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원 달러 환율이 역대급 수준으로 오르고 식량 가격도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주민들의 생활고가 한층 깊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 내 원·달러 시장 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요?
기자) 네,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의 북한 시장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평양 내 원·달러 시장 환율은 1달러에 북한 돈 1만 6천100원을, 신의주는 1만 6천200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일 기준으론 평양은 1만 6천500원, 신의주는 1만 6천700원까지 올랐습니다.
평양의 시장 환율은 보름 넘게 1만 6천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 1월과 비교하면 환율이 94% 정도 오른 수준입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연구소장은 중국과의 국경 도시인 혜산에선 한 때 달러당 1만 8천원 거래설까지 돌았다며 현재 북한의 환율은 역대급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원·위안 환율도 15일 기준 평양에서 1천900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올 초보다 52% 오른 수치입니다.
진행자) 환율이 이렇게 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북한 원·달러 환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발발 이전엔 8천 원대를 유지하다가 국경 봉쇄로 무역이 통제되고 외화 수요가 감소하면서 2021년 말 4천 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건 국경 봉쇄가 풀리고 난 이후였습니다.
지난 5월 말 9천원대 초반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한 달여 만에 50%가량 급등해 1만 4천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국경 봉쇄 기간 동안 북한 경제는 세계 경제와 연동되지 않다가 국경이 풀리고 무역이 재개되면서 신종 코로나 기간 중 취약해진 북한 경제의 실상이 환율 급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코로나 시기에 북한 경제가 악화됐다는 게 입증되는 게 국경을 개방하고 나서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경제와 연동이 되니까 북한 경제가 세계 경제와 비교 평가가 되는 거죠. 환율이 높다는 얘기는 북한 경제 상황이 나쁘다는 것 그리고 코로나 시기 중에 내구력이, 기초체력이 현저하게 약화되는 거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전문가들은 국제사회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북한이 광물이나 수산물 등 핵심 품목의 수출길이 막혀 무역적자가 누적돼 외화 부족이 심화된 상황에서 무역 봉쇄가 풀리면서 달러 수요가 커진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환율 상승세가 이렇게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는 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환율이 급등한 상태에서 북한 당국이 원료와 자재, 기계장비 등 대규모 수입을 수반하는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추진하면서 달러 수요가 한층 커진 점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 당국이 그나마 보유하고 있는 달러 등 외환을 지방발전 정책 등이 제시한 대규모 건설사업에 쓰기 위해 풀지 않고 환율 상승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이 대규모 건설을 하고 있고 특히 건설의 핵심이 지방발전 계획을 수행하기 위한 보다 현대화된 공장 건설을 지금 하고 있는데 북한이 의도적으로 지방발전 계획과 같은 특정 건설사업을 위해 달러 사용을 유보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판단도 해요.”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는 북중 관계 악화도 고환율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충희 소장은 중국 측 교역업체들이나 기관들이 자국 당국의 지시를 받고 북한과의 신용거래를 축소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북한 측 무역기관들이 외화를 더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이전엔 중국이 신뢰가 있는 기관이나 회사인 경우에는 설탕 같은 것 100t, 1천t 먼저 주고 팔아서 돈 갚아라 이랬거든요. 선결제로 5%나 10% 정도만 넣어주고 나머지는 현장에 쏴 주고 그런데 지금은 진짜 신뢰가 있고 괜찮게 해주는 기관이라야 30%는 돈을 내라고 한다고 하거든요.”
진행자) 김 기자, 환율 말고 쌀 등 식량 가격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평양 내 시장의 쌀 가격은 1kg에 6천300원을, 신의주와 혜산은 각각 6천400원, 6천58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예년 9월 중순 경 쌀값과 비교하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전해졌습니다.
옥수수도 kg당 3천200~3천300원 수준으로 이달 초보다 6~7% 상승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식량 가격도 역대급 수준이라면 고환율 현상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식량난은 그대로이지만 식량가 고공행진이 가격이 오른 만큼 공급이 더 나빠져서라기 보다는 북한 내 가격 기준이 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환율 급등에 따른 일부 착시 현상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북한 주요 식량의 가격을 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오른 게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고환율로 수입해 들여온 식량 또한 가격 상승 요인이고 또 유례없이 높은 환율로 식량 수입이 감소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조한범 박사는 그러나 북한 당국이 민간의 달러 사용을 통제하고 시장의 달러를 중앙이 흡수하는 이른바 달러라이제이션을 저지하는 정책을 펴면서 주민들의 달러 보유가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식량가 급등은 민생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압록강 유역 대규모 수해도 유통망을 일부 마비시키면서 식량 공급에 차질을 빚는 요인이 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이런 가운데 북한은 한국 측의 수해물자 지원 의사에 여전히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에 수해물자 지원을 추진하는 한국 내 민간단체들이 정부로부터 허용받은 대북 접촉 기간이 오는 주말 대부분 종료되는데 북한은 이들 단체의 접촉 시도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북한 주민 접촉 신고 수리 현황을 보면, 수해 지원을 위해 대북 접촉 승인을 받은 민간단체 10곳 중에서 9곳의 접촉 기간이 오는 29일로 끝납니다.
통일부는 지난 7월 말 발생한 북한의 수해 복구 지원을 위해 북한과 접촉하겠다는 민간단체 10곳의 신고를 수리하면서 1개월의 접촉 기간을 부여했습니다.
접촉 기간 만료가 임박했지만 북한 측으로부터 이렇다 할 반응을 받은 단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또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한국 정부의 수해물자 지원 제의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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