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북한 국적자 문철명이 미국 법원에 출석해 돈세탁 혐의 등에 대해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본격적인 법적 공방이 시작되면서 재판부는 사안의 복잡성을 인정해 다음 심리일을 두 달 뒤로 잡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이상훈 / 영상편집: 조명수)
북한 국적자 문철명은 13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개최된 사전심리에 화상 연결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녹음과 녹화가 금지된 이날 사전심리에는 문철명과 함께 문철명의 국선변호인, 한국어 통역사 그리고 미국 연방검사 측이 출석한 형태로 약 20분간 진행됐습니다.
문철명의 법원 출석은 지난 3월 미국으로 인도된 뒤 두 번째로, 이번 사전심리는 문철명에게 공소 사실을 확인하고, 유무죄 주장 여부를 묻는 사실상의 ‘인정신문’ 방식으로 열렸습니다.
문철명은 이날 한국어 통역의 ‘잘 들리냐’는 질문에 다소 뚜렷한 목소리로 “지금 들립니다”라고 대답한 뒤, 나머지 과정은 자신의 국선 변호인인 미셸 피터슨 변호사에게 모든 답변을 일임했습니다.
피터슨 변호사는 문철명의 유죄를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낫 길티’ 즉 무죄라고 주장했고, 통역사는 변호인께서 ‘나는 무죄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라며 문철명에게 이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무역 업무를 했던 문철명은 지난 2019년 5월 돈세탁 등 6개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됐으며, 지난 3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습니다.
이후 북한은 말레이시아와의 국교를 단절했으며, 말레이시아 역시 대사관 철수 등으로 맞대응하는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심리일을 60일 이후인 오는 7월 21일로 정했습니다.
미국 연방검찰 측은 이번 사건이 8개 나라와 수십여 개의 위장회사, 3개의 언어가 연루된 ‘복잡한 사안’이라면서, 관련 자료를 조속한 시일 내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형사법원은 피고가 체포된 직후 또는 다른 나라에서 신병이 인도된 직후 인정신문을 진행하지만, 문철명의 경우 미국 도착 약 2개월 만에 인정신문을 받았습니다.
문철명의 미국 내 연고부재로 인해 구금 결정 심리가 개최되지 못하면서 인정신문도 늦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검사 출신인 한국계 정홍균 변호사는 13일을 기준으로 양측의 법적 공방이 공식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홍균 / 미국 변호사
“인정신문 이후에 디스커버리(조사) 과정이 시작됩니다. 디스커버리는 검찰이 갖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한 모든 자료를 피고 변호사에게 넘겨주는 과정을 말하고 피고 변호사는 정부가 갖고 있는 이 모든 증거물을 입수한 뒤 분석하고 사실 여부를 피고와 함께 상의하면서…”
전문가들은 이번 문철명 사건이 여러 나라에서 범죄 행위가 이뤄졌고, 여러 국적자들이 연루된 만큼 최종 결론까지는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