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강경기조의 대북정책 동력도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북한은 이 사태를 대내외에 자신들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한 호재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지난 14일부터 직무에서 배제됐는데요, 이런 가운데 오늘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회가 열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6일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는데요, 이 자리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출석했습니다.
김 장관은 현안보고를 통해 대북 전단 문제와 관련해 기존 정책기조를 바꾸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녹취: 김영호 장관] “전단 문제에 있어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상황 관리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자 하고 있으며 지난 12일 전단 단체들에게 신중한 판단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줄곧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던 통일부의 기존 태도와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발언입니다.
진행자) 통일부의 입장이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뭘까요?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한국 내 정치 지형에 중대 변화 가능성이 커진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국무총리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 대행 체제는 상황의 안정적 관리가 최우선 임무이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정책을 이어가긴 힘들 것이라며, 무엇보다 대북 협상파인 야당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진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5월10일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 전단 살포 이후 남북한 간 상대방에 대한 경쟁적인 전단과 오물 쓰레기 풍선 살포로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한국 사법 당국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하던데, 이건 어떤 얘기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이번 사태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15일 불러 ‘오물 풍선이 날아오면 경고사격 후 원점을 타격하라’는 지시를 합참에 한 적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도적 군사 충돌을 유발해 계엄 상황을 만들려 한 것”이라며 김 전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일반이적죄 혐의로 고발한 바 있습니다.
김 전 장관 변호인은 이에 대해 “피의 사실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라고 검찰에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런 조사 자체가 윤석열 정부의 기존 대북정책 기조가 유지되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며 대북정책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데 대해선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윤석열 정부가 했던 모든 것들이 순수한 북한 대응이 아니라 이것이 국내정치와 연계돼 있다는 그런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면 여기에 대해서 확성기라든지 민간단체 전단 살포라든지 그런 것들의 동력들이 다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북한이 이를 또 이용하겠죠.”
윤석열 정부는 북한을 압박해 대화로 나오게 하고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단념시킨다는 ‘담대한 구상’을 내걸고 철저한 대북 제재 이행과 북한 인권 공론화 등 북한을 압박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올해 광복절에는 남북 간 화해, 협력보다는 북한 주민의 자유 통일에 대한 열망을 촉진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내용의 ‘통일 독트린’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북한 매체들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을 보도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한국에서 14일 윤석열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고 대통령 권한이 정지됐다”고 16일 보도했습니다.
이들 매체는 “윤석열이 12일 거짓과 억지로 엮어진 담화 발표라는 사기극을 벌려놓았지만 정계와 사회계의 더욱 거센 반발과 분노를 야기시켰다”면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탄핵 열기가 더한층 고조되는 속에 여당 내 분열이 격화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계엄 관련 수사 진행 상황도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한국 내부에서 정치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다른 태도를 보였는데,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서는 비교적 시간차를 두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 북한은 이를 약 4시간 만에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빠르게 보도했습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는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서 침묵하다가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뒤에야 처음 관련 보도를 내놨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런 북한의 반응에 대해선 어떤 해석이 나오나요?
기자) 북한 매체들의 보도 태도도 신중하지만 당국이나 주요 인사들이 윤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의 소리도 아직 없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북 강경책을 썼던 윤석열 정부가 중도하차할 위기에 처한 데 대해 북한은 내심 반기면서 굳이 나서서 역풍이 불게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당분간 수사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이번 사태를 ‘적대적 두 국가론’에 입각한 새 대남 노선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며, 내년 초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헌법 개정 내용을 적극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수사 결과 계엄 주도세력의 남북한 군사 충돌 유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해 한국에 대한 비난 공세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진행자) 한국의 정권 공백 상태를 활용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관측들이 나오나요?
기자)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러시아를 도와 상당한 규모로 파병하고 무기를 계속 지원하는 상황에서 남북 갈등은 북한에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굳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지는 않으리라는 겁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한의 주요 전선은 남북이 아니라 서방 대 반서방 전선으로 확대돼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한국은 정세 관리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용석 박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남북 변수가 악재가 돼선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트럼프하고 협상을 할지 자체에 대한 쉽지 않은 영역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김정은한테 한국 내부 정치 상황까지 포함해서 불리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면 도발을 통해서 또는 긴장 고조를 통해서 자기들이 보기에 우호적일 수도 있는 흐름 자체를 깨거나 바꿀 어리석은 짓은 안 하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죠.”
박원곤 교수는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물론 김정은 위원장도 위기 고조를 통해 상대방을 대화로 끌어내는 방식을 선호할 수 있다며 트럼프 새 행정부에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협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도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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