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한 민간단체가 북한의 술과 한국의 설탕을 물물교환 계약을 하고 한국 통일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한 측이 설탕을 선택한 것은 대북 제재를 피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는 귀한 생필품을 공급하려는 목적으로, 북한 내 생필품이 크게 부족해진 상황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정찬배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형진 / 영상편집: 강양우)
북한에서 설탕은 밀가루, 식용유와 함께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3대 생필품으로 알려질 만큼 북한 주민들에게는 필수적인 수입품입니다.
1960~70년대까지는 쿠바와 물물교환으로 수입하다가 최근에는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설탕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등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비싼 가격 때문에 일반 서민들은 아직도 설탕 대신 사카린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 설탕의 맛과 편리성을 알게 된 평양 시민들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고 있는 고급 물품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안찬일 / 세계북한연구소장
“중국 쪽에서 생필품으로 들여와서 장마당에 유통하는데 가격이 비싸고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이 평범하게 많이 먹을 수 있는 그런 식품이 아니고 좀 귀한 보약 같은 식품이라고 할까 그렇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은 최근 북한의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등과 지난 6월 말 개성고려인삼술, 들쭉술 등 35종의 술 1억 5천만 원가량을 한국 내 설탕 167톤과 맞바꾸는 물물교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수많은 물품들 가운데 설탕을 교환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생필품 부족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중국과의 교역이 중단되고 외화가 고갈돼가는 상황에서 설탕 부족 현상이 심각해졌다는 것입니다.
또 설탕은 대북 제재 대상 품목이 아닌 만큼 북한 측이 물물교환 품목으로 설탕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 장마당에서 설탕 식용유 밀가루 이 3대 생활 필수품이 품귀현상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전언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설탕 같은 경우에는 지금 매우 절실한 품목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한국 통일부는 최근 물물교환 방식을 통한 설탕 반출입 승인을 적극 검토하면서 북한 측의 금강산 물과 백두산 물, 대동강 술을 한국 측의 쌀이나 의약품과 맞바꾸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식료품과 농산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2397호에 따라 수출을 할 수 없지만, 북한산 생수와 맥주 그리고 한국의 설탕 등은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한국 통일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생수와 술, 설탕 등은 수출입품목의 유엔 국제협약 코드번호인 HS코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계약을 맺은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성지도국이 운영하는 외화벌이 업체인 조선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같은 회사일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한국 통일부는 확인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동당 39호실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자금 관리를 담당하면서 핵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외화벌이를 총괄하고 있는 대북 제재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통일부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물물교환과 관련해 미국 측이 취지에 공감한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발표했다가 다시 30분 만에 이를 변경해 아직은 한미 간에 협의된 바 없다고 수정하는 등 혼선을 빚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미국 측이 공감의 뜻을 전해온 사안은 물물교환 구상이 아니라 세계식량계획 WFP를 통한 대북 지원이라고 한국 언론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정찬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