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적들이 무력 사용을 기도하면 주저없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또 한국에 대해선 마주하고 싶지도, 공격할 의사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또 다시 핵 무력 사용을 위협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찾아 한 연설에서 “적들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공화국 무력은 모든 공격을 주저없이 사용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핵무기 사용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미동맹을 핵에 기반한 동맹으로 변이시키고 무력 증강에 열을 올리면서 언제든 조선반도에서 힘의 균형이 깨질 수 있게 됐다”며 “조선반도에서 전략적 힘의 균형의 파괴는 곧 전쟁을 의미하고 이를 추호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한미 군사동맹이 핵동맹으로 완전히 변이된 현 시점에서 핵 대응태세는 더더욱 한계를 모르는 높이에서 완비되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 위원장이 핵 기반의 미한동맹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를 자신들의 핵 무력 증강의 명분으로 삼아 무한 군비경쟁 의지를 드러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핵에 기반한 한미동맹 움직임을 매우 민감하게 의식하고 있고 또 이를 명분으로 핵 대응태세 수준을 끝없이 높이겠다는 의도를 보여준다고 봅니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남북한 간 군비경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는 의도도 내포돼 있고요.”
진행자)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핵으로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요?
기자) 김 위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선 기존의 입장 즉 자신들을 건드리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이 지난 4일 북한을 향해 한국에 대한 핵 공격 위협과 관련해 “수사의 수위를 낮추길 바란다”고 말한 데 대해 “나의 발언을 똑바로 들어야 한다”며, “나는 분명히 그리고 일관하게 군사력 사용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천명할 때마다 ‘만약’이라는 전제를 달았다”고 밝혔습니다.
자신들의 모든 행동과 방침은 미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일 뿐이라는 논리를 부각시킨 겁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에 대해선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남녘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 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는다”며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고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서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대한민국이 안전하게 사는 방법은 우리가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게 하면 되는 것”이라며 “우리를 때없이 건드리지 말며 우리를 놓고 힘자랑 내기를 하지 않으면 될 일”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의 말인 즉슨 선제공격은 하지 않겠다는 건데, 이에 대해선 어떤 분석들이 나오나요?
기자)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말한 ‘자신들을 건드리지 않으면’이라는 전제조건이 매우 포괄적이고 애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례로 방어훈련인 연례 미한 연합연습을 북한 침공연습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올들어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행보는 한국에 대한 선제공격을 염두에 둔 훈련부대 방문과 무기체계 시찰이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김 위원장의 얘기는 새로운 건 아니지만 자신이 평화를 파괴하는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자신의 언어로 강조한 연설이라며, 북한은 이런 논리를 외교 무대에서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는 논리적 언덕을 만드는 것이고 특히 중국과 같은 자신의 우방으로부터 위협적인 행동이라는 비판적인 문제 제기를 받거나 그에 따른 외교적 관계에서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확실한 논리와 어떻게 보면 비빌 언덕을 만드는 이런 의미들이 현실적으로 굉장히 크지 않나 생각이 들죠.”
진행자) 김 위원장이 이번에도 윤석열 한국 대통령을 조롱하는 발언을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윤 대통령이 ‘군사력의 압도적 대응’을 언급한 최근 국군의날 기념사에 대해 “비정상적인 사유방식”이라고 거듭 비판하고 한국 군 전략사령부 출범에도 “변변한 전략무기 하나 없는 허울뿐”이라고 폄하했습니다.
또 “무적의 명장이 출현한다 해도 핵과 재래식 전략의 격차를 극복할 비책은 내놓지 못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해 “좀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고 또다시 조롱했습니다.
특히 “현명한 정치가라면 국가와 인민의 안전을 놓고 무모한 객기를 부릴 것이 아니라 핵 국가와는 대결과 대립보다는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상황관리 쪽으로 더 힘을 넣고 고민할 것”이라고 훈계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지도력을 직접 공격하는 것은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비방 수위가 높아지도록 자극하고 남남갈등을 유도해서 김정은이 코너에 몰린 것을 탈출해보고자 하는 그런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죠.”
진행자) 김 기자, 김 위원장이 이번에 방문한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은 어떤 곳인가요?
기자) 네, 김 위원장이 방문한 이 대학은 원래 이름이 국방종합대학이었지만 김 위원장 집권 후 2020년 공식매체 보도에서 처음으로 ‘김정은국방종합대학’으로 불렸습니다. 2016년 6월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후에 명칭에 김정은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겠다고 한 7일 김 위원장이 자신의 이름이 붙은 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한 것은 매우 상징적 행보라고 분석했습니다.
홍 박사는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두 국가’를 언급하면서 ‘건드리지 말라’고 한 것으로 미뤄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으로 영토조항을 공세적으로 설정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역을 국제법적 영해 분쟁화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북한이 어제(7일)에 이어 오늘도 한국으로 쓰레기 풍선을 살포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8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약 100개의 쓰레기 풍선을 띄운 것으로 식별했다”며 “경기 북부와 서울 지역에서 약 60개의 낙하물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확인된 내용물은 종이류와 비닐, 플라스틱병 등 생활쓰레기였고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질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풍선 살포는 올해 들어 26번째입니다.
진행자) 일상이 돼 버린 북한의 풍선 도발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8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가 빈번한 것과 관련해 “회색지대 도발을 단행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해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명확한 ‘레드라인’을 설정해 북한에 알려야 한다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지적에 “풍선에 화학물질을 넣어서 보내거나 우리 국민의 인명 피해가 날 경우는 명백한 도발”이라며 “정부가 적절하게,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는 것은 대북 전단에 대한 보복 대응”이라며 전단 살포를 중지시켜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 김 장관은 “대북 전단 금지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된 상황”이라며 “북한의 오물 풍선 내용과 의도를 탈북민들이 보내는 풍선과 등가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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