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활동하다 카타르 리그에서 뛰었던 북한의 축구 선수 한광성이 핵 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본국으로 귀환하게 됐습니다. 북한에 대한 압박이 느슨해졌다는 지적 속에서도 유럽과 중동에서 대북 제재가 진행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분석됩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영상취재: 이상훈 / 영상편집: 강양우)
공을 넘겨받은 붉은색 유니폼의 선수.
수비수를 가볍게 따돌린 뒤 골문 앞 수비수 사이로 공을 차 골을 만드는 북한 출신의 선수.
알 두하일 2020년 시즌 경기
“한광성, 한광성, 한광성, 한광성. 골입니다.”
흥분한 캐스터가 외쳐 부르는 이름은 북한 축구 선수 한광성입니다.
지난 2020시즌 카타르 리그 팀 ‘알 두하일’에서 활약한 한광성은 이제 북한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북한 스포츠 전문가인 이탈리아의 마르코 바고치는 최근 VOA에 자신이 한광성의 매니지먼트 에이전시와 직접 연락했다면서 한광성이 유엔 안보리 제재로 인해 뛸 수 있는 팀을 구하지 못하고 북한으로 복귀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까지 한광성이 해외 리그 팀을 모색했으며 실제 말레이시아 리그의 ‘슬랑오르 FC’와 ‘알 두하일’이 그의 임대 계약을 놓고 협상에 나서기도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알 두하일’ 계약은 종료됐습니다.
한광성은 축구 실력 외에도 북한 정권의 핵 개발 자금 창출, 즉 ‘외화벌이’를 막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적용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안보리 결의 2397호가 모든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12월까지 북한으로 송환할 것을 명시했으며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한광성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운동선수들 역시 송환 대상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유엔 안보리 연례보고서에서 전문가 패널은 ‘알 두하일’과 5년 약 525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한광성과 이탈리아 팀 ‘아레초’에서 2만 4천 달러를 벌어들인 최성혁, 또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뛴 박광룡 등 선수 3명을 지목하며 이들이 송환 대상에 오른 북한 노동자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스페인의 한 매체는 한광성이 연봉에서 매월 자신의 생활비 1천 800달러가량을 재외하고 모든 돈을 북한으로 보낸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한광성의 이번 북한 귀환은 대북 제재 이행의 상징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제이슨 바틀렛 / 신미국안보센터 연구원
“송환 기한에서 조금 늦기는 했지만 이번 일은 북한에 대해 유엔 제재가 성공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광성은 북한 정권에 수백 만 달러의 자금을 창출해 줬기 때문에 그의 복귀는 제재 이행의 성공이라고 봅니다.”
바틀렛 연구원은 또 해외에서 활동하는 북한 운동선수들은 외국인들이 북한인들과 상호 교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일 수도 있다면서 이번 한광성의 복귀는 재정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소프트 파워’ 면에서도 북한에 큰 손실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