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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재 북한 유조선, 러시아 입항...제재 위반 ‘노골화’


천마산호가 21일 보스토치니항에서 발견됐다. 자료=MarineTraffic
천마산호가 21일 보스토치니항에서 발견됐다. 자료=MarineTraffic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 항구로 입항했습니다. 북한이 병력을 러시아에 파견했다고 한국 정보기관이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엔 운항이 금지된 유조선을 러시아로 보낸 것인데, 두 나라의 제재 위반이 점점 노골적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제재 북한 유조선, 러시아 입항...제재 위반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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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러시아 항구에서 발견됐습니다.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천마산호는 현지 시각 20일 새벽 3시경 러시아 극동지역의 보스토치니항에 도착해 21일 오후 9시 50분경까지 같은 지점에 머물며 위치 신호를 발신했습니다.

이후 약 다섯 시간이 지난 22일 새벽 3시 현재까지 위치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천마산호의 이동 경로. 러시아 해역에 진입한 이후 나홋카만 인근에 머물다 보스토치니항에 입항했다. 자료=MarineTraffic
천마산호의 이동 경로. 러시아 해역에 진입한 이후 나홋카만 인근에 머물다 보스토치니항에 입항했다. 자료=MarineTraffic

천마산호의 위치가 확인된 곳은 보스토치니항의 유류 선적 부두에서 바다 쪽으로 약 800m 떨어진 지점입니다. 따라서 유류 선적을 위해 이곳으로 항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스토치니항은 나홋카만에 위치하고 있으며, 나홋카항에선 동남쪽으로 약 18km 떨어져 있습니다.

앞서 VOA는 천마산호가 15일 새벽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대한해협 방향으로 이동 중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통상 북한 선박은 이 항로를 이용해 동해의 청진항이나 러시아 극동지역 항구로 이동하는데, 결국 천마산호의 최종 목적지가 러시아 항구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불법 선박 간 환적에 연루된 천마산호 등 선박 27척을 제재하고, 천마산호 등 13척에 대해선 각국이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취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가 이날 천마산호의 입항을 허가한 것은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최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산 동결 대상 선박은 (제재) 지정 선박으로 압류돼야 한다”며 관련 내용을 담은 안보리 결의 2270호 12항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닐 와츠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닐 와츠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녹취: 와츠 전 위원] “A vessel subject to asset freeze is a designated vessel, should be seized. That's what asset freeze means. And if you look at 2270 paragraph 12, you'll see that the vessel is an economic asset that may be frozen, in other words, seized.”

천마산호가 러시아 항구에서 유류를 싣는다면 이 역시도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 5월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올해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이 이미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를 넘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

[녹취: 커비 보좌관] “Russia has been shipping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Russian shipments have already pushed DPRK inputs above mandated by the UNSC. In March alone, Russia shipped more than 165,000 barrels of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 한도를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3월 제공분을 포함해 이미 두 나라의 유류 거래가 한도를 넘었다는 게 커비 보좌관의 설명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브리핑이 이뤄진 5월 이후 북한에 유류를 공급한다면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이번 북한 유조선의 러시아 입항이 북한 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이 있는지도 주목됩니다. 공교롭게도 천마산호는 북한이 러시아로 대규모 병력을 파견했다고 한국 정보기관이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러시아 해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국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후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및 호위함 3척이 같은 기간 북한 청진ㆍ함흥ㆍ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 1천 500여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송 완료했고,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16일 러시아로 보내진 북한 인력들이 러시아 하바롭스크 군사 시설에 모여있다고 한국 국가정보원(NIS)이 18일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16일 러시아로 보내진 북한 인력들이 러시아 하바롭스크 군사 시설에 모여있다고 한국 국가정보원(NIS)이 18일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최근 러시아는 북한과 협력을 강화하며 기존 대북제재 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감독하는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을 무산시켰으며, 북한 라진항에선 러시아 선박이 북한 무기를 선적하는 장면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고가의 차량을 선물하며 사치품과 차량의 대북 수출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북한과 러시아가 유류 거래에 있어서도 노골적으로 제재를 위반하려는 것은 아닌지 주목됩니다.

중량톤수 2천808t인 천마산호는 지난 2005년 건조된 유조선입니다.

건조 첫해부터 북한 선적의 고말산4호로 운항되다가 2012년 지금의 천마산호가 됐습니다.

소유주, 즉 선주는 평양 중구역 소재 ‘조선아침쉬핑’ 회사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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