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우주기술과 위성기술을 공유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미한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오늘(6일)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에 발사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미한 외교장관 회담 소식부터 알아보죠.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파악한 내용을 언급했다고요.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은 6일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조태열 장관과 회담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파악한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We have reasons to believe that Moscow intends to share advanced space and satellite technology to Pyongyang."
블링컨 장관은 “모스크바가 북한에 첨단 우주와 위성 기술 공유 의도가 있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십 년간의 정책을 뒤집고 북한 핵을 용인할 가능성에 가까워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지난달 말에 쿠르스크에서 1천 명 넘는 북한인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략하고 영토를 재편성하려는 시도의 결과이며 모스크바와 평양 간 협력 심화로 인한 위협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 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협력을 확대하는 노력이 문제 해결에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외교장관 회담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대면 만남이었는데요,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선 어떤 언급이 있었나요?
기자) 미한 양측은 한국의 정치 혼란에도 양국 동맹은 흔들림 없이 견고하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조태열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가 “얼마나 미한관계에 손상을 줬는지 모르지만 지난 한 달간 블링컨 장관,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 등과 소통하는 가운데 양국 간 완벽한 신뢰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양국 관계에 두려움이나 불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과 관련해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한 일부 조치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와 직접적으로 소통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We trust that Republic of Korea, as a leading global democracy, will proceed in full accordance with its Constitution and rule of law."
블링컨 장관은 “최근 몇 주가 한국 민주주의에 있어 시험대였는데 한국 국민이 회복력을 발휘하며 응답하고 있다”며 “한국이 세계의 선도적 민주국가로서 헌법에 입각해 앞으로 나아갈 것을 믿는다”고 지지를 밝혔습니다.
조 장관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측이 “미한동맹에 어떠한 공백도 없음을 재확인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기본적 가치 공유국으로서 연대 하에 모든 정책 행보를 긴밀 협조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블링컨 장관이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도 만났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예방하고 미한동맹과 미한일 협력, 북한 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최 권한대행은 “블링컨 장관의 방한은 그 자체로 흔들림 없는 미한동맹을 보여준다”며 “미한동맹 70주년 기념 공동성명과 워싱턴 선언, 미한일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 등을 통해 양국의 핵심 성과들이 계속 이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최근 한국 여객기 참사에 관해 미국 국민을 대표해 위로와 기도를 전하면서 “미국은 어떤 필요한 지원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한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이뤄지는 고별방문 성격이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한국에 이어 오는 9일까지 일정으로 일본과 프랑스도 순방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이번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소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미한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 날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6일 정오께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습니다.
미사일은 10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1천100여km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탄착했습니다.
합참은 “미일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고, 세부 제원은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지난해 11월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 이후 두 달 만입니다.
진행자)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 기종에 대해선 어떤 얘기가 나오고 있나요?
기자) 합참은 발사 초기 이 미사일이 사거리 3~5천km의 중거리급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평가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미사일은 실제론 1천100여km를 날아가 준중거리에 해당하는 사거리를 보였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극초음속 미사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연료량 조절 등을 통해 거리를 줄였거나 저공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특성상 정확히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 등이 제기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ICBM 고각발사라면 이미 고도는 나오거든요. 사거리보다 고도가 훨씬 정확하기 때문에, 레이더가 있기 때문에. 또 KN-23, 24, 25보다는 사거리를 넘어서기 때문에 준중거리의 극초음속 미사일일 개연성, 중간 단계, 개발 단계 이 정도로 보여집니다.”
만일 극초음속 미사일이 맞다면 비행거리 1천100여km는 이제까지 포착된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중 가장 멀리 날아간 겁니다.
중거리급 엔진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할 경우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이 출동하는 미국령 괌까지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합참은 “미한 정보당국은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감시해 왔다”며 추가 발사에 대비해 감시와 경계를 강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에 담긴 정치적인 의도는 무엇일까요?
기자) 무엇보다 지난해 11월 6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 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서지 않았던 북한이 오는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을 2주 앞두고 도발에 나선 점이 주목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지난 연말에 있었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미국을 향해서 초강경 정책을 선언한 바가 있거든요.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2주 정도를 앞두고 북한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적어도 북한을 무시하지 마라, 북한을 기억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먼저 보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 이번 도발이 서울에서 미한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 날 이뤄져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한 외교장관들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습니다.
조태열 장관입니다.
[녹취: 조태열 장관] "오늘 있었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빈틈없는 연합방위태세와 확장억제 강화를 통해 북한의 어떤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단호히 대응키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한국 내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측의 대응태세를 시험하려 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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