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여성에 대한 불평등과 차별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유엔은 코로나 재건 과정에 여성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여성들이 ‘코로나 재건’ 노력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2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코비드-19와 여성 인권’을 주제로 지난주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패널 토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날 패널 토의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자가격리와 학교 폐쇄, 이동 제한 등 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한 조치들이 성에 기반한 폭력의 급격한 증가에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과부하 상태인 보건체계, 자원의 재분배, 의료공급 부족, 세계 공급망 붕괴가 출산과 질병 관련 여성의 건강과 권리를 약화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페기 힉스 국장은 코로나 국면에서 “여성과 소녀들은 본질적인 취약성 때문이 아닌 기존의 차별과 불평등으로 인해 더 높은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팬데믹 내의 팬데믹’으로 일컬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힉스 국장] “Women and girls are at higher risk, not due to any inherent vulnerability, but rather due to pre-existing discrimination and inequality. Many have referred to this as a pandemic within the pandemic,”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여성들이 코로나 위기 대응의 최전선에 있지만 이들의 경제활동 또한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의료 종사자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식품 생산과 공급망, 청소와 세탁, 돌봄 업무 등 필수 서비스 분야에서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저임금과 비정규직, 사회보장체계의 사각지대인 비공식 영역에서 일하고 있으며, 숙박, 제조, 소매, 오락 등 코로나 여파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 종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임금 격차와 가사노동 불균형 등 기존의 성별 간 불평등으로 인해 코로나 국면은 물론 이후에도 여성들이 노동시장 참여를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유엔은 진단했습니다.
유엔은 ‘코로나 재건’이 성 평등 개선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성 평등을 꾀하면서도 보다 나은 재건을 이룰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 이미 있다면서,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어젠다’와 모든 형태의 여성 차별 철폐를 위한 ‘베이징 행동강령’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런 전략 이행을 포괄적인 방식으로 가속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의 품질레 음람보-응쿠카 총재는 전 세계 여성 지도자들이 팬데믹 대응에서 찬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정치지도자가 되는 데 여전한 장벽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응쿠카 총재는 여성 지도자들이 투명성과 대중의 참여, 과학에 기반한 의사결정 등 새로운 지도력의 규범을 설정하며 위기 대응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면서, 여성의 참여는 입법, 정책, 예산 결정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코로나로 인한 북한 내 인권 악화 우려와 북한 여성의 인권에 대한 내용을 담은 '북한 인권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이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여성은 인구의 51.1%를 차지하지만 고위 정치적 의사결정 기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에서 여성은 교육이나 구직에서 차별을 당하고, 가정폭력이나 성 폭력, 성 착취의 위험에도 쉽게 노출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