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초대형 탄두를 장착한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신뢰하기 어렵다며, 별다른 기술적 진전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미사일이 한국과 주한미군의 주요 지하 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정확성 확보가 위협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18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지난 7월에 있었던 같은 유형의 미사일 시험과 동일한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적 역량을 선보인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부차관보] “This is the same type of missile that they describe testing in in July. This would be the second reported test or test attempt of this new type missile which actually just seems to be a larger warhead version of the larger version of the KN 23 that was first tested in March of 2021. I don't see a lot of progress quote unquote.”
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신형 고중량 고위력의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지난 7월 1일에 시험발사한 것과 탄두 중량이 동일하고, 비행 사거리도 큰 차이가 없다면서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7월에는 ‘모의탄두’를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실제 탄두를 사용해 폭발 위력을 검증한 것이 유일한 차이점이라면서, 이 역시 검증 차원일 뿐 새로운 기술적 진전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시험은 북한이 지난 2021년 3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초대형 재래식 탄두를 탑재하는 시험을 시작한 이후 지속되고 있는 역량 확보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와 개량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18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19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4.5t급 초대형 상용 탄두 즉, 재래식 탄두가 장착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중등사거리 320km의 목표명중 정확도와 초대형 탄두 폭발위력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습니다.
이번 미사일의 시험발사는 지난 7월 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첫 시험발사 당시 미사일 총국은 성공을 주장하면서, 7월 중 중등사거리 비행특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시험발사에 나서겠다고 했는데, 당초 예고보다 지연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일방적 주장, ‘입증·신뢰’ 어려워”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사진 몇 장만으로 외부에서 시험 성공을 검증하고 기술적 역량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북한의 일방적 성공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지금껏 자신들의 발사가 성공했다고 주장해온 것과 달리 실제로는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부차관보] “I mean the problem with this North Korean missile stuff is that the only information you have to go on by and large is what the North Koreans themselves claim and the pictures and the videos that they show you know but either way. So one possibility is the first launch failed and so the purpose of the second launch is to validate the heavier warhead. Another possibility is, hey, they said in July they were going to conduct a medium range test and this test is to verify the performance of the missile at quote medium range as opposed to supposedly the maximum range that they claimed it did in July. It may just mean that, you know, this is another part of the development programs.”
북한은 2021년 3월 발사 당시 2.5t의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고, 지난 7월부터 4.5t의 대형 탄두를 장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7월 시험에 실패해 이번에 다시 고중량 검증 시험을 실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북한이 지난 7월 발사에서 600km가 넘는 최대 사거리 비행 검증에는 성공했지만, 200km 정도의 중거리 비행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에 300km 정도의 사거리에서 성능을 검증하려 했을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사거리 300km는 북한이 접경지역에서 한국의 서울과 대전, 대구, 광주까지 도달할 수 있어 이들 도시가 모두 미사일 타격 범위에 포함됩니다.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사일 시험 성공과 역량 검증은 단순히 ‘발사-비행-탄착-성공’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발사 전 과정에서 고려해야할 매우 많은 제반 사항들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Since several missiles went to that distance what we don't know is was there one launcher used or was there 6 launchers used. We don't know the magnitude of the test and because I haven't seen any indication of how many missiles were actually launched. We don't know whether this was the case of them launching a bunch of missiles to make sure at least some flew and others would fail. So we don't know how reliable this missile is based upon the information we've been given so far it may well be that they tried to launch a dozen missiles and only four of them flew.”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목표 사거리에 도달한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몇 대의 발사대를 사용해 실제 몇 발을 발사했는지 실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일부는 성공적으로 비행하고 나머지는 실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이 미사일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중량 탄두 개발, 미한 ‘지하 시설’ 타격용”
전문가들은 북한이 탄두 중량을 높여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려는 이유에 주목하면서, 한국 내 미한 주요 지하 시설물을 관통 타격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를 염두에 두고 재래식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사일의 탑재 중량을 증가시키면 더 큰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면서, 벙커버스터는 일반적으로 고중량에 대형 탄두를 장착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If you increase the throw weight of the missile itself then you can put on larger warheads. Bunker busters are generally large and heavy. I mean doing a detonation through a target is directly relevant to kind of practicing your tactics, techniques and procedures for a detonation. And so North Korea is building nuclear capable missiles and they're putting an emphasis on larger cargo capacity.”
이어 한국 내 미국 자산 등의 지하 목표물을 관통해 폭발하는 벙커버스터의 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발 및 시험을 하고 있을 수 있다면서 “북한이 고중량 탄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벙커버스터는 지하에 구축된 군사 기지나 핵 시설, 지휘 통제 시설 등을 타격하기 위해 설계된 특수 폭탄으로, 단단한 표면을 뚫고 들어가 터지도록 설계됐으며, 이를 위해 보통 2t~13t 정도의 고중량 폭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탄두가 크면 지하 목표물이나 다른 단단한 목표물을 공격해 피해를 입힐 수 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확해야 한다”면서 미사일의 ‘비행 정확도’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A large warhead would give it the ability to attack underground targets or other hardened targets and damage them but it has to be very accurate for that to work. If the missiles don't regularly land within, you know, a few meters of the target, that doesn't do them any good. And like I say, we don't have much evidence at this stage that they can really do that.”
특정 목표를 정밀 타격하는 벙커버스터의 특성상 “미사일이 목표물에서 몇 미터 이내에 지속적으로 탄착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북한이 그 같은 정확도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는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그 같은 정확도를 확보한다면 한국과 주한미군에게는 분명한 위협 증가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례적 ‘내륙 발사’…정확도 향상 의도”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번 시험발사에서 이례적으로 미사일을 바다가 아닌 내륙에 떨어지도록 한 것도 바로 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t's a matter of testing the accuracy. If you fire a missile into the ocean, it's difficult to determine whether or not the missile hit the intended target, especially if the missile's guidance system is doing some kind of terrain matching in order to be accurate. So the firing it to a land location suggests that they're really trying to evaluate the accuracy of the missiles and see if they've really got the capability that they're claiming they do.
미사일을 바다를 향해 발사할 경우 의도한 목표물에 명중했는지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우며, 특히 미사일 유도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형대조항법’을 수행하는 경우 더욱 그렇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내륙을 향해 발사한 것은 실제로 미사일의 정확도를 평가하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능력을 제대로 갖췄는지를 확인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핵·재래식 미사일 동시 개발로 선택 폭 확대 노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이미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위한 핵탄두 소형화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중량을 높인 재래식 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려는 이유는 ‘핵과 재래식 전력의 동반 강화’라는 전략적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도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부차관보] “You know, everybody focuses on these missiles being nuclear weapons delivery systems.
But these missiles have very important conventional warfighting missions for the North Koreans. You know, North Koreans basically don't have an air force that they can count on. So ballistic missiles for the North Koreans fill a lot of the roles that an air force would fill for a country that had a decent air force they fill roles of essentially very long range artillery.”
반 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모두가 북한이 개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핵무기 운반 체계’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 미사일들은 본래 북한에게 매우 중요한 재래식 전쟁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믿을 만한 공군 전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탄도미사일은 다른 나라에서 공군이나 장거리 포병 부대가 수행하는 역할을 북한에게 제공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자신들의 억제력 확보를 위해 핵무기와 운반 체계를 개발하면서도, 동시에 한국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군사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재래식 전력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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