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내년 회계연도 방위예산안을 확정했습니다. 우주와 사이버 외에 적성국 기지 공격을 염두에 둔 투자를 대폭 늘린 가운데,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전통적 방위셈법의 변화가 반영됐다고 분석합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21일 확정한 2021년 회계연도 방위비 예산안은 5조 3천400억엔, 미화 약 517억 달러에 이릅니다.
올해보다 약 1.1% 증가한 수치로, 최종 확정될 경우 9년 연속 증가 추세를 이어가게 됩니다.
일본 방위성 “영역횡단 작전 실현, 자원배분 최우선 기준”
미군 ‘다영역 작전’과 유사 …사이버-우주예산 대폭 반영
일본 방위성은 예산안 자료 서문에 자원 배분의 최우선 고려 사안으로 우주·사이버·전자파 등 새로운 영역에서의 능력을 확보해 영역횡단 작전의 일환으로 다른 기존 역량들과 일체화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중과 해상 영역의 능력, 적성국의 공격 범위 밖에서 투사할 수 있는 스탠드오프 방위능력, 종합미사일 방위능력, 기동전개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본 방위성이 지칭한 ‘영역횡단 작전’은 현재 미 합동군이 추진하고 있는 ‘다영역 작전’ (MDO. Multi-Domain Operation)과 동일한 개념입니다.
기존에 하늘, 땅, 바다, 사이버, 우주로 분리해서 담당했던 작전영역에 대해 각군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면서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일본 방위성은 안보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종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속도로 방위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육상, 해상, 항공 자위대의 통합을 전 분야에 걸쳐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우주상황 감시능력(SSA) 강화에 1억 900만여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극초음속 미사일 탐지 위성 개발에 1천16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또 방위성 사이버부대를 새로 편성하는 사업에 2억 9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전자전에 대응할 항공기 개발도 서두른다는 방침입니다.
적 기지 공격 염두 스탠드오프 미사일 개량사업에도 집중
베넷 선임연구원 “미군과 유사한 미사일 공수통합 시도”
미사일 개발의 경우 육상자위대가 운용하고 있는 12식 지대함 유도탄 사정거리를 연장해 상대의 공격 범위 밖에서 타격할 수 있는 이른바 스탠드오프 미사일 개량사업으로 3억 2천417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1일 VOA에 “일본의 사이버, 우주 등의 투자와 스탠드오프 미사일 개발 움직임은 모두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미군의 다영역 작전 개념과 유사하게 공격과 방어 역량의 통합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se things are all interrelated. In the end, if your missile defense was perfect, you wouldn't need an offensive capability… And the problem with a defensive attack working is you may still get a whole load of plutonium dumped on Japan if you destroy the warhead right over Japan.”
사이버와 우주 역량 확보의 경우 북한 등을 상대로 위성기반 표적정보 파악을 통한 원점타격 역량 증진노력과 사이버 공격을 통한 지휘통제 무력화 등의 공격 선택지를 고려하는 미국의 공수통합 개념과 매우 유사하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최근 일본이 지상형 미사일 방어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철회하고 공격 역량 강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사전 예고한 점에 비춰볼 때 스탠드오프 미사일 관련 예산도 이 같은 셈법이 반영됐다고, 베넷 선임연구원은 밝혔습니다.
일본 전문가들 “북한-중국 위협 대처 새로운 셈법 절실”
“북한의 회피기동 신형 미사일, 이지스 어쇼어 철회배경”
실제로 지난 7월 일본 방위성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지스 어쇼어' 도입 철회 배경으로 “북한과 중국의 진화하는 위협이 작용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카하시 스기오 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 정책시뮬레이션 실장은 지난해 회피 기동이 가능한 이스켄데르형 미사일의 출현이 결정적이었다며, 향후 북한이 사거리를 늘리는 실험을 동반할 경우 기존의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일본 열도 방위에만 집중해왔던 전수방위 정책에서 벗어나려는 이 같은 시도에 대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 일본에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Japan doesn't really have any choice. Well, I mean, but I think you need to say this is not the US forcing them to go this way. This is North Korea forcing them. North Korea has made choices where they are going to try to undermine Japanese defense, US extended deterrence and so forth”
적 기지 공격은 미국이 강요하는 것이 아닌 일본을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 원인이며, 일본 자체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의 이 같은 공격 역량 확보 추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미 공군대학 정기간행물 기고문 “북한은 명분에 불과…보통국가 추진이 본질”
미 공군대학이 간행하는 '인도태평양 문제 저널' 최신판에는 일본의 이지스 어쇼어 도입 철회 결정이 `보통국가’를 추진하기 위한 셈법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실렸습니다.
미군 현역 시절 미사일 방어 설계 등의 임무를 수행한 마이클 운베하운 아카마르연구소 대표는 크리천 데커 연구원과 공동으로 작성한 기고문에서 “일본 내 팽배한 미사일 방어체계 무용론은 근거가 빈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런 주장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군이 선보인 고각도 발사 능력과 동시다발적 투사 교리를 근거로 들고 있다며, 그러나 그런 역량을 보유한 미사일 수량이 제한적이란 점은 부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효과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SPY-7 레이더와 신형 SM-3블록 2A(알파)의 장착을 통해 북한 미사일의 고각 발사에 대한 취약성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