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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셰퍼 전 주북 독일대사] “북한, 국경 개방 필요성 인식… 북러 협력에 한계 ”


토마스 셰퍼 전 북한 주재 독일 대사
토마스 셰퍼 전 북한 주재 독일 대사

토마스 셰퍼 전 주북 독일 대사는 최근 북한이스웨덴 외교관들의 복귀를 허용한 것과 관련해 북한 내에서 국경 개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두 차례 주북 대사를 역임한 셰퍼 전 대사는 2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점진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협력에 대해서는 외부 사상 유입을 두려워하는 북한 정부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007년부터 2010년, 또 2013년에서 2018년까지 북한에 주재한 셰퍼 전 대사를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최근 4년여 만에 스웨덴 외교단이 서방 국가로는 처음 평양에 복귀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셰퍼 전 대사) 북한의 점진적인 (국경) 개방은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웨덴을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허용한 것은 이해할 만한 결정입니다. 스웨덴은 1970년대 중반부터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으며 가장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 온 서방 국가이기 때문이죠. 또한 스웨덴은 미국과 북한 간의 영사 지원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스웨덴 외교관의 복귀를 허용한 것은 좋은 선택이자 논리적인 결정입니다.

기자) 북한은 왜 이 시점에 서방국 외교단의 복귀를 허용했을까요?

셰퍼 전 대사) 북한은 중국, 러시아, 쿠바, 그리고 니카라과와 같이 북한과 생각이 비슷한 국가들의 대사관은 국경을 폐쇄하고도 운영을 유지하거나 먼저 재개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스웨덴을 받아들인 건 아마도 북한 내에서도 이제 국경 개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그 부분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서방 외교관 복귀 과정은 지금까지 매우 오래 걸렸고 여전히 느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단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평양에 있는 공관을 장기간 비워두면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또한 복귀 후 공관 운영 정상화를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셰퍼 전 대사) 스웨덴 대사관은 독일 대사관 단지 안에 있습니다. 그곳에는 독일 대사관, 영국 대사관, 프랑스 협력 사무소와 함께 (외교관들의) 아파트 건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건물들은 몇 년 동안 닫혀 있었고, 따라서 아마도 많은 수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정원도 관리되지 않았습니다. 보안, 특히 통신 보안도 다시 설치해야 합니다.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겁니다. 또한 복귀 후에는 영구적인 (북한 측과의) 교류를 위한 여러 방식으로의 접촉이 이뤄져야 할 겁니다.

기자) 주북 독일대사관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임시 폐쇄됐습니다. 그동안 북한에서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셰퍼 전 대사) 독일은 2001년 북한에 대한 햇볕 정책을 택한 당시 (김대중) 한국 대통령의 요청으로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했습니다. 이후 독일은 북한의 정권 및 사회와 관여하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은 북한에서 가장 폭넓은 활동을 하는 유럽 국가일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국경 봉쇄 이후, 지난 2월 서방 국가로는 처음으로 독일 외교단이 방북했습니다. 당시 독일 외무부는 그동안 비워둔 주북 독일 대사관 부지를 돌아보고 왔다고 밝혔는데, 독일은 언제쯤 평양에 복귀할 수 있을까요?

셰퍼 전 대사) 시점은 잘 알지 못합니다. 독일 외무부는 아직 어떠한 결정도 내린 것 같지 않습니다. 독일 외무부는 단순히 (평양에 있는) 대사관 단지가 어떤 상태인지, 또 외교관들이 돌아갈 기본 조건이 어떤지 알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영구적인 복귀에 대한 결정은 내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대사관 운영 재개가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는 또한 복잡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방법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어, 베이징에 있는 대사관에 누군가를 보내고, 그 사람이 정기적으로 평양에 가서 대화를 나눈 후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오는 방식입니다. 다만 제가 이해하기로 독일 외무부는 아직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기자) 현재 외교관뿐만 아니라 유엔기구, NGO 직원들도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셰퍼 전 대사) 북한에 외국인이 상주해야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북한에 일정하게 상주하면서 북한 사람들, 특히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해야 합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북한 정치에 대한 이해가 최근 몇 년 사이 상당히 악화했다는 것이고요. 유엔 기구와 NGO 직원이 북한을 떠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도 부족해졌습니다.

