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한국의 ‘국군의 날’ 이튿날인 오늘(2일) 또 다시 쓰레기 풍선을 날려보냈습니다. 자신들을 비난하는 한국 측의 행동이나 메시지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쓰레기 풍선 도발을 일상화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또다시 쓰레기 풍선을 한국 측에 살포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풍선 약 150개를 띄웠고 오후 3시 현재 경기도와 서울 지역에서 낙하물 60여 개가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내용물은 종이류와 비닐, 플라스틱병 등 생활쓰레기이며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질은 없었습니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부양은 지난달 22일 이후 열흘 만입니다.
북한은 지난 5월 말부터 이번까지 모두 23차례에 걸쳐 한국 쪽으로 오물과 쓰레기 등을 실은 풍선을 5천600개 이상 날려 보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이번 풍선 도발은 어떤 이유로 이뤄진 걸까요?
기자) 북한은 최근 들어 한국 측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과 상관없이 쓰레기 풍선을 살포해왔습니다.
또 민간단체들은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풍향이 맞지 않아 대북 전단을 보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1일 있었던 한국의 ‘국군의 날’ 행사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쓰레기 풍선을 살포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대한민국 국군의 위용을 보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거에요. 어떻게든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고요. 일단은 쓰레기 풍선을 날리는 것으로 반응을 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을 자극하고 피곤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들어서 결국은 대한민국 대북정책을 중단하고 방향을 돌리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국군의 날 행사에서 북한 지휘부를 공격할 수 있는 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5’를 처음 공개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하면 정권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김 기자가 언급한 것처럼 한반도는 가을과 겨울엔 북풍이 주로 불기 때문에 한국이 북한에 전단을 보내기 어려운 계절 아닙니까? 그런데도 북한이 풍선 도발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국 군이 전방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면서 당초 대북 전단으로 촉발된 남북한 간 갈등이 냉전기를 방불케 하는 일상적인 심리전 양상으로 변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이 한국 측의 확성기 방송 중단을 노리고 앞으로도 계속 풍선 도발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문성묵 센터장은 북한의 풍선 도발이 대북 전단 등에 맞서는 차원을 넘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한국 내 여론을 부추겨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한국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한 북한이 이번 심리전 국면에서 한국에 대해 일종의 무시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물 풍선 도발에 열을 올렸던 지난 오뉴월엔 한국 측에 경고 담화 등을 병행했는데 이젠 북한을 겨냥한 한국 측의 언행에 말대꾸도 없이 쓰레기 풍선을 보내 한국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파고들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홍민 박사] “상대에 대한 무시전략인데, 일일이 말로써 대응해준다는 자체만으로 어쨌든 남북관계 특수성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다만 너희들이 계속하는 북한에 대한 비난이나 흡수통일적 발언이나 이런 내용이 나온다면 거기에 대해선 쓰레기로 계속 대응해주겠다 이렇게 전략을 정리한 게 아닌가 그런 패턴 변화를 읽을 수 있다고 봐요.”
진행자) 그렇다면 심리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건데, 이런 국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요? 북한이 물리적 도발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문성묵 센터장은 북한의 풍선 도발, 그리고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한 소음방송 등은 그만큼 한국 측의 심리전 수단들이 북한에 위협적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북한이 물리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한국 군 당국이 원점타격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섣불리 행동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수도권이 전방 지역과 가까운 한국도 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기자) 한국에선 그동안 23차례의 북한 측 오물과 쓰레기 풍선 살포로 인한 인명이나 재산상의 대형 사고나 대규모 피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풍선들로 인해 작은 화재는 물론 잠시나마 주요 공항의 일부 기능이 정지되는 등의 불안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이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쓰레기 풍선으로 지난 5월 28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활주로 운영이 총 6시간 53분 동안 중단됐습니다.
이번에도 인천공항 상공에서 쓰레기 풍선이 발견돼 2일 오전 6시 14분부터 28분까지 14분 동안 항공기 이착륙이 일시 중단됐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한국 입장에선 향후 어떤 대응들이 있을 수 있을까요?
기자) 문성묵 센터장은 북한 측 쓰레기 풍선 살포는 당국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국도 군 당국 차원의 대북 전단 살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만약 북한이 계속 이런 식으로 한다면 이젠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을 보내는 게 아니라 군, 국방부 심리전단 차원에서 보낼 수 있다 그런 결심을 할 필요도 있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당국 간 대화를 통해 심리전을 종결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조한범 박사는 지금의 남북한 심리전은 어느 한 쪽이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며 장기화할 경우 북한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한국도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의 오물 풍선이 부양되면 항공기 이착륙도 중단되거든요. 그리고 이게 고속철이나 고속도로나 인화물질 등 위험물질 보관소에 떨어지면 대형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요. 우위 여부를 떠나서 지금 같은 심리전 전개는 하루 빨리 종식시켜야 된다, 특히 동절기엔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거의 보낼 수 없기 때문에 남북 당국 간 전략적 판단이 있다면 충분히 중단할 수 있거든요.”
한국 합참은 앞서 지난달 23일 “북한의 계속된 쓰레기 풍선으로 인해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군은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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