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되면 고문과 투옥, 심지어 처형 등 가혹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며 중단을 호소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집회 참가자들] “Xi jin ping, stop killing North Korean! China, stop repatriation!”
“시진핑, 북한 주민 살해를 중단하라! 중국, 강제 북송을 중단하라!”
24일 미국 워싱턴 D.C.의 중국 대사관 앞.
북한인권단체 연합인 북한자유연합 회원들이 중국 정부에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문구가 쓰인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의장은 이 자리에서 시 주석에게 전달하는 호소문을 펼쳐 보이며 “우리는 중국이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이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뿐 아니라 고문방지협약에도 가입한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탈북민을 강제 북송하는 것은 “이 두 협약을 모두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숄티 의장] “We're just asking China to uphold international law. The conventions are a signatory to include the Refugee Convention but also the Convention on Torture. So those are the two treaties that China is violating because of this.”
북한자유연합은 중국이 1982년에 유엔난민협약에 서명한 9월24일을 ‘탈북 난민 구출의 날’로 지정했고, 2009부터 전 세계 중국 외교 공관 앞에서 강제북송 반대 시위와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20개국 49개 도시서 집회 개최
올해는 미국 워싱턴 D.C.를 비롯해 한국 서울과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인도 등 20개국 49개 도시에서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워싱턴 집회에 참석한 이중인 선교사는 이 같은 호소가 중국 정부에 전달돼 탈북민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전 세계가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이 선교사] “이러한 일들이 지금 20개국 그리고 49개 도시에서 동일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중국이 전 세계적인 이러한 여론을 잘 새겨듣고 그리고 우리 북한 동포들만 본인들 원하는 난민들이 되지 못하고 자유를 찾지 못하고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서 정말 정치범 수용소와 지옥 같은 고문을 당하는 일들이 멈춰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이들은 시 주석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탈북민들에게 안전한 통로를 허용하고, 단순히 한국으로 도망치려 했다는 이유로 고문과 투옥, 심지어 처형에 직면하게 될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호소문] “We appeal to you as China’s leader: please allow safe passage to these North Korean refugees and stop returning them to North Korea to face certain torture and imprisonment and even execution for simply trying to flee to South Korea.”
이들은 또 탈북민들은 전 세계의 다른 난민들과 달리 한국 헌법에 따라 바로 한국에 정착할 수 있다면서 탈북민들이 한국을 비롯해 그들을 기꺼이 받아줄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날 집회에는 탈북 후 중국에서 3년간 고초를 겪다가 지난 2009년 미국에 정착한 탈북 난민 저스틴 서 씨도 참석했습니다.
서 씨는 중국대사관을 향해 “당신 가족이 노예로 팔려가고, 당신의 어머니와 딸과 아내가 성매매에 팔려간다고 생각해 보라”며 “좋은 일이라고 말할 건가, 아니면 악마 같은 일이라고 말할 건가” 반문했습니다.
[녹취: 서 씨] “Slavery your family members and sex trafficking your mother, your daughter, your wives. Are you going to say it's a good thing or are you going to say that's evil?”
집회에 참가한 김재익 목사는 현대판 홀로코스트인 참혹한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전 세계가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김재익 목사] “600만 명의 유태인들이 죽었던 것처럼 오늘날 현대의 홀로코스트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북한이 인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존중을 받기 위해서 참혹하고 많이 죽어가고 굶어죽고 하는 이 일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목소리를 내서 이런 홀로코스트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다 같이 이 일에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억류 중인 탈북민 신상 공개
한편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중국 공안에 붙잡혀 이미 강제 북송됐거나 아직 중국에 억류 중인 탈북민들의 사진과 신상 정보를 공개하며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숄티 의장은 “김선향 씨는 양강도 출신으로 탈북했다가 지난해 4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현재 중국에 억류 중으로 강제 북송될 위기에 처했다”며 “중국에 4세와 6세의 아들이 있는 만큼 중국 정부는 이들의 강제 북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숄티 의장은 이날 집회 뒤 의회 내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의 탈북민들의 상황에 관한 브리핑에 참석한다고 말했습니다.
숄티 의장은 “(탈북민 문제에 관해) 깊은 우려가 있으며, 미국 의회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 문제에 대해 완전히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민주당과 공화당은 중국이 저지르고 있는 일이 극악한 행동이라는 점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숄티 의장] “There's deep, deep concern and the United States Congress and the Democrats and the Republicans are totally in one voice on this. The Democrats and the Republicans in our country are united in their opinion that what China is doing is a heinous action and that's the reason for the briefing this afternoon.”
미국 의회 내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최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내 탈북 난민과 강제 북송 탈북민들의 인권 실태가 매우 열악하다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또 미 의회가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었습니다.
한편 중국 정부는 탈북민은 난민이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23일 VOA에 보낸 이날 집회 관련 서면 답변에서 “중국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의정서의 당사국으로서 항상 국제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왔으며, 난민 문제에 있어서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국제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경제적인 이유로 불법적으로 중국에 입국한 사람들은 난민이 아니다”라며 “중국 정부는 중국 법률과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탈북민의 불법 입국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왔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