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 의향을 나타내면서 향후 미한 협력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한국이 미 해군 현대화와 필요한 모든 것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 국방장관실 대량살상무기 특별고문을 지낸 피터스 연구원은 양국 협력이 심화되면 잠수함 등 핵심기술 공유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피터스 연구원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직후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급격한 해군력 확대에 맞서 미국이 동맹국들과 조선업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얼마나 시급한 문제입니까?
피터스 연구원) 워싱턴 DC의 국방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인도 태평양에서 미군 태세 재편을 준비하기 위해 네 가지 우선순위가 있는데, 조선업은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호위함, 구축함, 잠수함 함대에 대한 더 신속하고 높은 수준의 유지 보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구축함, 호위함, 유조선, 전략 해상함, 공격 잠수함 등 더 많은 함정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미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건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미국에 더 많은 조선소를 열어야 합니다. 수요가 너무 많기 때문에 특히 현대 해군에 매우 중요한 유조선과 수송선 같은 선박 건조를 위해 주요 동맹국, 파트너와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미국 조선업 강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피터스 연구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모두 미국, 특히 방위산업 기반을 활성화할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제가 차기 행정부를 대변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과거 발언을 보면 미국 내에서 조선소 두 곳, 어쩌면 세 곳의 재가동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선박 수요가 너무 많아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 조선소 재가동 외에도 동맹국과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조선업 협력에 있어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 중에서 한국은 얼마나 독보적인 위치에 있습니까? 한국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피터스 연구원)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조선 인프라를 가지고 있고, 미 해군이 함대를 현대화하고 확장하는데 필요한 현대적인 조선 기술과 인력, 인프라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조선업에 대해 생각할 때,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조선업 강국으로 한국을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해군에 투자를 다시 확대하려는 미국에게 자연스러운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기자) 중국의 해군력 성장은 얼마나 급격하고 위협적인가요?
피터스 연구원) 미국의 조선소를 모두 합친 것보다 한 해에 더 많은 선박을 생산하는 단일 조선소가 중국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는 심각한 우려이며, 중국이 현재 미 해군보다 더 많은 전투병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미국이 이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저는 미 해군이 여전히 중국 해군보다 더 치명적이고 더 유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자원을 대량으로 보유하면 자원의 질이 낮더라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호위함, 구축함, 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자) 호위함과 잠수함 건조를 다루기 전에 우선 선박 보수, 수리, 정비(MRO) 분야를 살펴보고 싶은데요. 한화오션과 HD 현대중공업은 올해 함정정비협약(MSRA)을 미 해군과 체결했습니다. 한화는 미 해군 급유함과 군수지원함 수리 사업을 수주했죠. 향후 미한 협력에 있어 선박 보수, 수리, 정비 시장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피터스 연구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미국 함정이 수명을 다하는 동안 수행해야 하는 유지보수나, 일상적인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정비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박이 30년의 운항한다면 수명이 다하는 동안 두 번의 주요 수리를 위해 정박소(drydock)에 들어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이러한 개조 작업으로 인해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선박을 건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존 함대에 대한 유지 보수와 개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리는 더 많은 함정과 잠수함을 건조하여 필요한 함대를 재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거죠.
해외에서 이러한 종류의 유지보수와 개조를 할 수 있게 되면 미국 조선소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또 미국과 중국간 실제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은 서부 해안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수리 및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원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이나 일본, 호주 같은 곳에서도 전투 피해를 수리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차기 트럼프 정부가 미국 내에서 조선소 두 곳, 어쩌면 세 곳의 재가동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한국이 미국내 조선소를 구입해서 미국 내에서 선박 건조에 나서야 할까요? 미국에서 만든 선박만이 미국의 항구에서 다른 항구로 물품과 승객을 운송할 수 있다는 ‘존스법’을 감안할 때 말이죠. 아니면 한국에서 미국 선박을 건조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피터스 연구원) 한국은 두 가지 모두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조선업체가 현재 미국 위스콘신에서 콘스텔레이션급 호위함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조선소에서 한국인과 미국인 인력을 사용해 호위함이나 구축함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또 한국의 부산 등지에서 유조선이나 전략해상수송함을 건조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함정들 중에는 전투함이 아닌 다른 종류의 함정들도 많은데, 한국이 그런 함정들을 실제로 건조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특정 함정의 경우 한국에서 건조를 하고, 수상 전투함의 경우 미국에서 미국인과 한국인 인력을 조합해 건조하는 것을 검토해 보자는 것입니다.
기자) 선박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호위함과 잠수함, 구축함등을 언급하셨는데요. 한국이 건조해 미국에 공급할 수 있는 선박 유형에 제한이 있을까요? 예를들어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미국에 공급할 수 있을까요?
피터스 연구원) 그건 현실화하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기술 공유와 관련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가 영국과 호주에서 생산하는 잠수함은 버지니아급 잠수함이 아닙니다. 호주가 이 오커스 잠수함을 어떻게 건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미국과 호주가 열심히 고민하고 있죠. 기술이 너무 민감하기 때문에 세부 사항을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미국과 호주가 잠수함 건조 방법에 합의할 수 있다면, 한국과도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버지니아급 잠수함이나 오커스급 잠수함과 같은 가장 민감한 기술의 경우 워싱턴에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실제 고려사항이 있습니다. 한국과 그런 협력이 가능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기자) 하지만 미국과 한국 간 협력이 심화, 확대되고, 또 그런 종류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양국이 공감한다면 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더 높은 수준의 정보 공유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피터스 연구원) 그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핵우산이 한국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과 같은 핵심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핵전쟁을 할 의향이 있다면, 특정 핵심 기술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호주와 정보 공유에 관해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죠. 정보공유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선박 건조 외에 한국은 미국과 어떤 방산 협력을 할 수 있을까요?
피터스 연구원) 장거리 타격용 군수품 생산 협력을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155mm 포탄도 중요하지만 한국이 개발하고 있는 순항미사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미국의) 순항미사일 재고가 너무 적기 때문에 그 부분도 우리가 대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성능이 입증된 주요 장거리 발사체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한국과 공동 생산이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데 매우 개방적일 것입니다.
기자) 트럼프 2기 정부하에 미한 동맹 관계에 대한 우려가 한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선업과 방산 협력을 통해 향후 양국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피터스 연구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설득력 있는 스토리가 있다고 봅니다. 강력하고 견고하며 신뢰할 수 있고 매우 치명적인 군사력을 갖춘 유능한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말이죠. 한국은 또 한반도에 있는 미군 기지에도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고, 서태평양과 동아시아에서 지원의 요새죠. 따라서 저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에 제시할 한국의 스토리가 상당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선박과 군수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설득력을 더욱 높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으로부터 미국의 인태 국방 전략과 연계된 미한 조선업 협력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미국 해군전쟁대학의 조너선 카벌리 교수의 의견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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