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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키노 교수 “일본은 트럼프 당선을 바라지 않는다”


28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일본 도쿄의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8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일본 도쿄의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을 바라지 않는다고 마키노 요시히로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는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거나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일 관계와 동북아 정세를 오래 관찰해온 마키노 요시히로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를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10월1일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총재가 일본의 제102대 총리로 선출됐습니다. 자민당의 대표적 ‘무파벌, 비주류’ 인사였던 이시바 의원이 총리가 된 배경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마키노 요시히로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마키노)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시바 총리와 오래 대립해왔던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가 붕괴됐다는 것입니다. 자민당 정치자금 부정 이용 사건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만도 많고, 27일 있을 중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의석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부정 사용에 대해서 정말 많은 아베파 의원들이 관련돼 있었습니다. 자민당은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 아베파하고 대립해온 이시바 씨를 총재로 선출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시바 총리는 올해 67세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방위청(현 방위성) 장관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시바 총리가 어떤 성향의 정치인인지 좀 설명해 주시죠.

마키노) 이시바 씨는 자민당의 ‘당내 야당’이었던 시기가 오래 됐습니다. 일본 여론이 좋아하는, 어려운 주장을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정치부패 문제에 대해서 엄격하게 대응을 해야 한다는 자세를 보여줬습니다. 이시바 씨가 만약 여론을 믿으면서, 자민당 반대파와 맞대결을 한다고 하면, 저는 이시바 정권은 2년 정도는 계속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안된다면 내년 여름에 정권이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시바 총리는 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졌습니다. 이시바 총리가 미국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 또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있을까요?

마키노) 솔직히 말씀드리면, 일본 정부는 미국에서 민주당 정권이 계속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권이 다시 등장하면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를 당하거나, 북한 핵보유를 묵인하거나, 여러가지 걱정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트럼프 정권이 되더라도 일본 정부는 워싱턴에 있는 일본 대사관을 동원해서 트럼프 씨나 측근과 대화하려고 인맥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기자) 앞서 이시바 총리는 미국 허드슨 연구소 기고를 통해 미국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거나 핵 공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일체형 확장억제’를 일본도 하자는 것인가요?

마키노) 네, 핵공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본 외무성이나 방위성 관계자 사이에서는 미국은 대통령이 독점하고 있는 핵무기 행사에 대한 권한을 일본과 공유한다는 것이 절대로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앞으로 일본이 유지하고 있는,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고,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핵무기를 반입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변경하면서 핵무기 방위를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또 이시바 총리가 주장하는 아시아판 나토 (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구상에는 어떤 나라가 참여하게 되는 것이고, 실현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마키노) 저는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에서, 아시아 여러나라는 나토(NATO)와 달리 예수교나 이슬람교,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 여러 가지 가치관이 혼재되고 있습니다.

기자) 현재 미국은 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시바 총리는 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중국 봉쇄에 참여할까요?

마키노) 이시바 총리께서는 중국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너무 강한 태도를 취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기시다 정권하고 비슷하게, 일본과 중국 사이에 우발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한 군사채널의 유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기자) 이시바 총리가 미국, 인도, 일본, 호주 등 4개국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에 찬성할까요?

마키노) 기본적으로 반대 안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문제는 한국이 어느 정도까지 쿼드에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겁니다. 일본은 자위대가 한국과 서로 영토나 영공, 영해에서 공동 훈련을 해도 좋다는 생각을 전달한 바가 있습니다.

기자) 전임 기시다 총리는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다가 물러났는데요, 이시바 총리가 계속 추진할까요?

마키노) 추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시바 총리의 자민당 정권 기반이 강하지 않고요, 단기적인 정권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이런 약한 정권에 대해 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이시바 정권이 어떻게 될지, 북한이 주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시바 총리는 32년 전 북한 김일성 주석의 80세 생일을 맞아 축하 방문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고, 또 평양과 도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일 연락사무소가 개설될까요?

마키노) 연락사무소는, 저도 개인적으로 개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과거 북한의 거짓 발표에 많이 당한 바가 있습니다. 연락사무소가 있다고 하면,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북한과 신뢰관계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베 신조 전 총재하고 긴밀한 관계가 있었던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이 연락사무소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전망은 어둡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은 일제 시절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 ‘컵에 물이 절반이 찼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 지원재단에 자금을 출연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이는 일본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기업들은 주식회사라서, 주주의 의견이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재단에 자금을 출연하는 것에 많은 주주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렇게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과거 일본 총리는 보면 대개 1-3년 정도 자리를 지키다가 물러났는데요, 이시바 총리는 어떻게 될까요?

마키노) 이번 달 말에 있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의석수가 줄어들 것으로 저는 예상합니다. 그 때 바로 이시바 총리가 사임한다는 것은 예상 못하지만,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면 이시바 정권은 끝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선생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마키노)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일본의 외교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로부터 이시바 시게루 총리 선출의 배경과 전망 그리고 미국 대선을 보는 일본의 견해 등을 들어 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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