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로 해외에 대형 동상 등을 만들어 파는 것은 금지돼 있습니다. 북한은 위장 회사를 내세워 아프리카 베냉에 대형 동상을 제작 중이라는 사실을 VOA가 도면을 입수해 확인했습니다. 북한의 동상 수출과 해외 노동자 파견, 북한 정권과의 거래 모두 대북 제재 위반이지만 여전히 이런 행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조명수)
‘구조조립도’를 제목으로 한 설계도면 컴퓨터 파일입니다.
한글 문구들 사이로 인물 신체 부위를 표현한 도면 수십 개가 보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따라 제재 대상인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서아프리카 베냉에 세우고 있는 대형 동상 건설을 목적으로 만든 것으로 최근 VOA가 확보했습니다.
VOA는 전문가의 도움으로 해당 도면의 최종 완성 모습을 3D 입체화면으로 구성했더니, ‘다호메이 아마존’ 여군으로 보이는 형상이 한쪽 무릎을 구부린 채 왼손에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과거 베냉의 왕국인 다호메이에서 용맹을 떨친 여군부대 ‘다호메이 아마존’의 여군이 주인공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도면에 나타난 과제명 ‘아마조나스 기념비’와도 일정 부분 일치됩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건축가 이세현 씨는 북한의 도면이 매우 정교한 방식으로 그려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세현 / 건축가
“도면이 생각보다 정교하게 잘 그려져 있었습니다. 기둥들도 열대로 잘 그려져 있고 구조물의 일련번호들도 정교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VOA는 지난해 9월 북한 만수대창작사의 위장회사가 베냉의 최대 도시인 ‘코토누’에 높이 30m의 동상을 건립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번에 입수한 파일을 통해서도 해당 동상 건립에 북한이 관여한 내용들이 확인됐습니다.
해당 도면에서 ‘시공주’ 항목 아래에 적힌 ‘청룡국제개발회사’는 만수대창작사가 허위로 내세운 회사로 실제 동상 제작과 관련된 모든 과정은 만수대 측이 담당하고 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가 밝혔습니다.
이 동상은 지난해 8월 제막을 목표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결의 2321호 등을 통해 핵 미사일 개발을 지속해온 북한에 동상 수출 행위를 금지했고, 북한 정권과 어떤 종류의 사업도 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또 북한 노동자들이 2019년 12월을 기준으로 모두 귀국하도록 해 북한 노동자들이 베냉에 남아 있다면 제재 위반에 해당됩니다.
아프리카 지역 내 불법활동을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미국 민간 조사 단체인 센트리의 존 델오소 선임연구원은 베냉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여전히 이런 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존 델오소 / 센트리 선임연구원
“전 세계 은행들은 각국 파트너들과 협력해 북한 정권 기관과의 거래 위험성뿐 아니라 북한 기관들이 계좌개설 등을 시도할 때 어떻게 감지하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VOA는 이번 동상 건립과 관련된 북한과의 계약 등 관련 내용들을 베냉 외무부에 질의했지만 베냉 외무부는 아직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