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적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유엔에서 나왔습니다. 반면 미국은 대북제재가 인도적 지원에 방해가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전문가들은 엇갈리는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핵확산 반대 지원단체인 플로쉐어스 펀드의 존 칼 베이커 핵 분야 담당 책임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계속 추구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베이커 책임자는 최근 군사 안보 전문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위협으로 북한 내 보건 체계가 무너질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최대 압박’은 실패한 전략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살인적인 유행병 앞에서도 그런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최대 압박’이 단순히 고집스러운 적수를 굴복하게 만들려는 도구가 아닌 그 이상이 돼버린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낳는다고 말했습니다.
베이커 책임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상황에서 북한에 의료 지원이 도달하는 것을 막는 것은 미국인들의 삶도 위험하게 만드는 행위라며, 미국인들도 최대 압박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관 연구단체인 애틀란틱 카운슬의 브라이언 오툴 객원연구원은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때문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재를 거둬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양분화 논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해 제재를 중단하거나 완화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이나 이란, 시리아 등에 제재를 부과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죄책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 나라가 제재를 받고 있는 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의 경우 제재가 완화될 경우 북한 정권은 주민들이 질병의 고통을 겪게 하면서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기 위해 상황을 악용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금융 거래에 한해 송금액 상한선을 없애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식량이나 의약품, 인도주의 지원에는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제재로 인해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고성능 의료 장비 등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유엔 제재위원회에 제재 면제 요청을 빠르게 처리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하지만 북한이 유감스럽게도 외교적 인도적 대화를 위한 미국의 시도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익연구소(CNI)의 존 데일 그로버 한국담당 연구원은 외교전문 잡지 ‘디플로맷’에 기고한 글에서, 인도주의 지원만으로는 북한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돕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노력에도 유엔 제재위원회에 면제 요청을 하고 승인을
받는 절차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로버 연구원은 미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상황이 통제 가능 범위에 들어오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