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러시아 파견 병사 사상 속출에도 침묵…한국 국민 70% “북한 러 파병 한반도 정세 위협”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 군 병사가 우크라이나 군을 향해 D-30 곡사포를 조준하고 있다. (자료화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 군 병사가 우크라이나 군을 향해 D-30 곡사포를 조준하고 있다. (자료화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북한군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여전히 파병 사실 자체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선 압도적 다수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한반도 정세에 위협 요인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러시아 파견 병사 사상 속출에도 침묵…한국 국민 70% “북한 러 파병 한반도 정세 위협”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07:09 0:00

진행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병사들의 사상자 발생 소식이 연일 나오는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파병 사실 자체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한국 내에선 어떤 분석이 나옵니까?

기자) 한국에선 북한이 러시아 파병에 대해 철저하게 언급을 피하고 있는 데 대해 진퇴양난의 속앓이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지난 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 대사의 발언과 북한 측 반응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대사가 8일 열린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 UN TV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대사가 8일 열린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 UN TV

황 대사는 이 자리에서 “북한은 자신의 핵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국민을 희생시키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서의 죽음과 파괴에 더욱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황 대사는 특히 성경 구절을 인용해 “병사들의 피가 땅에서 울부짖고 있다”며 “이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맹비난했습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이에 대해 최근 북한의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미국과 한국 측 규탄에만 반발했을 뿐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비난에 대해선 일절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는 북한군의 해외 참전이 전례없는 일인데다 대규모 사상자 발생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자칫 체제 내구성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극도로 단속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지금은 북한군 사상자 규모뿐만 아니라 전사한 북한 군 이름까지 전해지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미 미한은 당국 차원에서 파병된 북한군 1만여 명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인원이 전사 또는 부상을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 사상자가 4천 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선 전사한 북한군의 유류품과 이름까지 전하고 있습니다.

9일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OF)이 공식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살된 북한군 ‘정경홍’이 생전 지니고 있던 수첩의 내용이라며 올린 사진. (사진출처: t.me/ukr_sof/1367)
9일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OF)이 공식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살된 북한군 ‘정경홍’이 생전 지니고 있던 수첩의 내용이라며 올린 사진. (사진출처: t.me/ukr_sof/1367)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OF)은 공식 텔레그램에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살된 북한군 ‘정경홍’이 생전 지니고 있던 수첩의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앞서 친 우크라이나 자원봉사단체인 인폼나팜은 지난 7일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쿠르스크에서 총격과 드론으로 13명을 사살했다며 전사자의 시신과 유류품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사진에는 ‘정금룡’이라고 이름을 적은 병사의 노동당 입당청원서도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러우 전쟁에 참전한 북한 병사들이 처한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걸까요?

기자) 북한 당국 차원에서 정보 통제를 철저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패권 유지를 노린 비열한 거짓 정보 유포 책동’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반제자주적인 나라들을 와해 붕괴시키기 위한 미국과 서방 세력의 여론조작과 허위 정보 유포 행위가 보다 악랄해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8일자 노동신문 6면 부분 발췌. (화면출처: 노동신문 홈페이지)
8일자 노동신문 6면 부분 발췌. (화면출처: 노동신문 홈페이지)

이 기사는 이란의 한 매체를 인용해 “미국과 서방의 여론 조작과 허위정보를 통해 이란 내부 불안정을 조성하는 여론 공세를 펴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란 상황을 빗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는 상황과 관련한 소식이 주민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것을 단속하는 차원에서 나온 보도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당국이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에 나가 있는 무역일꾼 등을 통해 관련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특히 중국에 나와 있는 무역 대표부 사람들은 중국이 장기 체류 비자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북한에 들어갔다 나와야 돼요. 그럼 소식이 안 퍼질 리가 없죠. 그러니까 점차 파병 사실은 알려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북한 주민들은 모르고 있다, 따라서 큰 동요는 현재까진 없는 상황이고요.”

진행자) 김 기자, 러우 전쟁이 조기에 끝날지 여부도 모르고 또 추가 파병 가능성도 높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관련 정보를 통제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기자)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도 나름대로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는 건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걸 의미한다는 설명입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조기에 러시아 파병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추이를 보면서, 특히 북한군 복귀를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강도를 봐 가며 대응 방향을 정할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녹취: 박원곤 교수] “소통 채널을 복원하면서 아마도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가장 먼저 전달할 메시지는 이 러우전쟁 파병문제를 얘기할 가능성이 있어요. 왜냐하면 이걸 빼내야 러우전쟁 종전이 그나마 용이해지는 거니까. 북한이 그때까지를 좀 버티지 않을까, 왜냐하면 북한이 자신들의 희생이 더 증대되는 모습이 등장하면 그만큼 대내적으로 위기가 올 가능성도 있는 거니까 적당한 명분이 있으면 빠져야 되는 거잖아요.”

두진호 박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우 전쟁 발발 기념일 또는 러시아 전승절이 있는 2월 또는 5월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고 이때 러시아와 승전을 선언하면서 파병을 공식화하고 이를 정당화하려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여론 조사가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지난해 11월 말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 명을 상대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국민통일여론조사에서 국민 34.5%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한반도 정세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답변했다고 9일 밝혔습니다.

‘약간 위협이 된다’는 응답도 36.7%가 나와, 두 응답을 합치면 71.2%가 북한의 파병을 한반도 정세에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두진호 박사는 북러 신조약에 기초해 북한이 러우 전쟁에 참전함으로써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 참전도 공식화된 셈이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의 위협 인식도 높아진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전략연구실장.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전략연구실장.

[녹취: 두진호 박사] “한반도 유사시에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북한 위협 말고도 러시아 위협을 잠재적 위협이 아니라 실질적 위협으로 우리가 인식해야 한다는 그 자체가 위협인 겁니다.”

전문가들은 참전을 통해 북한군의 실전 능력이 커지고 참전의 대가로 북한이 필요로 하는 전략무기와 해·공군 무기 체계 그리고 관련 군사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점 또한 한반도와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