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체주의 체제가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있으며, 독재 정권과 핵무기 개발이 지속된다면 개선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경제학 교수가 지적했습니다. 경제 성장과 정치·사회 제도 간의 상관관계 연구를 통해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존슨 교수는 VOA 와의 인터뷰에서 남북한의 체제 차이가 오늘날의 격차를 만들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존슨 교수는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결합해 독보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며,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존슨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을 축하 드립니다. 오랜 기간 사회 시스템이 국가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 오셨는데, 한국과 북한에 주목하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한반도를 연구 대상으로 삼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존슨 교수) 한반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은 두 국가로 나뉘어 있죠. 우리는 연구 관점에서 비슷한 사람들과 문화, 기타 속성을 갖고 매우 유사하게 시작했지만 경제적으로 매우 다르게 행동하거나 성과를 거둔 곳에 관심이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과 한국의 경제 성과가 큰 차이를 보인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제도와 경제의 규칙, 정치 시스템의 규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의 체제가 북한과 상당히 다르며, 이것이 결과의 큰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은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변화를 통해 발전을 이뤄왔다고 하는데, 이러한 경제 발전의 주요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존슨 교수) 큰 차이는 1950년대에 시작해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이 북한보다 훨씬 더 시장에 기반한 경제를 가졌다는 점입니다. 물론 한국도 1960년대와 70년대에 상당히 권위주의적이었지만, 민간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고, 민간 사업가들이 성공할 수 있는 규칙들이 존재했습니다. 어쩌면 그 규칙들이 모두에게 공정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이는 흥미로운 논의 주제이긴 하지만,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또 다른 점은 민주화입니다. 한국이 세계 여러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점 중 하나는 초기 경제 성장을 통해 중산층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중산층은 종종 더 많은 정치적 목소리를 원합니다. 때로는 그것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그러지 못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분명히 그 목소리를 얻어냈습니다.
민주주의는 경쟁을 수반하고, 경쟁은 대립을 동반하며, 대립은 때때로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여러 일들이 잘못될 수도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는 많은 나라에서 이것을 봅니다. 그러나 한국은 매우 민주적인 국가로 발전했으며, 제가 보기에는 모든 사람에게 매우 긍정적인 방식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자) 산업화와 민주화, 이 두 가지 요소가 어떻게 상호 작용하면서 한국의 경제적 성공을 만들어 냈다고 보십니까?
존슨 교수)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합입니다. 절대적으로 그렇습니다. 두 요소가 서로를 강화시킵니다. 이러한 결합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유럽의 역사를 살펴보면, 많은 국가들이 200년에 걸쳐 이를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1950년에 매우 가난하게 시작한 국가들 중에서 지난 50~70년 동안 산업의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동시에 민주주의로 지속적으로 나아간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한국의 사례는 영감을 주고 어떤 면에서 정말 멋진 일입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이 이를 이루기란 매우 어려웠다는 사실도 보여줍니다. 저는 그것이 바로 한국의 성공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글로벌 경제는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한국의 성취는 사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서 꽤 드문 사례입니다. 왜 다른 나라들은 이렇게 하지 못했는지, 또는 한국만큼 지속적이고 성공적으로 하지 못했는지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거리 입니다. 이것은 그만큼 이러한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경제 발전의 조건과 국가 간 차이를 이해하는 데 사회 시스템과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가요? 그런 측면에서 북한은 어떤 사회 시스템과 정책을 갖고 있으며,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평가하십니까?
존슨 교수) 사회적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는 그것이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분명히 극도로 전체주의적인 체제를 갖고 있습니다. 구 소련의 스탈린 치하와 같은 공산주의 역사상 가장 전체주의적 이었던 시기에 비견될 정도입니다. 이러한 체제는 개인의 주도권을 억압하고 반대 의견을 억누르며, 어떤 형태의 민간 사업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 억압적인 체제라도 군사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면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얼마나 많은 것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것을 다른 나라로부터 받았는지는 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북한은 분명히 핵무기 프로그램을 갖고 있으며, 로켓 기술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상당히 정교한 첨단 기술들이죠. 불행하게도 극도로 억압적인 독재 체제도 이러한 무기를 보유한 채로 정권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에 매우 위험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게 그렇게 공격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또한 많은 독재 체제가 강력한 초대 지도자가 사라진 후에 약화되기 시작한다는 점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소련의 스탈린이나 중국의 마오쩌둥처럼요. 그러나 북한의 독자 체제가 세습 독재로 변한 방식은 솔직히 말해 다소 이례적입니다. 이는 중세의 절대 군주제와 비슷한데, 다만 핵무기를 가진 군주제라는 점이 다를 뿐이죠. 이는 안정적이지도 않고 안심할 수 있는 체제도 아닙니다.
