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동 가자지구를 접수할 것이라는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곳곳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자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압델 라티프 알카누 대변인은 5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인종차별적인 입장”이 드러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를 몰아내고 대의를 없애라는 이스라엘 극우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도 “가자를 점령하고 팔레스타인인을 조국에서 쫓아내겠다는 요구를 강력히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주변 중동국가들에서도 격렬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4일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인 이주나 영토 병합 등 권리 침해를 무조건 반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팔레스타인의 독립 없이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 영국·호주·프랑스 등 일제 비판
미국의 동맹국들도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5일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거론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이어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주권 국가로 평화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주요 야당인 자유민주당 에드 데이비 대표도 발언에 나서 “우리 중 많은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를 느꼈다”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위험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도 이 문제에 관해,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5일 현지방송 ABC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앨버니지 총리는 “역사적으로 이스라엘 국가 수립 과정에 호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하지만 당시 결정된 것은 단 한 나라(이스라엘)가 아닌 두 나라(팔레스타인 포함)를 세우는 것이었으며, 이는 지금까지 초당적으로 유지된 나의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도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 중국 “올바른 궤도 돌아가야”
중국 정부도 비판에 동참했습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중국)는 가자 주민들의 강제 이주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항상 ‘팔레스타인인에 의한 팔레스타인 통치’가 가자지구 전쟁 이후 통치의 기본 원칙이라고 생각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린 대변인은 이어 “관련 당사자들이 가자지구의 휴전과 전후 통치를 계기로 팔레스타인 문제가 ‘2국가 방안(해법)’을 기초로 한 정치적 해결이라는 올바른 궤도로 돌아가 중동의 지속적인 평화 실현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이 비슷한 맥락의 입장을 내는데 관해,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미국의 동맹이나 적대적인 국가나 한결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거부했다”고 5일 해설했습니다.
◾️ “완전히 이성 잃어”
미국 내에서도 격렬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당일(4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회견 현장 영상을 공유하고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He’s totally lost it)”고 적었습니다.
이어서 “미국의 가자 침공은 미군 수천 명 학살로 이어질 것이고, 중동에서 수십년간 전쟁이 지속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당의 라시다 틀라입 하원의원은 이날(4일) 엑스를 통해 “트럼프(대통령)가 집단 학살 전범(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옆에 앉아 공개적으로 민족 청소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집권당인 공화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지역구 유권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제안”이라고 말했습니다.
◾️ “중동의 리비에라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직후 공동 회견에서, ‘가자지구 접수 구상’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를 접수(take over)해 현장에 남아 있는 위험한 불발탄과 기타 무기를 제거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한 뒤 경제 개발을 통해 일자리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구 점령이냐는 질문에는 “장기적 소유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이게 그 지역은 물론, 중동 전체에 큰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군을 파견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접수 이후 계획에 관해 “우리는 그 지역을 인수하고 개발할 것”이라면서 “가자를 중동의 리비에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리비에라’는 지중해 연안 고급 휴양지 밀집지역를 뜻합니다.
프랑스 칸에서 이탈리아 라스페치아에 이르는 해안 일대를 아우르는 명칭입니다.
아름다운 해안선과 리조트, 관광 명소 등을 갖춘 곳을 가리킬 때 이 말을 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든 이야기가 “농담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허세를 부리는것도 아니”라면서 “이곳(가자)을 국제적으로 믿을 수 없는 장소로 만들 수 있을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아름다운 지중해 해안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밝히고 “정말 장엄한 곳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주민 이주 필요 주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 밖으로 재정착시키는 방안을 거론했습니다.
“현재 해당 지역 지도자들이 반대하고 있는 지역에 그들을 정착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4일) 회담 직전에도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갈 곳이 없어 남아 있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 곳은 폐허일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웃나라들이 수용해야 한다고 수 차례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인접국가인 요르단과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난민 재정착 계획을 거부했습니다.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도 "우리의 고향은 우리의 고향"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 기반시설 대부분 파괴
가자지구는 지난 2023년 10월부터 이어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기반 시설이 대부분 파괴된 상태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은 지난달, 교전을 중단하고 이스라엘인 인질과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들을 맞교환하는 3단계 휴전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현재 실천 조치가 진행 중입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동 회견에서 “역사를 바꿀 결단”이라고 가자 접수 구상을 극찬했습니다.
아울러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백악관에서 경험한 역대 최고의 미국 대통령”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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