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이 북한을 공식 방문했습니다. 북한 군 추가 파병 등 북러 간 군사협력을 심화시키는 의제들이 논의되고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국방장관이 평양을 찾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29일 북한을 공식 방문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벨로우소프 장관이 “북한을 공식 방문하는 동안 북한의 군사, 정치 지도자들과 여러 건의 양자 회담이 계획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벨로우소프 장관은 이날 평양에 도착한 뒤 첫 회담 상대로 노광철 국방상을 만나 “우리는 최고 수준에서 달성한 모든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북한을 ‘동지’로 표현하면서 “오늘 회담은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노 국방상은 양자 사이 군사적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며 “이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발전하는 것이 우리 군대의 항구적인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벨로우소프 장관의 공식 방문이 “양국의 국방력과 안보 역량을 강화하고 양국 군대 사이 우의, 협력, 발전을 촉진하는 유용하고 건설적인 제안을 교환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서는 북한 군 의장대가 참여하는 공식 환영행사가 열렸으며, 노광철 국방상이 벨로우소프 장관을 영접했습니다.
환영행사 현장에는 ‘싸우는 러시아 군대와 인민에게 전적인 지지와 연대’, ‘불패의 친선단결 만세’, ‘러시아연방 국방상 벨로우소프 동지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진행자) 지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격화되는 양상 아닙니까? 그런 와중에 국방장관이 북한을 찾은 배경은 무엇일까요?
기자) 벨로우소프 장관의 이번 방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 러우 전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또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해 실제 전투에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종전 의지를 밝혀 왔고 미국과 영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무기 사용 허용 등으로 러시아 남부전선과 쿠르스크 등에서 전투가 한층 격렬해졌다며, 벨로우소프 장관은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에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면서 러시아로선 추가 병력도 필요하고 (미국과 영국이 우크라이나에게) 에이태큼스 섀도스톰 등 장거리 공격까지, 지뢰 사용까지 예외적으로 인정해줬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도 다시 다급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거든요. 이 위중한 시기에 국방 수장이 자리를 비웠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협력을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군 추가 파병, 그리고 추가적인 무기 공급 이런 협력을 논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봐야죠.”
진행자) 벨로소우프 장관이 ‘북러 간 빠른 군사협력 확대’를 언급한 것으로 미뤄 북한의 러시아 지원에 대한 러시아 측의 반대급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가지 않을까요?
기자)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는 벨로우소프 장관의 북한 방문은 전선 상황이 그만큼 긴박하다는 것과 북러 동맹이 아주 확고하다는 걸 보여주는 행보라며 북한 측 카운터파트와 만나 상당한 수준의 군사협력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두진호 박사] “중요한 건 러시아 국방장관이 움직였다는 것이고 그것은 중장기적인 북러 간 군사 교류협력 계획에 서명할 가능성이 일단 제일 커요. 이들은 통상 1년 또는 2, 3년 단위로 교류협력 계획에 서명하기 때문에 그런 협력 의제가 다 조율됐고 장관은 그걸 서명하는 겁니다.”
두 박사는 군사협력 계획엔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약속했던 정찰위성 개발 등 우주 협력과 재래식 무기 성능 지원 방안이 포함될 것이고, 공개하지 않겠지만 민감한 군사기술 지원 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벨로우소프 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있을까요?
기자) 조한범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전 러시아 정부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을 직접 만나 극진하게 대우한 사례로 미뤄 벨로소우프 장관과도 만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두진호 박사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위한 행보이기도 했던 걸로 보인다며, 벨로소우프 장관도 이번에 해당 사안을 의제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원식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4일 한국의 ‘연합뉴스TV’에 나와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6월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답방 형식이 될 수 있고, 푸틴이 북한의 파병에 감사하기 위한 예우 차원일 수도, 여러 민감한 현안을 다루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김 기자,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이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한국 군이 대응 조치에 나서는 일이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9일 오전 9시 35분께부터 오후 1시 53분께까지 중국 군용기 5대와 러시아 군용기 6대가 동해와 남해의 한국 방공식별구역 즉 카디즈(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한 뒤 이탈했습니다.
영공 침범은 없었으며, 양국 폭격기와 전투기 등이 진입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군용기들은 이어도 쪽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를 거쳐 독도 쪽으로 향했고, 러시아 군용기들은 북동쪽에서 독도를 향해 남하했습니다.
이들은 독도 남방 해상에서 일정 시간 같이 비행하다가 이후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합참은 “우리 군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카디즈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식별했고, 공군 전투기를 투입해 우발상황을 대비한 전술 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중러 군용기들의 이번 비행은 어떤 의도를 갖고 이뤄진 걸까요?
기자) 합참은 중러 양국이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을 통해 “중국 군과 러시아 군이 동해 공역에서 제9차 연합 전략순찰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중러 군용기의 동시 카디즈 진입은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근 1년 만입니다.
중러는 2019년부터 연합훈련 등 명목으로 연간 1∼2차례 정도 군용기를 카디즈에 진입시키곤 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그러나 러우 전쟁과 북한 군 파병으로 한반도에도 긴장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비행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이게 약간 시기상 미묘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중러 3국 협력은 아니지만 최소한 러시아 행보에 대해 중국이 함께 하고 있다는 메시지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해 대응하기 위해 설정하는 임의의 선으로, 개별 국가의 주권 사항인 영공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다만 다른 나라 방공식별구역 안에 진입하는 군용 항공기는 해당 국가에 미리 비행계획을 제출하고 진입 시 위치 등을 통보하는 것이 국제적 관행입니다.
중러는 그동안 카디즈에 진입할 때 이런 사전통보를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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