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과거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적대적 대북정책을 확신했다며 최강의 국방력만이 평화와 발전의 담보라고 주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압박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또 다시 내놨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정책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22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대북 압박을 위해 핵을 공유하는 군사동맹을 확대하고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고 있다면서 한반도가 지금처럼 “가장 파괴적인 열핵전쟁으로 번져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반 현실은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최강의 국방력, 이것만이 유일한 평화수호이고 공고한 안정과 발전의 담보임을 매일, 매 시각 절감케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당과 정부는 그 어떤 경우에도 자기 국가의 안전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을 절대로 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손으로 군사적 균형의 추를 내리우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임을 다시금 분명히 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과거 협상 경험을 언급한 것으로 미뤄 결국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봐야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이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정상회담을 포함해 모두 3차례 직접 만났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후 다양하게 제기되는 미북 정상회담 또는 협상 재개 관측에 선을 그은 것으로 보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군사적 균형추’를 영원히 내리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대목은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도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군사적 균형추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그 핵심이 2018년 비핵화 협상 같은 것은 없다고 선포를 한 것이고 자신들이 그렇다고 대화를 않겠다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담판을 지으러 나올 때 당연히 자신을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핵 군축하자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거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 위원장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난을 핵 무력 고도화는 물론 북한 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북한 주민들에게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의 이런 인식과 태도로 미뤄볼 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북 협상은 쉽지 않겠군요?
기자)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에게 북한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에 밀려 후순위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고 북한도 지금은 러시아와의 협력 수준을 높이고 관계를 견고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는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김 위원장의 발언이 트럼프 행정부와 아예 담을 쌓겠다는 의도는 아니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미 대화의 선을 일정하게 긋는 측면도 있지만 핵 무력 고도화와 동시에 적대시 정책 선철회라는 협상 재개 조건을 명확하게 부각시킨 그런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초대국의 공존 의지’를 언급한 점을 주목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게 공존 의지를 대화를 여는 큰 문턱으로 설정하고 적대적 태도 전환을 에둘러 요구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은 대북 적대정책을 먼저 폐기하라는 기존의 메시지를 반복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김 위원장이 최근 들어 대미 메시지 발신이 잦아지는 느낌도 드는데요. 이에 대해선 어떤 해석이 나오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제4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에서도 연설을 통해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핵 무력의 제한없는 강화와 전쟁 준비 완성을 독려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의 이런 잇단 육성 대미 메시지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북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트럼프에 대한 일종의 자극일 수가 있어요. 지금 우크라이나 러우 전쟁, 중동 이걸로 북한 문제가 조금 후순위로 밀린 감이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에 대한 어떤 경고, 자극 그 다음 북한의 존재감 부각 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볼 수 있죠.”
진행자) 김 기자, 김 위원장이 이번에 연설을 행한 무장장비전시회에는 어떤 무기들이 등장했나요?
기자)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전시회에 “전략무기, 전술무기들을 기본으로 국방과학기술집단의 최신 창조물이 집결”됐다고 소개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화성-19’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6나’ 극초음속활공체형미사일, 신형 전술유도탄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화살-2’ 등 전략순항미사일, 240mm 갱신형 방사포, 600mm 초대형 방사포 등이 전시됐습니다.
또 정찰위성을 우주에 올린 발사체 ‘천리마-1형’과 대전차 무기 ‘불새’, ‘샛별-9’ 다목적 무인공격기, 자폭공격형 무인기 등도 모습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전시된 무기체계 가운데 특별히 주목할만한 건 없었나요?
기자) 홍민 박사는 “대공미사일과 일부 무인기는 기존 성능시험이나 열병식에 등장한 기종과 형상이 다르다”며 “후속 기종이나 신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은 ‘북한 국방발전-2024 신형 무기 공개자료 분석’ 보고서를 내고 북한이 골판지 자폭드론으로 추정되는 드론을 공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유 의원실은 “골판지 드론에 사용되는 날개와 동체를 고정하는 고무줄이 식별됐다”며 “가성비 무기체계 끝판왕이라 불리는 골판지 자폭드론까지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골판지 드론은 1대당 가격이 수백만 원, 미화로 수 천 달러에 불과해 작전에 실패하더라도 손실이 크지 않습니다.
이 드론을 대량으로 띄우면 요인 암살용 또는 군 주요 장비 파괴용으로 적지 않은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골판지 드론은 실제 이번 러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내 군비행장을 공격해 미그-29, 수호이-30 전투기와 방공체계를 파괴할 때에도 쓰였습니다.
방사포 등 일부 무기는 러시아 공급을 염두에 두고 전시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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