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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한반도 두 국가론’에 “핵 가진 북한과 평화 공존 불가”


지난 19일 열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두 국가론’ 을 제기한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 (자료사진)
지난 19일 열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두 국가론’ 을 제기한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 (자료사진)

미국 전문가들은 전 한국 대통령 비서실장의 남북한 ‘두 국가론’에 대해 핵을 보유하고 한국을 주적으로 지목한 북한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분단 현실을 받아들인 인식이라는 반응도 나온 가운데 전직 관리들은 미국이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문가들, ‘한반도 두 국가론’에 “핵 가진 북한과 평화 공존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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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임종석 전 한국 대통령 비서실장이 ‘통일, 하지 맙시다’라며 ‘두 국가’ 현실을 수용하자고 한데 대해 “이 발언의 문제는 북한과 평화롭게 사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Kim Jong Un was not saying his regime would live in peace with the Republic of Korea. Quite the contrary, he was stating that South Korea was no longer an acceptable dialog partner, but rather that South Korea was the North's principal enemy. And as such, Kim Jong Un called for the eventual occupation of the South and for the violent inclusion of the South into a DPRK led nation.”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26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김정은은 한국과 평화롭게 살겠다고 하지 않았다”며 “김정은은 궁극적으로 북한 주도의 국가에 한국을 폭력적으로 흡수 통일할 것임을 밝혔다”고 덧붙였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임 전 실장이 “북한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북한의 손을 들어주는 접근법을 지지하고 있다는 비난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며 “이는 정말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핵 보유국과 비핵국, 평화 공존은 ‘모순’”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사진 = Brookings Institution.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사진 = Brookings Institution.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도 2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평화는 없다”며 “핵 보유국과 평화적 공존을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I don't think you have peace while North Korea still has nuclearization. So if you mean peaceful coexistence with a nuclear state, then that's a contradiction. Because South Korea does not have nuclear weapons right now, it's just North Korea, so they would have to denuclearize. Then you could have peace, and then you can move towards unification.”

“한국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고, 북한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 해야 평화를 이룰 수 있고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 석좌는 이어 “한국 헌법에 통일이 명시돼 있는 상황에서 통일을 포기하자는 것은 ‘위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지난 19일 열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며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이후의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에게 맡기자”고 말했습니다.

또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고위 관리들 등 정치권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고 규정하고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 자신 없어서 통일 포기”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통일 정책이 평화를 훼손한다거나, 평화를 추구하려면 통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인위적인 구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최근 ‘두개의 국가’를 주장하는 것은 한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인권을 존중하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은 현 북한 체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North Korea is threatened by the prospects of unification, because unification, under Seoul's lead as a liberal democracy, free market economy, human rights, respecting responsible member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s a direct threat to the current North Korean system and their fear of their renunciation as a goal is driven in large part because of that sense that they have. You know, they cannot compete in terms of political, economic or even cultural or social values with South Korea.”

이어 “(북한이) 통일을 목표로 포기하는 것은 상당 부분 그런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며 “정치, 경제, 심지어 문화,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도 한국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북 억지력 유지해야… ‘영구 분단’ 분쟁 가능성 높여”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는 자신이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임 전 실장은 “진보 진영에서 통일을 열정적으로 옹호하는 사람”이라며 “목표를 통일이 아닌 공존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교수는 26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통일을 장기적 목표로 유지할 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남북한 간 적대감이 심화되고, 최소한의 교류가 붕괴되는 것에 대한 그의 반응이라고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한 동맹의 대북 억지력은 유지돼야 한다고 스나이더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교수] “We’ve strengthened extended deterrence on the part of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to basically, warn North Koreans at any use, or even the threat of the use of nuclear weapons is going to be met with the equivalent response. And I think that sort of balance of deterrence still is functional, and it does depend upon South Korea showing it has the capability largely to defend itself, particularly against conventional attack by North Korea.”

스나이더 교수는 “미국과 한국은 확장억제를 강화했고,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위협하기만 해도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억지력의 균형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며, 특히 한국이 북한의 재래식 공격에 대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교수는 또 “영구 분단이 평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로 관여하지 않는 적대적인 두 국가가 있으면 분쟁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두 국가론’, 분단 현실 인정한 것”

그레그 브레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
그레그 브레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

그레그 브레진스키 조지워싱턴대 역사학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남북한을 서로 다른 두 국가를 보고 있고,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기를 희망하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레진스키 교수] “They're just an attempt to acknowledge the reality that exists on the ground and look at the possibility of okay, if, if the two Koreas deal with each other and on a state to state basis, and put aside the idea of reunifying will that actually make the situation better in certain ways.”

“그저 현실을 인정하고 남북이 국가 대 국가로 서로를 대하고, 통일에 대한 생각을 제쳐 두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든 상황이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보려는 시도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어 “단기적으로 두 개의 코리아라는 현실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장기적으로 통일의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남북한이 서로의 주권을 인정하고 위협 수준을 낮추는 평화적이고 개선된 관계의 모델을 제시한다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큰 영향 없어”

한편 전문가들은 설령 한국이 북한과 통일을 포기하고 ‘두 국가론’을 추구한다고 해도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두 개의 코리아가 존재하는 상황으로 인해 (북한 비핵화 목표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I wouldn't think that a two Korea situation would be fundamentally different in that regard. We still would have the reality of a peninsula with two Koreas on it, whether unification has been renounced as a goal or remains as a goal, and one side breaking international norms and standards and pursuing a nuclear weapons capability to coerce and dominate the other.”

“통일을 포기했든 아니면 여전히 목표로 남아있든 간에 한반도에 두 개의 코리아가 존재하는 현실은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또 “한 쪽이 국제 규범과 기준을 깨고 상대방을 강압하고 지배하기 위해 핵무기 능력을 추구하고 있는 현실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 석좌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Even if South Korea abandons unification, if North Korea decides to attack South Korea, the US is obligated to defend South Korea. So the defense commitment itself, I think, would stay, would remain intact.”

“한국이 북한과의 통일을 포기하더라도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은 한국을 방어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 석좌는 다만 한국이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존하자고 하면 “미국과 정책적 단절이 생길 수 있지만, 한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전직 고위 관리들은 특히 미국이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전쟁에서 미군 병사, 수병, 해병대원 수 만명이 사망했다”며 “전투의 절반은 한반도 통일을 위해 비무장지대 안이나 한반도 북쪽에서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10s of 1000s of American soldiers, sailors, and marines died in the Korean War. Half of that war took place on or north of the DMZ in an effort to reunify the Korean Peninsula, that is a demonstration of the commitment that the United States made and the determination that the United States had to support the Republic of Korea's effort to reunify the Korean peninsula. That determination is still there. That commitment is still there. The notion that a United States government would oppose or dislike or find inconvenient the Korean people's unification of their nation, particularly as a democratic market economy aligned with the United States, aligned with the Western liberal democracies and free country? That's been the US goal for many years.”

그러면서 “이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한국의 노력을 지원하는 미국의 약속과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고, 그런 결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도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통일을 향한 동력이 생긴다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개선하고 수년 동안 전체주의 독재 정권 하에서 겪었던 고통에서 해방시키려는 동력이 생긴다면, 미국이 통일을 막거나 실패한 북한 정권을 지지하려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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