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현재 ‘불안정한 안보 환경’에 직면했으며, 대응을 위해 핵실험 재개도 검토하고 있다고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밝혔습니다.
랴브코프 차관은 27일자 코메르산트 인터뷰에서, ‘군비 통제 시대가 끝나고 군비 경쟁의 시대가 됐냐’는 취지의 질문에 “미국이 군비 통제 협정들을 체계적으로 파기”했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러한(군비 통제) 노력과 합의를 저버리고, 과도한 패권적 야망에 사로잡혀 전략적 균형을 흔드는 행보를 강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현재 우리(러시아)는 일련의 협정 파기 이후 불안정한 안보 환경에 직면했다”고 말했습니다.
◾️ “미국이 적대정책 유지” 주장
"INF(중거리핵전력조약)가 폐기됐지만,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을 철회하면 러시아도 대응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냐"는 질문에 랴브코프 차관은 비관적으로 답했습니다.
“미국이 현재의 적대적 정책을 유지하는 한, 이러한 대화는 성립되기 어렵다”면서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강화한다면, 러시아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포괄적 접근을 통해 전략적 안정성을 확보하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중거리핵전력조약 폐기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지난 2019년, 미-러의 대표적 군축 조약이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이행을 중단해 결국 파기시킨 바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당시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수년 동안 INF을 위반해왔고, 이 상태에서 조약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INF는 중거리 지상 발사 미사일의 개발과 생산, 배치, 운용을 일체 하지 않기로 한 약속입니다.
지난 1987년 미국과 옛 소련 사이에 체결돼 이듬해 발효됐습니다.
미국이 대표하는 서방 자유 진영과, 소련이 이끄는 동구 공산 진영이 서로를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군축 약속과 냉전 해체의 핵심으로 평가됐습니다.
◾️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 가능성 “매우 제한적”
랴브코프 차관은 다음달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새로운 군비 통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습니다.
“전략적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러시아는 미국이 적대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랴브코프 차관은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의 정책 방향과 기존 적대적 입장을 고려할 때, 합의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 “핵실험 포함 모든 옵션 검토”
이어서 ‘만약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면, 러시아와 그 밖의 다른 나라들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미국의 핵실험 재개는 전 세계적으로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는 핵실험 재개를 포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그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국제 안전 보장 체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랴브코프 차관은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러시아는 미국의 적대적 정책과 이에 따른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마지막 핵실험’ 소련 1990년 미국 1992년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1990년을 끝으로 핵실험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핵실험을 진행한 국가는, 마지막 실험을 기준으로 1991년 영국, 1992년 미국, 1996년 중국과 프랑스, 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2017년 북한 등입니다.
이 중에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한 나라는 북한뿐입니다.
북한은 2006년 10월, 2009년 5월, 2013년 2월, 2016년 1월과 9월, 2017년 9월 등 총 여섯 차례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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