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 장병들을 풀어줄 수 있다며,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군을 돌려받는 포로 교환을 하자고 12일 제안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북한군 장병들의 심문 영상을 올리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억류된 우리 전사들과의 교환을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조직할 수 있다면 김정은의 군인들을 기꺼이 돌려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영문으로 적었습니다.
아울러 “(이번에) 북한군 포로들이 처음 잡힌 것에 더해, 앞으로 더 많이 잡힐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북한군 포로가 늘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군은 최근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서 진행 중인 대우크라이나 전투에 러시아군을 도와 참전한 상태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쿠르스크 전장의 북한군 사상자가 4천 명에 이른다고 앞서 밝힌 바 있습니다.
◾️ “여기서 살고 싶어요”
이날(12일) 공개된 영상에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앞서 쿠르스크에서 생포했다며 소셜미디어에 얼굴과 신원을 공개한 북한군 두 명이 등장했습니다.
2021년에 입대한 20세 소총수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묻자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다 좋은가요?”라고 되물은 뒤 “여기서 살고 싶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질문자가 “여기서 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면서 “그러려면 건강해야 한다”고 답하자 이 병사는 “집에는 안 보내주겠지요?”라고 물었습니다.
집에 가고 싶냐고 다시 묻자 이 병사는 “가라면 가는데…”라고 말을 흐렸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에 남으라면 남겠냐”고 질문하자, 이 병사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훈련인 줄 알고 파병 참가
이 병사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것을 알고 있었지, 몰랐어?”라는 질문에 몰랐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파견이 훈련인 줄로만 알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병사는 “(지휘관들이) 누구랑 싸운다고 했어?”라는 물음에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해서요”라고 답했습니다.
심문은 우크라이나 당국자가 질문하면 이를 다른 사람이 한국어로 통역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통역자는 북한 억양 없이, ‘조선’ 대신 ‘북한’이라고 말하는 등 한국식 어휘를 구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한국 국가정보원과 협력해 북한군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앞서 밝힌 바 있습니다.
◾️ 다쳐서 말 못하는 병사도
이날 심문 장면이 공개된 또다른 병사는 26세 저격수로, 턱을 다쳐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 병사는 “북한에 가족이 있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습니다.
아울러 자신이 여기 있는 걸 북한의 가족들이 아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 “귀환 원치 않으면 다른 방법”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영상 공개와 함께 “귀환을 원하지 않는 북한 병사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적어, 한국으로 보낼 수도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 “러시아, 북한 군사 지원에 의존”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음달 개전 3주년을 맞는 이번 전쟁에 대해 “러시아군이 북한의 군사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관해 이제 세계 누구도 의심할 여지가 없어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푸틴(러시아 대통령은)은 3년 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최후통첩과 역사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평양(북한 당국)의 군사 지원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이 전쟁에 대한 진실을 한국어로 전파함으로써 평화를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이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고 게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댓글 기능을 활용해, 해당 게시물 내용을 한국어로 번역해 올리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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