuclear power. It wants sanctions to be removed. It seeks to undermine and eventually end the U.S -ROK alliance and get rid of U.S. forces in and around the peninsula.”

“‘핵무기 임의 사용’은 수사적 표현”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수석부차관보.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수석부차관보.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핵 역량을 임의의 시각에 사용할 수 있는 태세’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이는 북한이 몇 년간 사용해 온 수사적 표현”이라며 “대부분의 핵 보유국들이 핵무기를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핵 억제의 일환으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는 언제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어떤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수석 부차관보] “First of all, the idea of 'using nuclear weapons at any time' is, you know, rhetoric that we've seen the North Koreans employing for, you know, a couple of years now it's kind of a standard thing that you know, most nuclear powers say that they're able to do. I mean that's part and parcel of nuclear deterrence in a way you know, one of the ways you'd use nuclear weapons in a deterrent capacity is to say yes, we're ready at any time if we have to do it to use these things.”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사진 제공 = 주한미국대사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사진 제공 = 주한미국대사관.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이날 VOA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김정은의 발언에 대해 “이는 김정은이 그냥 김정은답게 행동하는 것”이라며 “그가 여전히 무대에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상기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I believe this is more KJU just being KJU, trying to remind all of us that he is still on the stage. Bluster - rhetoric - provocation. Boring. As I've said before, the ROK-U.S. combined force must simply be ready for all outcomes.”

김정은이 북핵으로 허세를 부리고 수사를 늘어놓으며 도발하는 ‘지루한’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미한 연합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선 전 핵실험 가능성 적어

한편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사진 = Heritage Foundation.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사진 = Heritage Foundation.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역임한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과 한국은2022년 초부터 북한의 핵실험을 예측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면서 “최근의 (핵실험) 발언들은 시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나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핵실험을 한다면 미국 유권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면서 “미국 유권자들은 북한의 행동보다는 다른 많은 고려사항에 따라 두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무언가를 하더라도 대선 이후에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이 미 대선 전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과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이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밴 디펜 전 국무부 수석 부차관보도 “몇 년간 여러 전문가들이 어떤 사건이 북한의 핵실험을 유발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수석 부차관보] “I think it's important to remember that you know, for years, various experts have been predicting that this event or that event was going to be the event that occasioned the next North Korean nuclear test. And of course that didn't happen. So we just have to recall that, you know, North Korea is technically capable of conducting a nuclear test anytime it wants. And I'm not aware of any information that suggests one way or the other when the next test might be.”

밴 디펜 전 수석 부차관보는 다만 “북한이 기술적으로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면서도 “다음 실험이 언제일지 어떤 식으로든 암시하는 어떤 정보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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