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여성의 보편적인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1년을 맞아 미 전역에서 찬반 집회가 열렸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대선 주자들 역시 입장을 내놓으며 낙태권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잭 스미스 특검이 기밀문서 유출 혐의와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을 12월로 연기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지난 2018년 유대교 회당을 겨냥해 11명을 살해한 총기 난사범이 사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지난 주말 미국 곳곳에서 낙태권을 둘러싼 집회가 열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보편적인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지 1년이 되는 24일, 미 전역에서 낙태권 찬반 집회가 열렸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내년 대선 출마에 도전하는 대권 주자들까지 입장을 내놓으며 낙태권이 주요 대선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디에서, 어떤 집회가 열렸는지 알아볼까요?
기자) 우선,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여성들의 행진'을 비롯한 낙태권 옹호 시민단체들이 시내에서 집회를 열고 내년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1년 전 판결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링컨 기념관에서는 낙태 반대 단체들이 모여 대법원 결정 1주년을 축하하는 ‘전국 생명의 날 기념대회’를 열었는데요. 이 외에 뉴욕을 비롯해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대법원의 결정에 대한 찬반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면서 낙태권을 둘러싼 미국인의 견해차를 여실히 들어냈습니다.
진행자) 낙태권에 대한 주요 대권 주자들의 생각을 들어보죠. 우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권 폐기에 대해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로 대 웨이드’ 판례가 폐기된 것을 비판하면서 공화당은 여성의 생식 권리를 제한하려는 시도를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낙태권 지지 집회에서 연설하면서 “실수하지 말라, 이번 선거는 다시 한번 투표의 자유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24일에는 성명을 내고 "1년 전 오늘 연방대법원은 미국 여성들의 선택권을 부정함으로써 미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박탈했다"고 말했는데요. 이어 “공화당은 전국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길 원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성의 낙태권을 반대하는 공화당의 입장을 비판하고 있네요?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집회에서 ‘가족계획협회행동기금’ 등 여성의 낙태권을 지지하는 단체 3곳으로부터 공식 지지를 받아내기도 했는데요. 민주당은 내년 대선에서 낙태권이 유권자들을 결집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낙태권 지지 집회에 참석했다고요?
기자) 네, 해리스 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연설했는데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공화당의 주도로 엄격한 낙태 제한법이 제정돼 다음 달 1일부터 낙태 허용이 기간이 기존의 20주에서 12주로 대폭 줄어듭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어떻게 우리의 기본권과 자유를 공격하느냐”고 지적하면서 “모든 미국인에게 이 권리를 보장하기 전까지는 이 싸움이 진정으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미 의회가 대법원이 빼앗은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쪽 대선 주자들은 어떤 목소리를 냈습니까?
기자) 24일 워싱턴 D.C. 에서 열린 낙태 반대 집회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참석했는데요. 펜스 전 부통령은 “미국의 모든 주에서 생명의 신성함을 회복할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도인 펜스 전 부통령은 하루 전 열린 ‘신앙자유연합’ 행사에서도 “모든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전국 기준으로 최소한 15주 전에 낙태 금지를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다른 공화당 경선 주자들은 어떤 목소리를 냈습니까?
기자) 현재 공화당 경선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은 낙태 제한에 찬성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디샌티스 주지사는 최근 플로리다주에서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 1년간 플로리다주처럼 낙태 관련법이 바뀌거나 낙태 제한법이 제정된 주가 많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2022년 6월 24일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은 지난 반세기 동안 여성의 보편적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하면서 각 주에 결정 권한이 있다고 판결했고요. 이후 주별로 낙태 제한 조치가 잇따랐습니다. 현재 소송 중인 경우를 포함해 낙태를 금지 또한 제한하는 법률이 제정된 곳은 미국 전체의 절반인 25개 주에 이릅니다.
진행자) 낙태는 오랜 세월 미국 사회에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낙태를 허용하는 여론이 좀 더 높고요. 특히 작년 대법원 결정 이후 낙태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4월 말 PBS·NPR 등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성인 응답자 61%가 낙태권을 지지한다고 밝혔는데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작년 6월과 비교하면 6%P가 늘어난 수치입니다.
진행자) 그래서 민주당이 낙태권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더 강력하게 내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달 로이터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낙태를 엄격히 제한하는 법을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했고요. 그런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36%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낙태가 주요 쟁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14%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 재판과 관련해 특별 검사 측이 재판 일정 변경을 요청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잭 스미스 특별 검사가 2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취급과 관련한 재판을 12월 11까지 연기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앞서 지난 20일 마이애미 연방법원의 에일린 캐넌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첫 공판을 8월 14일로 정했는데요. 4개월 정도 더 늦춰달라고 특검이 요청한 겁니다.
진행자) 재판 일정을 왜 연기하려는 걸까요?
기자) 스미스 특검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8월로 잡힌 일정은 “피고 측 변호인과 정부 변호사가 효과적인 준비에 필요한 합리적인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기밀문서를 검토할 수 있는 보안 승인을 받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면 구체적인 재판 절차 일정도 언급했습니까?
기자) 네, 스미스 특검은 배심원 선정 절차를 시작하는 시점을 12월 11일로 제안했고요. 그 전에 증거 개시 기한은 9월 5일까지로 제시했습니다. 미국 형사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에게 유무죄 입증 또는 혹은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와 증거들을 재판 전에 반드시 피고인 측에 전달해 피고인들이 방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데요. 그 기간을 늘릴 것을 제안한 겁니다.
