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 라진항에서 출발하는 제재 예외 품목인 러시아산 석탄도 수출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해부터 러시아산 석탄 수출 시도가 이어져 왔지만, 선박업체들이 제재 위반을 우려해 화물 운송에 나서지 않으면서 석탄 수출이 무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영상취재: 이상훈 / 영상편집: 강양우)

최근 국제 선박 업계 관계자들에게 북한 라진항을 출항지로 한 ‘선박 수배 안내문’이 배포됐습니다.

화주가 선박을 찾기 위해 업계에 뿌리는 이 문건에 따르면 운송 희망 물품은 러시아산 석탄으로 최소 5만 톤이며 목적지는 중국 칭다오입니다.

제재 논란을 의식한 듯 러시아산 석탄 운송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문구도 담겼습니다.

이 같은 안내문이 배포되면 전 세계 선박회사나 선박을 빌려 운항하는 용선업자들은 해당 화물 운송 입찰에 참여하고, 조건이 가장 좋은 선박에게는 운송 기회가 돌아갑니다.

그러나 선박 업계 관계자는 8일 VOA에 실제 입찰에 나서는 선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박업계에는 북한에서 출발하는 화물의 경우 대북 제재 위반 논란에 휘말릴 수 있고, 그럴 경우 자칫 엄청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북한산 석탄을 실었던 베트남 회사 소속 ‘동탄’ 호는 각국 정부가 입항을 거부하면서 7개월간 공해상을 떠돌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 동탄호는 하루 1만 달러씩 최소 2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산 석탄 수출 금지를 담은 결의를 채택해 북한과 러시아가 합작으로 운영하는 ‘라진-하산’ 일대에서 선적되는 러시아산 석탄에 대해서는 제재 예외를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석탄을 싣고 나온다는 점 자체가 선박 업체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면서 운송에 나설 선박이 많지 않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지난 4월에도 러시아산 석탄 5만 톤을 5월 중 라진항에서 베트남 하롱 지역으로 운송해줄 선박을 찾는다는 안내문이 배포됐지만 결국 선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출 시도가 있었지만, 선박을 구하지 못해 석탄 운송이 무산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 조지타운대 교수 (지난해 10월)

“북한과 화주들이 처한 문제는 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비밀리에 불법적으로 하다 보니 합법적인 일마저도 어렵게 했다는 점입니다.”

라진항을 통한 러시아 석탄 수출은 지난 2013년 한국과 러시아의 합의로 시작됐지만, 이후 한국은 독자 제재의 일환으로 라진을 포함한 북한 정박 선박의 입항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여기에 선박 업계의 거부로 다른 나라로의 수출길까지 막히면서, 북한의 라진항을 이용한 석탄 수출 프로젝트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