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보 당국은 북한 군이 러시아 군에 배속돼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포탄과 미사일에 이어 장사정포까지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한국 국가정보원이 오늘 국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북한 군 동향 등을 보고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이 러시아 군에 배속돼 전투에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보위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11군단 병력을 중심으로 구성된 북한 파병군인 1만 1천여 명은 러시아 동북부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마치고 10월 하순쯤 쿠르스크로 이동 배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현재 러시아 공수여단이나 해병대에 배속돼 전술과 드론 대응 훈련을 받고 있고, 일부는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 군이 최전선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한 만큼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작전 수행 상황과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북한 군 투항 또는 포로, 사상자 발생과 관련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선 “사실관계가 상충하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 군이 러시아 공수여단과 해병대에 배속됐다면 전투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기자)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 군이 적 후방 침투와 교란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특수전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임무 성격과 러시아 군과의 사전 훈련 부족 등 때문에 다수의 사상자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적 후방으로 침투해서 교란하는 역할을 하려면 그만큼 공중, 지상 그리고 들어갔을 때 러시아 군과 북한 군의 협동성 등이 종합적, 입체적으로 갖춰져야 해서 사전에 굉장히 많은 연습을 해야 가능한 부분인데 그렇지 않으면 상당히 희생자가 따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 번 이 가능성을 해석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죠.”
국정원은 북한 군 파병 규모가 “1만900명에서 1만2천명 사이로 보고 있다”며 러시아의 요구 등에 따라 북한이 추가 파병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국정원은 “전쟁이 오래가면 당연히 병사들 희생이 많아지게 되고,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추가 파병을 요구할 수 있다”며 “그런 정황이 전개될 경우 추가 파병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1만2천∼1만5천명으로 밝힌 우크라이나 정부 추정치와의 차이에 대해선 북한 군의 군수장비 운용 인력 변동에 따라 “그 수치에 유동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인데요,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과 관련한 보고는 없었나요?
기자) 국정원은 “북한이 파병뿐 아니라 군수물자를 추가로 지원, 수출하고 있는 동향이 파악됐다”며 “북한이 포탄, 미사일에 이어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 등 장사정포까지 추가 수출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은 이들 무기가 러시아가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무기인 만큼 운용 교육, 정비를 위해 북한 병력이 함께 파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러시아에 재고 무기 외에 신형 무기까지 수출하는 건 한국에게도 위협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이 소위 말하는 재고품, 그동안 쌓아놨던 포탄, 미사일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롭게 만든 신형들 이런 것들을 러시아에 제공하고 전장에서 그 성능을 시험하고 이는 러시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향한 직접적인 군사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월 국방과학원이 유도 기능을 갖춘 240mm 방사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고 4월에 방사포탄 검수시험사격, 5월에 방사포 차량 시운전 그리고 8월에는 갱신형 240mm 방사포무기체계 전반에 대한 검수시험사격을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진행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군 참전으로 북러 간 협력 수준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국정원이 파악한 내용은 없나요?
기자) 국정원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4일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면담한 사실을 주목했습니다.
국정원은 최 외무상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6일까지 러시아 방문 기간 중 특히 “러시아에서 처음에 난색을 표명하던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을 4일 성사시켰는데, 체류 일정을 하루 이틀 더 연장하면서까지 푸틴을 만나고자 했던 북한의 노력이 돋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국정원은 “휴일에 만난 것으로 추측되는데 상당히 중요하고 민감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고 상당히 긴밀한 내용에 대한 협의도 있었을 것”이라며 “단순히 의전용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국정원은 이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관측했습니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앞으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어떤 무기나 장비, 기술을 받아올지에 대해 밀착해서 주시하도록 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의존도와 절실함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넘겨주지 말아야 할 기술, 넘겨주기 어려운 기술조차도 넘겨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우려에서 조기 종전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용한 게 향후 러-우 전쟁 양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선 한국 국정원의 평가가 나왔나요?
기자) 국정원은 러시아가 핵무기 보유국의 핵무기 사용 규정인 핵 교리를 개정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를 제공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접경지에 발사한 것을 겨냥해서 자신들이 언제든지 핵 교리를 개정해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미국과 서방 세계에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번 핵 교리 개정을 통해 핵 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또 러시아와 동맹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에이태큼스 미사일에 국한된 지원이라면 우크라이나 전황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도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밀 장거리 무기 지원을 차단하기 위한 엄포용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사거리가 그래봐야 300km짜린데 모스크바를 타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황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래서 개인적으로 보면 이게 3차 대전으로 갈 지 안 갈 지에 대한 고민은 지금은 좀 섣부른 것 같고 핵무기에 대한 터부는 여전히 작동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 대한 나토 회원국의 미사일 공격은 나토의 직접 개입이라고 주장했던 만큼 에이태큼스 발사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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