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는 미국 상원에서 국가 안보 정책을 감독하는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를 이끌 차기 위원장에 제임스 리시 의원과 로저 위커 의원이 각각 내정됐습니다. 두 의원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국 핵무기 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인사들입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내년 1월 3일 출범하는 119대 의회에서 상원 공화당 대표를 맡게 될 존 튠 상원의원이 새 의회의 상원 총 21개 위원회에 배정될 공화당 소속 의원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20일 발표된 명단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안보 정책을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상원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를 이끌 차기 위원장에 제임스 리시 의원과 로저 위커 의원이 각각 내정됐습니다.
이 명단은 새 의회에서 상원 승인을 거쳐야 공식 효력을 갖습니다.
리시 의원과 위커 의원은 한반도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해야 할 필요성을 거론해 온 인사들입니다.
118대 의회에서 상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로 활동한 위커 의원은 지난 5월 발표한 ‘대규모 방위 투자 계획’을 통해 미국은 인도태평양 역내 새로운 핵 공유 협정과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본회의장 연설에서 “한국, 일본, 호주와 함께 핵 부담 공유 협정을 논의해야 한다”며 또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핵무기를 과거에 배치했던 곳, 즉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녹취:위커 의원] “With our allies South Korea, Japan, and Australia, we should discuss nuclear burden-sharing agreements…We should also explore re-deploying American nuclear weapons back where they have been in the past, to that region, to keep North Korea and China in check.”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방안 등이 담긴 대규모 방위 투자 계획과 관련해 위커 의원이 이번 의회에서 추진했던 국방수권법안 포함 노력이 새 회기에서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게다가 새 의회에서는 공화당이 주도권을 잡기 때문에 군사위원장으로서 위커 의원이 제안한 방안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큽니다.
118대 의회에서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를 맡았던 리시 의원도 인도태평양 역내 핵무기 재배치 방안을 제안해 왔습니다.
리시 의원은 지난 8월 VOA에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핵 역량 강화 추세를 언급하면서 “확장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태평양 전구에 핵무기 재배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동맹국들과 논의를 심화하는 것이 금기시돼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리시 의원은 역내 핵 자산 배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은 대중국 경쟁 법안을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이번 회기에 발의했었는데, 공화당이 장악하는 새 회기에서 이런 법안이 다시 상정돼 처리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밖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리시 의원은 미한일 3국 협력 강화와 한국과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을 거론해 왔습니다.
리시 의원과 위커 의원은 모두 전통적인 공화당 주류파 인사로 분류됩니다.
3선인 리시 의원은 116대 의회에서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내는 등 외교위 최고위 공화당 인사로서 특히 중국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같은 당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는 다소 다른 접근법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선거에서 4선에 성공한 위커 의원은 공군 예비군 중령 출신으로, 리시 의원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는 물론 이스라엘과 타이완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지지하며 전 세계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해 왔습니다.
한편 새 의회에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하원에서는 차기 외교위원장과 군사위원장에 각각 브라이언 마스트 의원과 마이크 로저스 의원이 내정됐습니다.
공식 임명은 내년 초 하원 승인 후 이뤄집니다.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장의 후임으로 선출된 마스트 의원은 약 12년간 육군에서 복무했으며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발물 처리 기술자로 복무하던 중 두 다리를 잃었습니다.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한 마스트 의원의 입장은 크게 알려진 바 없는데, 2022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당시 성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나약함’을 비판하며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 부과 등 ‘힘을 통한 평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마스트 의원은 또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지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미국의 지속적인 재정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이번 회기에 이어 새 회기에도 하원 군사위원장을 맡게 될 로저스 의원은 전통적인 공화당 주류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인사입니다.
특히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위협 증대에 대비한 역내 및 본토 미사일 방어망 강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
로저스 의원은 또 지난 4월 VOA에 한일 자체 핵무기 보유는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습니다.
[녹취:로저스 의원] “I don't think that is a good move…we don't need any more nuclear power to deal with… I think providing enough resources, in that area of responsibility is one of the best ways to achieve that goal.”
로저스 의원은 “우리가 대처해야 할 더 이상의 핵보유국은 없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대신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확장 억지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역내에 충분한 재원을 제공하는 것이 그 목표(확장 억지력 강화)를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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