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미국의 많은 식당이 문을 닫게 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요리사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워싱턴 D.C. 인근에서 활동하던 두 명의 요리사는 식당에서 일할 수 없게 된 대신, 요즘 지역 내 이슬람교를 믿는 주민들, 즉 무슬림을 위해 ‘할랄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가 운영 중인 ‘공평한 식료품 배급’을 위한 시범 프로그램에 투입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모든 사람을 위한 식료품 배급 프로그램”
[현장음:식료품 배급 현장]
신종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시나 비영리단체 등이 무료 식사와 식료품 배급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슬림 가정들의 경우, 이런 식료품 배급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무슬림은 이슬람 율법이 허용한 도축법으로 도살한 고기와 그 고기로 만든 음식인 ‘할랄 음식’만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는 무슬림 주민들도 무료 식료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랄 음식을 따로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힐]
브라이언 힐 페어팩스 카운티 행정관은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식료품 배급 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무슬림 요리사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아직 시범 프로그램인데요.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개개인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로서 이겨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중동지역 음식을 파는 식당의 요리사들이 투입됐는데요.
[녹취: 셸비 매캐론]
요리사 셸비 매캐론 씨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D.C.에서 일하던 식당에서 해고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망연자실하지 않고 뭔가 다른 일을 해보자고 다짐했고요. 임대해 쓸 수 있는 공동 부엌인 ‘프런티어 키친(Frontier Kitchen)’을 찾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런티어 키친은 이른바 ‘인큐베이터 부엌(incubator kitchen)’ 가운데 한 곳입니다. 요리사들이 식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요리할 수 있도록 최상의 요리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요. 프런티어 키친은 무슬림 주민들을 위해 나선 이들 요리사에게 기꺼이 장소를 제공했습니다.
[녹취: 캐서디 제임스]
프런티어 키친은 요리 사업을 하기 위한 최적의 공간으로 요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 또는 주방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완벽한 공간이라고 캐서디 제임스 공동 창업자는 설명했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식당에서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요리사들이 요즘 많이 와서 요리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제공하는 무슬림 주민을 위한 음식도 이 주방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무슬림 주민들은 채식, 또는 육식 위주의 식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그 외에 식료품 꾸러미도 제공된다고 합니다.
[녹취: 던 타이먼]
페어팩스 카운티의 던 타이먼 씨는 자료 조사를 통해 지역 내 무슬림 주민들 사이에서 할랄 음식에 대한 필요성이 크다는 걸 알게 되면서 해당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는데요. 또 대부분의 식료품 배급이 주중에 이뤄지고 있는데, 주말에도 배급을 함으로써 간극을 줄여보고자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중동 음식을 파는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이맘 하빕 씨는 코로나 사태로 수입의 70%가 줄었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페어팩스 카운티의 프로그램 덕분에 사업도 계속할 수 있게 됐고, 돈도 벌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이맘 하빕]
요식업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해당 프로그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건데요. 무료 급식을 위한 요리를 하게 되면서 코로나로 일할 수 없었던 직원들도 다시 부를 수 있게 됐고, 지역 상인들과도 계속 일할 수 있게 됐다며,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했습니다.
이들 요리사는 프런티어 키친에서 함께 요리하며, 매주 250가정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다양한 지역 사회 구성원을 고려한, 특별한 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지역 주민과 지역 내 사업체가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첨단 기술로 극복하는 코로나 사태”
코로나 사태로 식당들도 문을 많이 닫았지만, 그 밖에 많은 중소 사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새로운 현실이 된 코로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이제는 사업의 성패를 가르게 됐습니다.
미국 중서부 노스다코타주에 있는 한 자동차 판매소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 피해를 최소화했는데요.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들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가상 비서를 한 명 더 둠으로써 코로나 사태를 잘 대처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레너드 버그스트롬]
‘버그스트롬 카(Bergstrom Cars)’라는 자동차 판매 영업소를 운영하는 레너드 버그스트롬 씨는 처음 코로나 사태가 시작됐을 때, 현장 직원 6명과 가상 비서인 론다 로 씨가 한 팀을 이루고 있었다고 했는데요.
론다 씨는 현장에 출근하지 않지만, 온라인상에서 일하면서 고객들과 직원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레너드 버그스트롬]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기 전부터 현장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었다는 건데요. 가상 비서를 두면, 현장에서 할 수 없는 뒷일들을 처리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업에 필요한 지침 등을 세우거나, 필요한 장비나 집기 등을 조사하는 일 등을 가상 비서가 도맡아 한다는 거죠.
버그스트롬 씨는 론다 씨의 일이 더 많아지면서 또 다른 가상 비서를 고용해야 할 상황이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론다 로]
가상 비서 공급 회사인 ‘빌레이(BELAY)’ 소속인 론다 씨는 코로나 사태로 주위에 직장을 잃거나 일시 해고되는 사람들이 많지만, 바로 이때가 어쩌면 현장이 아닌 가상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나서야 할 때이고, 사업 전반에서 관련 기술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는 때라고 했습니다.
버그스트롬 씨의 자동차 판매소는 가업으로 이어져 온 사업체로,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버그스트롬 씨는 시대의 변화를 빨리 받아들임으로써, 코로나 사태라는 커다란 위기에도 끄떡 없이 버틸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