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비난했습니다. 미국도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문제를 지적했는데, 북한이 반발하면서 양측은 또다시 설전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30일 열린 유엔총회 1위원회 회의에서 김일훈 제네바 주재 한국 대표부 참사관은 “우리는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은 소위 군 정찰위성이라는 것을 발사하며 도발의 길을 선택했다”며 “이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일훈 참사관] “While we strive for peaceful uses of outer space, it is truly deplorable that the DPRK has chosen to path of provocation with its launches of so-called military reconnaissance satellites. Contrary to its deceptive narrative, these activities are blatant violations of multipl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prohibiting any launches using ballistic missile technology and cannot be considered peaceful uses of outer space. Since the DPRK has vowed to launch more satellites this year, we must remain vigilant and stand united in urging the DPRK to cease actions that undermine the peaceful uses of outer space,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at large.”
이어 “북한의 기만적인 주장과는 달리 이러한 활동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금지하는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며,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올해 더 많은 위성 발사를 공언한 만큼,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말고 북한이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과 국제 평화, 안보 전반을 훼손하는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데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북한 위성 발사 규탄…북한 반박 발언
군축 문제를 다루는 1위원회는 이날 ‘우주 공간’을 주제로 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북한의 위성 발사를 비난한 것은 사실상 한국이 유일했습니다.
이 같은 한국의 발언에 북한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북한 대표는 각국의 발표가 모두 끝난 뒤 별도로 발언권을 요청해 “북한의 정당한 우주 개발과 합법적 자위권을 전면 부정하면서 국제사회를 오도하고 있는 한국 대표의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난의 화살을 미국으로 돌렸습니다.
[녹취: 북한 대표] “We expressed grave concern and strongly condemn the behavior of ROK delegation that is misleading the international community, while completely denying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legitimate right to space developments and lawful self-defense… It is an undeniable fact that the United States is the country that possesses the world's largest spy satellite and has conducted the most intercept of weapon system tests for destroying foreign artificial satellites more than any others. Today, the United States is conducting joint space drills simulating war in outer space with its vassal forces, and in particular, it has deployed each Space Force in ROK, an advanced base for carrying out Indo-Pacific strategy, directly threatening the DPRK.”
“미국이 세계 최대 첩보위성을 보유하고, 그 누구보다 다른 나라의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무기체계 시험을 가장 많이 진행한 나라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이어 “오늘날 미국은 우주공간에서 전쟁을 가상한 합동 우주 훈련을 속국들과 벌이고 있고, 특히 인도태평양전략 수행의 전진기지인 한국에 우주군을 배치해 북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추종세력들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할수록 북한은 군사정찰 위성 발사 등 주권국가의 권리를 더 강력하고 용기 있게 행사해 주권과 안보이익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주장에 이번엔 한국이 대응에 나섰습니다.
김일훈 참사관은 “북한은 또다시 궤변에 의존해 불법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에 나섰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며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모든 발사는 일련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엄격히 금지돼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일훈 참사관] “The DPRK is once again relying on sophistry to mark its unlawful and aggressive behaviors, yet to no avail… But I repeat, any launches using ballistic missiles are strictly prohibited by a series of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If the DPRK wishes to assert its right under the international law, it is advised to begin first and foremost by upholding the UN charter, which my delegation stresses again, is not an ala carte menu.”
이어 “북한이 국제법에 따른 권리를 주장하려면 무엇보다도 유엔 헌장을 준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한국은 이것이 선택 메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북한 대표는 마이크를 넘겨받아 이번엔 한국이 북한을 ‘DPRK’가 아닌 ‘노스 코리아’로 부른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날 한국 대표는 줄곧 북한을 ‘DPRK’으로 지칭하다가 한 차례 ‘노스 코리아’로 불렀습니다.
북한 대표는 “유엔 회원국 중에 ‘노스 코리아’라는 나라는 없고 ‘DPRK’만 있다”며 “우리 대표단은 한국의 무분별하고 도발적인 언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북한 대표] “Among the UN member states, there is no North Korea, but only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My delegation strongly condemns the ROK delegation's senseless and provocative wording and behavior, inappropriate to the position of diplomats, and reminds them nicknaming is not their own talents.”
이어 “이는 외교관의 위치에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별명을 짓는 것은 재능이 아님을 상기시키킨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곤 북한의 위성 발사가 미국의 위협에 따른 ‘자위권’ 차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북한이야 말로 언행 주의해야”
그러자 이번엔 한국 대표가 북한의 주장이 ‘적반하장’격이라며 북한 대표를 몰아 세웠습니다.
[녹취: 김일훈 참사관 ] “The DPRK is complaining about being addressed as North Korea. Well, it used to consistently called this delegation by the name of South Korea, or SK, with the s written in lowercase letters. It was not long ago, in fact, even last year. As we heard during this serious session, the DPRK addressed its delegation as a vassal and a military colony, and now it demands respect.”
“북한은 그 동안 한국 대표단을 ‘사우스 코리아’ 혹은 ‘SK’로 부르고, 이중 단어 ‘S’는 소문자로 표기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번 회의를 통해 들은 것처럼 북한은 한국을 ‘속국’, ‘군사 식민지’로 불렀다”며 “그런데 이제는 존중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존중을 받으려면 유엔 헌장부터 지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한국으로 ‘쓰레기 풍선’을 부양한 것을 지적하며 “자칭 주권 국가라는 조직이 이런 비문명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즐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날 미국도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브루스 터너 미국 군축대사는 이날 ‘우주’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을 밝히며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반박’ 발언 과정에서 미국을 비난하자 대응에 나선 것입니다.
터너 대사는 “안보리는 세계 평화와 안보를 보호하고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수호하며, 자체 결의를 준수할 책임이 있다”며 “미국은 모든 안보리 이사국들이 이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터너 대사] “The Security Council has a responsibility to protect global peace and security, defend the global nonproliferation regime, and uphold its own resolutions. The United States urges all Security Council members to take this responsibility seriously.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must be fully implemented, and the DPRK must be held accountable for violating them.”
그러면서 “관련 안보리 결의는 완전히 이행돼야 한다”며 “북한은 이를 위반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서방 연일 공방
올해 유엔총회 회의에선 북한이 한국 혹은 미국, 유럽 나라 등과 설전을 벌이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전날인 29일 ‘외기권의 평화적 이용’을 주제로 한 4위원회 회의에서 유럽연합 대표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위성 발사를 비난하자, 발언권을 사용해 대응했습니다.
김인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유럽연합은 극단적인 편견과 이중 기준에 사로잡혀 비논리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며 주권 국가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북한의 공방도 격화되는 양상입니다.
양측은 지난 21일과 22일, 24일, 28일 열린 유엔총회 1위원회 회의에서 북러 군사협력과 북한군 파병, 핵개발 문제 등을 놓고 격돌했으며, 23일과 25일에는 인권 문제를 다루는 3위원회에서 열악한 북한의 인권 현실을 두고 설전을 이어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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