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강 호 사건의 전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김연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청천강 호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1년이 됐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7월 10일 청천강 호가 불법 무기 소지와 밀매 혐의로 파나마에서 억류됐습니다. 쿠바에서 선적한 무기를 설탕 포대 밑에 숨긴 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된 겁니다.
진행자) 어떤 무기를 숨기고 있었습니까?
기자) 미그-21전투기 2대 뿐만 아니라 엔진도 15 개를 몰래 운반했습니다. 그리고 지대공 미사일과 여기에 쓰이는 사격통제 레이더, 탄약이 실려 있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해명이 있었습니까?
기자) 북한 뿐만 아니라 무기를 선적해 준 쿠바도 해명에 나섰는데요, 양측 모두 적법한 계약에 따라 쿠바산 구식 무기를 북한에서 수리한 뒤 다시 쿠바로 가져가려고 한 것이다,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무기를 거래한 게 아니라 단순히 수리를 맡긴 것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무기 수리는 문제 될 게 없습니까?
기자) 유엔 대북 결의는 북한과의 무기 거래 뿐만 아니라 관련 서비스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기 수리 역시 유엔 대북 결의 위반입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지난 3월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진행자) 전문가 패널은 청천강 호 사건을 어떻게 결론 내렸습니까?
기자) 한마디로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겁니다. 특히 북한 측이 무기 수송을 숨기기 위해 아주 치밀하게 움직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비밀지침을 암호로 간부들에게만 전달했는데요, 여기에는 무기 적재가 발각됐을 때를 대비한 비상지침도 들어 있었습니다. 선박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켜 놓아야 하는 자동위치확인 시스템도 작동시키지 않았습니다. 청천강 호의 위치와 항해 경로를 숨기려고 했던 겁니다. 쿠바에서 무기가 선적됐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선적 서류나 영수증도 받지 않았습니다.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했던 겁니다. 무기가 적재된 40피트 높이의 컨테이너를 화물실의 가장 아래에 두고 그 위를 설탕 1만t으로 덮었습니다.
진행자) 파나마 정부도 이 사건을 상당히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청천강 호 검색을 지휘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건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파나마 정부는 유엔의 조사도 요청하고 마르티넬리 대통령이 직접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청천강 호 사건을 설명했습니다. 국제법과 국제규범에 따라 청천강 호를 억류했다는 점을 유엔이 인정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유엔은 어떤 조치를 취했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을 파나마에 파견해서 사건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였는데요, 유엔 안보리에 제출됐습니다. 문제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추가 조치를 취하느냐입니다.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이 모인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아직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위원회에서 결론이 나와야 안보리에 권고안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유엔에서는 아직 답보 상태라는 말이군요. 파나마 정부의 조치는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기자) 일단 선박과 선장, 선원들을 억류했습니다. 라 호야라는 해군기지 감옥에 이들을 억류했는데요, 일반 선원 32 명은 7개월만에 풀려났습니다. 올해 2월이었는데요, 원래는 파나마 정부가 1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지만, 북한이 69만 달러만 내고 선원들과 함께 선박을 돌려받았습니다. 하지만 선장과 간부들은 계속 억류돼 있었습니다.
진행자) 파나마 정부가 이들을 기소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반 선원들은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하더라도 선장과 간부들은 사정이 다르다는 겁니다. 명백한 범법 행위를 했다는 게 파나마 정부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청천강 호의 리영일 선장과 홍용현 1등 항해사, 김영걸 정치지도원은 라 호야 감옥에서 계속 구금된 채 재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진행자) 검찰은 몇 년을 구형했습니까?
기자) 8년을 구형했습니다. 지난 달 4일 재판이 열렸는데요, 당시 이 사건을 맡은 법무부의 로베르토 모레노 조직범죄 담당 검사와 전화통화를 했는데요, 청천강 호 사건의 사실관계가 이미 다 밝혀졌고 사건의 성격도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유죄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기자) 그런데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거군요.
진행자) 그렇습니다. 지난 달 27일 재판 결과가 나왔는데요, 법원은 청천강 호 사건이 파나마의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는 국제적인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파나마 당국이 유무죄를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선장과 선원들 모두 북한 정부가 직접 내린 명령을 따랐을 뿐인 만큼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검찰로서는 예상 밖의 결과였겠군요.
기자) 네. 법원이 변호인 측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게 아니냐, 이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상급법원에 항소했습니다. 그리고 선장과 선원들이 출국하면 항소심이 사실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이들의 출국금지도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법원이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1심 판결을 한 판사가 출국금지 요청을 받았지만 검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검찰도 예상한 대로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무죄판결을 한 판사가 이들의 출국을 금지한다는 건 사실 논리적 모순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청천강 호 선장과 선원들의 출국이 즉시 이뤄지지 않았어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이민국에서 업무처리가 지연됐기 때문입니다. 변호인 측이 직접 판결문 사본을 들고 가서 이민국에 제출해야 했습니다. 선장과 선원들의 신병을 넘겨받을 북한 외교관들의 입국도 늦어졌습니다. 쿠바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외교관 2 명이 갔는데, 이들의 입국비자 처리가 지연돼서 결국 예정보다 1주일 정도 지나서 선장과 선원들이 출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