기자) 북한은 항상 자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이 세상에 문제 없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도리어 미국과 한국, 서구의 자본주의 또는 민주주의 체제에 더 많은 결함이 있다고 비판합니다. 학자로서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존슨 교수) 모든 사회에는 결점이 있고 우려할 만한 문제를 항상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은 본질을 흐리게 하거나 회피하려는 수단일 뿐입니다. 중요한 질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느냐’일 것입니다. ‘그들이 먹는 음식과 주거 환경은 어떤지, 교육에 접근 가능한 지, 좋은 삶과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자녀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지’ 등입니다. 물론 북한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매우 폐쇄적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는 것에는 일관성이 있습니다.
1950년대에 북한과 한국은 대체로 비슷한 수준에서 시작했습니다. 사실 일본 식민지 시절, 중공업의 대부분은 지금의 북한 지역에 있었죠. 적어도 1970년대까지는 북한이 한국보다 앞서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평균적으로 북한보다 훨씬 더 나은 생활 수준을 누리고 있습니다.
기자) 한국과 북한의 차이가 돌이킬 수 없게 벌어진 시점은 언제라고 보십니까? 각자의 경제적 경로에서 전환점이 될 만한 특정 순간이나 일련의 정책이 있었을까요?
존슨 교수)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1970년대에 북한을 앞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돌이켜보면, 1960년대에 채택된 경제 정책들 즉 재벌을 수출 지향적으로 육성하고 이를 지원한 정책들이 한국의 경제 발전의 중요한 시작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1950년대에는 한국의 경제 성과에 대해 깊이 들여다본 사람들도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1960년대가 50년대보다 나았고, 70년대에는 많은 진전이 있었으며, 80년대에는 민주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이는 거의 확실히 60년대부터 시작된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변화는 빠르게 이뤄지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인내심이 요구됩니다. 사람들이 이러한 변화를 믿어야 하며,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결국 더 많은 보수를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조합을 한국 국민들이 놀라울 정도로 잘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1990년대 심각한 기근을 겪었습니다. 그 이후 상황이 다소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이상적인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많은데요. 그렇다면 북한의 의미 있는 경제 발전을 가로 막는 주요 제약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존슨 교수) 그것은 분명히 전체주의 정권입니다. 이러한 체제는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으며, 주로 지도자의 권력과 위신에 초점을 맞춥니다. 다른 모든 것들은 이러한 요소들에 비해 부차적이고 중요성이 매우 낮죠. 따라서 북한 정권이 한 사람, 즉 지도자의 권력과 핵무기 프로그램 등에 집중하는 한, 북한에서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종종 베트남이나 중국과 같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비슷한 이념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북한이 이들 국가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존슨 교수) 저는 북한이 어떤 의미에서든 사회주의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독재 체제이며, 한 사람이나 한 가족이 정점에 있고 나머지 모든 이들은 억압당하는 구조입니다. 군대는 체제의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죠.
그런데 그것이 사회주의적인 건가요? 모든 사람을 빈곤층으로 내모는 것이 사회주의인가요? 저는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중국과 베트남도 분명 서로 다르지만, 두 나라는 모두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모두 수십 년에 걸쳐 변화해왔죠. 하지만 북한은 잔혹한 독재 체제이며, 가능한 한 모든 사람을 최저 수준에 머무르게 한다는 점에서 다소 특이한 국가입니다.
기자)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없다고 보십니까?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모델처럼 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존슨 교수) 글쎄요. 북한이 자유화를 추진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상황을 통제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자유화를 시도했을 것입니다. 이는 정권이나 통치 가문이 자유화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즉각적인 전망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독재 체제는 때때로 예기치 않게 무너질 수 있지만, 북한은 많은 충격과 문제를 겪었음에도 체제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는 우리가 명확히 알지 못하는 어떤 체제적 회복력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분명히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의 어느 누구도 체제 변화를 시도하거나 상황을 진전시키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체제가 무기한 지속될 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외부에서 이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기자)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단기적 해법과 장기적 방안은 무엇일까요?
존슨 교수) 어떤 형태로는 자유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의 자유화가 시도된 바 있지만, 분명히 민간 기업을 더 확장할 여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최소한의 조건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민간 부문이 착취나 부패 또는 다른 억압적 매커니즘의 위험 없이 발전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언제나 어떤 정권이 위협적이지 않다고 느낄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기자) 끝으로, ‘인공지능(AI) 시대가 경제 및 기술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도 이러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존슨 교수) 인공지능 현상은 전 세계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디지털 경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한국은 디지털화가 매우 강력하게 진행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반적으로 한국이 이로부터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약간의 어려움도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북한은 전혀 디지털화된 곳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은 이런 종류의 기술에 있어 대부분의 경우 뒤처지기를 선택한 곳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인터뷰는 길이와 명확성을 위해 일부 내용을 편집했습니다)
지금까지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존슨 MIT 경제학과 교수로부터 사회 시스템이 한국과 북한의 경제 발전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상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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