기자) 지난 4월에는 베를린에 있는 북한대사관에서 태양절 리셉션이 열렸습니다. 코로나 이후 5년 만이었는데요. 북한 측은 이 행사에서 특히 푸틴과 김정은의 정상회담, 열병식 사진들을 전시했습니다. 북한이 뭘 선전하려 했다고 보십니까?

셰퍼 전 대사) 현재 북한은 한반도에서 긴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는 꽤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한의 계산법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수록 나중에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북한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는 정상회담을 열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맺는 등 다방면에서의 관계를 심화하고 있습니다. 북러 관계 확장이 어디까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셰퍼 전 대사) 현재 북한이 글로벌 상황, 특히 미국이 중동과 유럽, 우크라이나에서 겪고 있는 문제를 악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현재의 정치적 조건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러 협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믿는데요. 북한 지도부의 주요 두려움 중 하나는 외국 사상에 대한 유입입니다. 이들은 이러한 사상이 정권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며 두려워하죠. 따라서 평양이 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제공하며 군사 협력은 할지라도, 원칙적으로 외국인이 평양이나 다른 지역에 많이 존재하게 되는 투자나 무역은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북한 주민과 외국인 간의 교류를 두려워하니까요.

기자) 북한이 코로나 이후 스페인, 홍콩, 앙골라 등 10개 가까운 해외공관을 철수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셰퍼 전 대사) 한 가지는 아마도 경제적인 이유일 것입니다. 대사관을 유지하는 것은 복잡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운영) 자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다수의 대사관 폐쇄를 통해 아마도 북한이 경제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제가 앞서 말씀드린 “정신적 오염”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수년 동안 상당수의 북한 외교관이 탈북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고요. 특히 김정은이 2012년 권력을 잡은 이후 북한 내 엘리트에 대한 내부 압박이 증가했습니다. 엘리트층의 탈북이 증가했다는 것은 내부에서 그들의 받는 압력이 늘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기자) 최근 독일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북한인권행사가 해킹 공격으로 취소됐습니다. 주최 측은 북한의 소행으로 본다고 밝혔고요. 사실이라면 국제사회의 인권 지적에 북한이 그만큼 민감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인데, 혹시 북한에 계실 때 개인적으로라도 북한 측과 인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있으신가요?

셰퍼 전 대사) 북한 인권에 관한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었고, 저도 그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취소되었습니다. 해커의 공격 때문이었는데, 그것이 북한에서 비롯된 것인지 여부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북한은 항상 인권 언급에 대해 매우 강하게 반응해 왔습니다. 저는 인권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대화를 시작하는 전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지만,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식의 접근은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지난 2007년부터 2010년, 또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이렇게 두 차례 주북 대사로 역임했습니다. 무엇이 달랐습니까?

셰퍼 대사) 2013년에 시작된 두 번째 임기는 첫 번째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특히 2007년 초에는 북한 기관, 당과의 협력에 비교적 여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에서는 분위기가 변화했습니다. 김정은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경직된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2012년 채택된 병진 노선은 외부에서 볼 때는 선군 정치 정책이 완화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제 발전에 해를 끼칠 정도로 이전보다 더 많은 예산이 군대에 지출되는 것을 의미했죠. 군사 우선 정책이 강화된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같은 외국인들은 더 복잡하고 답답한 환경 속에 있었습니다. 따라서 주북 대사로의 제 두 번째 임기는 더 어려웠고, 선택의 폭도 좁았으며 정치적으로도 덜 성공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토머스 셰퍼 전 북한 주재 독일대사로부터 4년여 만에 서방 국가로는 처음 이뤄진 스웨덴 외교단의 북한 복귀와 관련한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이 인터뷰는 길이와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일부 내용을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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