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제재를 위반해 제재 대상으로 권고한 북한 선박들에 대해 2년 가까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재를 위반한 일부 선박들은 또다시 제재 위반 행위에 가담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조명수)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자료를 보면 시에라리온 선적의 ‘싱밍양 888’ 호가 지난달 남중국해에서 포착됐습니다.
제재 위반을 해와 지난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제재 권고 대상으로 분류했던 선박입니다.
올해 제재 대상 권고 목록에 오른 ‘다이아몬드 8’ 호는 지난달 27일 한반도 서해 해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뒤 사라졌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 선박으로 지정되면 193개 유엔 회원국 항구 입항이 금지되며 해당국 해역 진입 시 억류돼야 합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대북 제재 위반 선박 10척에 대해 ‘제재 지정’을 안보리에 권고했습니다.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행위에 연루된 선박들을 공개적으로 고발하며 제재를 요청한 겁니다.
그러나 이 같은 권고에도 불구하고 안보리는 문제의 선박들에 대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발표된 전문가패널 ‘보고서’에는 전년도에 제재가 권고됐던 선박 중 3척이 다시 제재 위반 행위에 가담했다는 내용이 적시됐습니다.
올해 제재 지정이 권고된 선박까지 합치면 모두 22척이나 됩니다.
그러나 이중 단 한 척도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으면서 일부 선박들은 여전히 국제 해상을 항해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선박 등에 대해 제재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전문가패널의 지적과 달리 오히려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장쥔 / 유엔주재 중국대사 (지난 3월)
“모두가 알다시피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습니다. 이는 한반도 평화 촉진을 목표로 합니다.”
이 같은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 미국 정부는 대북 제재를 해제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올해 보고서에서 선박 등을 이용한 북한의 제재 회피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북 대화가 장기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제재 이행에 더 나설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