진행자) 스미스 특검 측이 이외에 또 법원에 요청한 사안이 있습니까?
기자) 네,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 그리고 함께 기소된 월트 나우타 씨가 재판을 앞두고 사건에 관해 발언하는 것이 금지되어야 한다고 믿는 증인 목록을 제출할 수 있도록 요청했습니다. 앞서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나우타 씨가 사건 관련 증거물을 소셜미디어 등에 공개할 것을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바 있는데요. 법원이 이를 승인했었습니다.
진행자) 앞서 캐넌 판사가 재판 날짜를 처음 발표했을 때도 재판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은 나왔었죠?
기자) 맞습니다. 기밀로 분류된 증거를 다뤄야 하는 재판인 만큼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할 가능성은 제기됐었습니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변호인단이 8월 14일 재판을 취소하는 데는 반대하지 않지만, 특검이 제시한 일정에는 반대하는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재판이 현재 어디까지 진행된 겁니까?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석해 기소인부절차를 밟았습니다.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어떤 혐의로 기소됐는지 등의 내용을 고지하고, 공소 사실에 대해서 피고가 인정하는지, 혹은 부인하는지 그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한 건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뭡니까?
기자) 스미스 특검은 앞서 지난 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총 37개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국방과 관련한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혐의가 31건이고요. 문건 은닉, 허위 진술 등과 같은 사법 방해와 관련한 혐의가 6건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기소는 정치적 동기가 있는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고 있고요. 특히 내년 대선 출마를 앞두고 기소가 이뤄진 것은 선거 개입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지난 2018년 펜실베이아주 피츠버그시에 있는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11명이 숨졌는데요. 이 사건의 범인이 사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요 ?
기자) 그렇습니다. 26일 연방 법원에서 총기 난사범, 로버트 바우어스 씨의 형량 결정을 위한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범인에 대해 사형, 또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결정해야 하는데요. 재판은 4주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먼저 어떤 사건이었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기자) 지난 2018년 10월 27일에 일어난 일인데요. 바우어스 씨는 사건 당일 권총 3정과 공격형 소총 1정으로 무장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시 소재 ‘생명의 나무’ 유대인 회당 건물에 들어가 사람들을 향해 마구 총을 쐈습니다. 이후 범인은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과 대치해 총격전을 벌였는데요. 이 사건으로 유대교 신도 1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는데요. 다친 사람 가운데 4명이 경찰관이었습니다.
진행자) 당시 범행 동기가 유대인들에 대한 혐오 때문으로 밝혀졌죠?
기자) 네, 당시 바우어스 씨는 범행 현장에서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고 외쳤고요. 총에 맞고 경찰 특공대에 체포된 뒤에는 유대인들이 미국인들을 학살하려 한다며 유대인들을 죽이기를 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범행 전부터 범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유대인에 대한 증오감을 담은 글들을 올려놓았다고 합니다. 바우어스 씨는 특히 미국에 들어오는 난민들을 돕는 유대교 구호 조직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16일 범인 바우어스 씨가 유죄판결을 받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배심원들은 5시간에 걸친 심리 끝에 63개 죄목에 대해 모두 유죄를 결정했습니다. 사실 이 사건은 재판 초기 피고인의 변호사가 죄를 이미 인정했기 때문에 유죄 평결이 날 것은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바우어스 씨의 변호사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는 대가로 유죄를 인정하겠다고 제안했었는데요. 검찰이 이를 거부하고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앞서 유죄 평결 당시 바우어스 씨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현재 바우어스 씨의 변호인 측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바우어스 씨의 변호사는 오랫동안 피고인의 생명을 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그러니까 사형은 면하는 방향으로 방어하는 전략을 쓰겠다는 건데요. 바우어스 씨 변호인단은 그가 조현병과 간질을 앓고 있으며 뇌 손상을 입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앞서 바우어스 씨의 변호인 주디 클라크 씨는 피고의 범행은 종교적 증오가 아닌 망상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가 유대인의 지원을 받는 이민자들이 대량 학살을 하고 있다고 믿었으며, 유대인을 죽임으로써 대량 학살로부터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 거란 망상에 빠졌었다는 겁니다.
진행자) 바우어스 씨에 대한 사형이 결정되기 위해선 어떤 절차가 필요합니까?
기자) 검사는 배심원단을 설득해 만장일치로 해당 범죄가 사형에 해당한다고 결정해야 합니다. 재판 선고 절차 중 ‘적격성’ 단계에 해당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배심원단은 바우어스 씨가 범행을 의도적으로 저질렀으며, 범죄의 심각성을 높이는 가중 요소가 최소 하나 이상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해야 합니다. 그다음 배심원단은 가중 요소가 형을 낮추는 감경 요소보다 더 크다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합니다.
진행자)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까?
기자) 네, 검찰은 범인이 소셜미디어에 범행 계획을 올린 직후 행동에 옮긴 점을 이미 의도적인 범행의 증거로 제시했고요. 또 그가 상당한 사전 준비를 했고, 희생자 가운데 다수가 70세가 넘는 고령에 두 명의 발달 장애자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여러 사람을 살해하고 사망의 위험에 빠뜨렸다는 점 등 몇 가지 가중 요소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운동 당시 사형 종식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여전히 사형을 집행하는 주와 연방 차원에서 사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지난 2020년 17년 만에 사형 집행을 재개하면서 논란이 됐기 때문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2021년 관련 정책과 절차를 검토하기 위해 사형 집행을 일시 중지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