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많은 학생이 집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누구보다 제일 속상한 학생들은 바로 대학 졸업반 학생들입니다. 미국에선 보통 5월이나 6월에 졸업식을 하고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지난 3월 중순경부터 학교들이 문을 닫으면서 졸업식도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하게 된 겁니다. 바로 이런 학생들을 위해 올해는 예년과는 좀 다른 방식의 졸업식과 졸업 축하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졸업생을 축하하는 앞마당 팻말”
미국 동부 뉴욕에 있는 명문대학인 코넬대학 학생, 줄리아나 베인 양은 4년간 열심히 공부하며 대학 생활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성공적인 졸업을 축하할, 5월의 졸업식을 무척 기다렸다고 합니다.
졸업식 일정이 사흘간 진행되면서 여러 행사가 열리는데, 가장 중요한 행사는 학위수여식이라는 건데요. 졸업생들 한 명 한 명에게 학위증을 주는 수여식엔 유명인사가 나와 졸업 축하연설도 한다는 겁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연설자로 왔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졸업생들이 졸업식 초대장 대신 졸업식 취소 통지를 받았다고 하네요.
코넬 대학뿐 아니라 예일대학, 콜롬비아대학 등 다른 명문 대학들도 코로나 사태로 줄줄이 졸업식을 취소하고 있는데요. 하버드 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등은 온라인으로 졸업식 주요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존스홉킨스대학 엘리엇 코헨 학장은 가상 졸업식을 하기로 결정을 했지만, 사람들이 다시 모일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졸업생들을 위해 뭔가를 꼭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하네요.
졸업식을 못 해서 속상한 사람들은 학생들뿐만이 아닙니다.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부모님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인데요. 미주리주 브렌트우드에 가면,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위한 축하 팻말을 만드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사진작가 제이슨 쇼니그 씨 집 앞에 화려한 팻말이 빼곡히 세워져 있습니다. 보통 집을 팔 때 부동산 중개인들이 세워놓는 것과 비슷한 모양의 큼직한 팻말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진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앳된 학생들입니다.
제이슨 씨는 부모님들이 자녀 졸업 사진과 이름 등을 이메일로 보내오면, 학생이 졸업하는 학교 관련 상징물 등을 넣어서 집 앞마당에 세워놓을 수 있는 팻말을 만든다고 했는데요. 제이슨 씨 자신도 이런 작업을 할지는 상상도 못 했다고 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졸업하는 자녀를 위해 축하 팻말을 세우기도 하지만, 제이슨 씨는 사진까지 넣어 마치 큰 명함처럼 만들어서 화제가 되는 건데요. 제이슨 씨는 원래 스포츠 전문 사진작가라고 하네요.
운동하는 학생들에게 긍지와 자신감을 주기 위해 스포츠 사진작가가 됐다는 건데요.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자택 대기령이 내려지면서 생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학생들의 운동 경기 현장 사진이나, 팀의 단체 사진 등을 찍어왔는데 스포츠 활동이 거의 다 중단되면서 사진 찍을 일이 없어졌다는 거죠.
하지만 제이슨 씨는 졸업생 팻말 제작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게 됐다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상심한 학생과 부모들 역시 의미 있는 기념물을 갖게 됐다고 했습니다.
제이슨 씨는 부모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졸업식이 취소돼 아쉬운 고등학생들과 학부모들 역시 졸업식에 참석하지는 못하게 됐지만, 졸업 축하 팻말이라는, 평생 간직할 추억을 갖게 됐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집에서 즐기는 온라인 무료 서비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조처들로 사람들이 집에만 머물면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여러 업체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박물관이나 음악회를 온라인으로 감상하거나,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운동 등 각종 강습도 운영되고 있죠. 사람들이 이런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는 대부분이 무료이기 때문입니다.
깊은 저음이 매력적인 이 목소리, 바로 전설적인 재즈 가수 루이 암스트롱입니다. 미 동부 대도시 뉴욕의 퀸스에 가면 루이 암스트롱 생가 박물관이 있는데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인 만큼 원래는 입장료를 받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박물관이 문을 닫게 되면서 오히려 박물관을 공짜로 공개했는데요. 박물관 측은 영상으로 박물관을 소개해주는 온라인 공짜 투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뉴욕을 직접 찾지 않아도, 집에서 편안하게 앉아 암스트롱이 남긴 흔적도 보고, 암스트롱의 노래도 들을 수 있게 됐죠.
그런가 하면 재즈뿐 아니라 뮤지컬 공연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1년 내내 뮤지컬 공연이 끊이지 않는 뉴욕 브로드웨이도 문을 닫으면서 뮤지컬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척 아쉬워하고 있는데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오페라의 유령’ 등 인기 작품들 공연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은 ‘집에서 즐기는 갈라 콘서트’라는 제목의 무료 공연을 내보내고 있는데요. 40명에 달하는 최고 성악가들이 멋진 노래를 들려줍니다.
이런 공연들이 주로 눈과 귀로 즐기는 거라면, 사람들이 직접 따라 해볼 수 있는 것들도 인기입니다. 특히 운동 관련 업체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 집에만 있게 된 소비자들을 찾아가는데요.
요가복 등 기능성 운동복을 판매하는 기업인 ‘룰루레몬’은 온라인 무료 요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유명 스포츠 제품 업체인 ‘나이키’도 무료 운동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플래닛피트니스’라는 체력단련장 업체는 생중계로 운동법을 알려주며 사람들이 집에서도 체력 단련을 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소비자들로선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를 무료로 즐길 수 있으니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업체들은 돈을 받고 제공하던 것들을 이렇게 무료로 풀어놓는 이유가 뭘까요? 미국 시카고대학 제임스 슈레이저 교수는 이렇게 업체들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입소문이 바로 홍보라는 겁니다.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나빠지고 있고, 또 사람들이 직접 박물관 같은 곳에 가지도 못하는 지금이야말로 입소문을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거죠. 업체들은 어떻게든 소비자들 눈에 띄어야 하는데 현명한 업체들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나중에 사람들이 돈을 내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무료로 맛보게 해준다는 겁니다.
업계에선 이렇게 무료로 체험해본 소비자들이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돈을 내고서라도, 실제로 업체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코로나 대유행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 세계 많은 소비자는 다시 집 밖에서 활동할 날을 기다리며 이렇게 온라인 서비스를 즐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