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은 대통령 탄핵 상황에서는 대북 확성기와 전단살포 그리고 휴전선 일대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인 전봉근 박사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군통수권이 제약받는 상황에서는 이런 조치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 청와대에서 국제안보비서관(1993-1997)과 통일부 장관 정책 보좌관을 역임한 전봉근 박사를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12월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질문드리겠습니다. 한국 용산 대통령실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사이에는 비상 소통 채널인 핫라인이 있는데, 이번에는 핫라인이 작동 안 했나요?
전봉근) 한미 대통령실과 백악관 사이에는 핫라인(Hot Line)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한국 측에서 이러한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국내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미국에 통보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기자)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심각하게 오판(badly misjudged) 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이번 사태에 크게 실망한 것일까요?
전봉근) 아주 크게 실망을 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우선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주의 가치, 또 인권과도 상당히 충돌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웠겠죠. 미국은 한국의 그러한 행동이 첫째 잘못됐고, 둘째, 그런 것에 대해서 통보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불쾌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의 외교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전봉근) 크게 몇 가지 이유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비상계엄을 하고, 우리 국체를 유린함으로써, 한국의 국가적 신뢰성, 국가적 신인성, 신뢰성이 떨어졌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일련의 탄핵 과정, 그리고 현재의 대통령이 사실상 권한 불능으로 인해서 한국의 군 통수권 그리고 외교권 행사가 사실상 마비 됐습니다. 한국의 외교 안보가 가장 취약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기자) 한국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를 시도했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습니다. 소수당인 ‘국민의 힘’이 왜 반대를 한 것일까요?
전봉근) 아마 ‘국민의 힘’ 당에서도 대통령의 그런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 탄핵 소추를 했을 때, 몇 달 뒤에 대통령 선거가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국민의 힘’이 100% 대선에서 진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시간을 끌기 위해서 탄핵 소추에 반대를 했지만, 아마 계속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안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북·중·러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을 고집”했다고 돼 있습니다. 이것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나요?
전봉근)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과도하게 진영적인 외교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논쟁이 있습니다만, 특히 탄핵 소추안에 있는 이 내용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이것이 탄핵의 사유는 될 수 없다는 논쟁이 있습니다.
기자) 현재 한국에서는 2가지 시나리오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탄핵 시나리오고 또다른 것은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질서있는 퇴진’ 시나리오입니다. 향후 정국이 어떤 시나리오에 따라 전개될까요?
전봉근) ’질서있는 퇴진’ 시나리오는 대통령이 하야를 하고, 즉 다시 말해서, 당장 국정에서 손을 떼고, 하야를 약속함으로써 성립될 수 있는 시나리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알려지기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러한 것을 자진해 부정했기 때문에, 제가 볼 때 현재로서는 탄핵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일 것 같습니다.
기자)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정국은 누가 이끌어 가야 하나요?
전봉근) 이와 관련해서 아주 큰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보통 대통령이 유고가 되면, 바로 다음에 있는 국무총리, 그리고 그 다음 장관이 통치권을 행사하는 순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일종의 내란을 했고, 그 내란의 상황에 있기 때문에, 행정부 전체가 상당한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현재의 행정부와 그리고 유일하게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국회가 당분간, 새로운 대통령이 나오기까지는 정국을 이끌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1월 20일에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까요?
전봉근) 우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한국에 다양한 요구를 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한미군 문제, 관세 문제,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 문제, 그리고 북한과 미국 간의 정상회담, 북핵 협상 등이 이미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그런 것에 대해서 우리는 미리 미국과 대화를 할 필요성이 있는데, 현재 한국은 누구도 이런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주체가 사실상 없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한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대해서 우리가 사전 준비를 하는 상황에서, 우리한테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기자) 전봉근 박사님은 최근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휴전선 일대의 대규모 군사 훈련 중단 등을 주장하셨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시죠.
전봉근) 원래 한반도는 냉전기 그리고 탈냉전기에 계속해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아주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수년 간 탈냉전기의 남북대화도 사실상 끊어져 버리고, 북한은 이제 핵무장을 함으로써 더욱더 공격적인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인 관리를 해야 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특히 한국은 대통령의 사실상 유고 상태로 군 통수권을 행사하는데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가 볼 때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서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있는 전단살포, 확성기 문제, 그리고 대규모 군사 훈련 중단 등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만일 한국이 일방적으로 그런 조치를 취하면 북한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까요?
전봉근) 북한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사실 현재 우리는 전단을 보내고 북한은 오물을 보내는데, 그리고 또 우리는 확성기 방송을 하고 북한도 확성기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그것이 한국에 대한 ‘대응 조치’라고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중단해도 북한이 안 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죠. 북한이 상응조치를 취할 수도 있고 안 취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불구하고 제가 볼 때, 현재로서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그러한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일체의 소지를 제거하기 위해서, 북한의 태도와 무관하게 우리가 우선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전봉근 박사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전봉근)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외교안보 전문가인 전봉근 박사로부터 최근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문제점과 수습방안 그리고 남북관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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