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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난민, 코로나로 ‘보건·생계’ 이중고 직면”


케냐의 카쿠마 난민촌 근방에서 지난해 한 여인이 곡식과 겨를 가르는 키질을 하고 있다.
케냐의 카쿠마 난민촌 근방에서 지난해 한 여인이 곡식과 겨를 가르는 키질을 하고 있다.

전 세계로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취약한 환경에서 거주하는 난민들을 더욱 위험으로 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은 난민들이 보건 문제는 물론 생계 문제에서도 고충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동아프리카 케냐 북부 ‘카쿠마 난민촌.’ 확성기가 달린 자전거를 탄 노인이 황량한 판자촌을 가로지르며 큰소리로 외칩니다.

[녹취: 알로이스(난민)] “My friends, my loved ones. I want to help you. Wash your hands. If you don’t wash your hands, you will regret it”

“여러분 손을 씻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것입니다.”

올해 75세로, 콩고 출신 난민인 다쥬바 알로이스 씨는 ‘카쿠마 난민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예방 전도사’로 불립니다.

원래 직업이 목사인 알로이스 씨는 코로나 사태로 교회 문을 열 수 없게 되자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다른 난민들에게 코로나 예방수칙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을 맞아 ‘코로나 시대, 변화를 만든 7인의 난민’이라는 제목으로 알로이스 씨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알로이스 씨가 거주하는 ‘카쿠마 난민촌’은 지난 3월 기준으로 약 19만 6천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주로 남수단과 소말리아, 콩고 등 내전과 분쟁을 피해온 사람들입니다.

케냐 북서부 투르카나의 카쿠마 난민촌에서 남수단 출신 난민들이 언덕을 오르고 있다.
케냐 북서부 투르카나의 카쿠마 난민촌에서 남수단 출신 난민들이 언덕을 오르고 있다.

이 곳은 갈수록 늘어나는 인원으로 일찌감치 적정 수용인원을 초과했고, 식수와 주변 자원의 부족으로 원주민과의 마찰이 우려되는 지역이라고 유엔은 설명했습니다.

이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이미‘거주지, 위생, 교육, 보건, 영양’분야에서 상시적 고충을 겪고 있는 난민을 더욱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난민기구의 캐스린 마호니 공보관은 19일 VOA에, 유엔은 팬데믹 시기 난민들의‘보건’과 ‘생계’문제를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UNHRC 공보관] “There's two aspects of refugee protection in this regard, that we're very concerned about their health, but we're also concerned about their ability to feed themselves and their families, as they watch their livelihoods disappear.”

마호니 공보관은 현재까지 주요 난민촌 내 대규모 감염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대부분 난민촌이 관련 검사가 불충분한 지역에 있고, 깨끗한 물 접근과‘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유엔은 각 나라에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 보건 대응체계에 난민 등 모든 인구를 포함하지 않으면 아무도 보호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난민들이 대부분 일용직으로 단순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왔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일자리가 상당 부분 없어져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마호니 공보관은 덧붙였습니다.

케냐의 북부에 위치한 다답(Dadaab) 난민촌의 여자들이 집앞 울타리 앞에 서있다. 케냐 당국은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케냐에서 가장 큰 난민촌인 다답과 카쿠마에서의 이동을 금지했다.
케냐의 북부에 위치한 다답(Dadaab) 난민촌의 여자들이 집앞 울타리 앞에 서있다. 케냐 당국은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케냐에서 가장 큰 난민촌인 다답과 카쿠마에서의 이동을 금지했다.

UNHCR의 필라포 그란디 대표도 19일 팬데믹이 보건 위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가장 취약층인 난민들이‘빈곤의 팬데믹’에 직면했다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UNHCR 대표] “What started as a health crisis has expanded, and today many of the most vulnerable – refugees and the displaced amongst them – face a pandemic of poverty.”

지난 18일 공개된 유엔난민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강제 이주민’은 전 세계 인구의 1%인 7천 950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강제 이주민의 3분의 2가량은 시리아, 베네수엘라,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미얀마 등 5개 나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랜 내전, 분쟁과 갈등, 그로 인해 극심한 정치 불안과 경제난을 겪고 있는 지역입니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이들 중 80%가 식량난과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에 머물고 있고, 상당수는 기후재난의 위험에도 놓여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유엔난민기구(UNHRC)는 전 세계 각지에서 난민 자격으로 살고 있는 북한 주민이 지난해 현재 76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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