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미국에 도착해 공식방문 일정을 시작합니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등을 통해 두 나라 `미래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문 기사 보기] 'Abe's US Visit to Focus on Controversial Statements'
아베 총리는 26일 워싱턴에 앞서 미 북동부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을 찾아 일주일 간의 미국 공식방문 일정을 시작합니다.
미-일 두 나라 정부는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에 “역사적” 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승전국과 패전국에서 굳건한 동맹으로 발전한 두 나라의 관계를 종전 70주년을 맞아 더욱 새로운 관계로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두 나라의 의지는 아베 총리의 주요 일정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공식방문 (official visit)이지만 사실상 국빈방문 (state visit)과 다를 바 없는 핵심 행사들이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아베 총리는 28일 오전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저녁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주최하는 국빈만찬에 참석합니다.
이어 29일 오전에는 일본 총리로는 사상 처음으로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합니다.
사사에 겐이치로 미국주재 일본대사는 지난 21일 워싱턴에서 가진 강연에서 아베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역사적인 상징성을 갖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사사에 대사] “This will be the first time! The first time! You couldn’t believe it….”
사사에 대사는 일본 총리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이 사상 처음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이 미-일 관계가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새로운 동맹시대를 구축하고 선포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 의제는 국방과 경제, 미래 공동가치와 비전 선포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우선 두 나라는 27일 열릴 외교.국방 장관 간 `2+2’ 회담을 통해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마무리하고 다음날 정상회담에서 이에 기반한 군사동맹의 확고함을 과시할 예정입니다.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의 군사비 부담을 덜고 역내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일본과의 군사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따른 위협과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 분쟁 등 다각도로 변하는 안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군사 문제에서 이른바 `정상국가’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을 방문해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거듭 확인하는 한편 일본의 주권 행사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었습니다.
[녹취: 오바마 대통령] “Let me reiterate that our treaty commitment to Japan’s security is absolute, and…”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이 발표되면 일본은 지리적 제한 없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미군과의 군사 협력도 크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아시아정책연구소(NBR)의 메레데스 밀러 연구원은 ‘VOA’에 오바마 대통령이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여러 함축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밀러 연구원] “I think one of the things that the U.S. definitely wants to do is to send a strong signal…”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뿐아니라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 일본 국민들에게 미-일 동맹이 강하고 중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길 원한다는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태 지역 뿐아니라 중동 평화와 기후변화 등 세계적인 현안에 대해 가치 공유국인 일본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또 28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에 대한 포괄적인 진전을 강조할 예정입니다.
사사에 일본 대사는 아베 총리가 TPP와 관련해 자유시장경제와 법치, 민주주의 등 미국의 가치를 아태 지역에서 함께 실현할 나라가 동맹인 일본이란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사사에 대사] “United States and Japan are the major driving force to do this…”
미국과 일본이 아태 지역에서 공동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 세력이란 것을 정상회담과 의회 연설을 통해 강조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또 지역 현안인 북한 핵 문제와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 인권 문제, 과거사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침략전쟁과 일본 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이 원하는 진지한 반성이나 공개적인 사과 표현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워싱턴 소식통들의 분석입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24일 위안부 문제가 최종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에반 메데이로스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날 전화 회견에서 미국은 위안부 문제가 정직하고 건설적이며 진솔한 방법으로 치유를 촉진하고 최종 해결돼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메데이로스 선임보좌관] “ We always stress that it’s important to address history questions in an honest, constructive…”
메데이로스 보좌관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국장급 협의를 통해 과거사 문제에 진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미래지향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미 의회 의원들은 최근 의회 연설과 공동서한 등을 통해 아베 총리의 과거사에 대한 확실한 반성과 사과를 촉구해 왔습니다.
아베 총리는 미국 도착 다음날인 27일 하버드대학 케네디 대학원에서 연설한 뒤 학생들과 대화를 갖고 매사추세츠공대 (MIT)를 방문합니다.
또 이날 오후에는 워싱턴으로 이동해 알링턴 국립묘지에 헌화한 뒤 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유대인들을 기리는 유대인 학살기념관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방문합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 방문은 역사 인식에 대한 반성을 상징하는 행보여서 이번 방문을 통해 밝힐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과 관련해 특별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29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뒤 오후에 상원의원들을 별도로 만나고 사사카와평화재단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해 연설합니다.
이어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엔젤레스를 방문한 뒤 다음달 3일 귀국길에 오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