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뉴스 동서남북] 북한 '80일 전투' 성과와 한계


지난달 5일 북한 황해북도 상원군의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
지난달 5일 북한 황해북도 상원군의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10월 초부터 벌여온 ‘80일 전투’가 곧 끝납니다. 북한이 이를 통해 거둔 성과와 한계에 대해 알아봅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김덕훈 내각 총리는 요즘 ‘80일 전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덕훈 총리는 평양화력발전소와 제염소(염전)를 둘러본 데 이어 최근 순천제약공장을 방문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내각 총리인 김덕훈 동지는 순천제약공장, 평양백화점을 현지에서 요해했습니다.”

북한의 `80일 전투’는 지난 10월 5일 결정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평양의 노동당 청사에서 정치국 회의를 열고 전당, 전국, 전민이 나서서 80일 전투를 벌이라고 지시했습니다.

80일 전투는 일종의 ‘경제적 고육책’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더해 수해 피해까지 발생하자 뭔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 동원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80일 전투를 하겠다는 얘기는 10월 10일부터 거든요. 당 창건기념일에 어차피 보여줄 게 없는 상황이니까, 지금 뭐 올해 안에 어떻게 경제 목표를 달성하겠어요. 그러니까 나머지 기간에 결국 비상 상황을 돌파하는 수해 복구, 위기 돌파 이런 쪽으로 비상체제를 가동하겠다, 이렇게 봐야죠.”

김덕훈 총리는 10월 19일 평양에서 확대회의를 열고 80일 전투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3-4개 목표가 정해졌습니다.

우선 수해로 파괴된 도로와 살림집을 건설하는 한편 광산지대를 복구하고 김책제철소의 선철 생산을 정상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파괴된 수력발전소와 송변전 설비 복구도 하기로 했습니다.

분야별로 보면 살림집 건설을 비롯한 수해 복구는 주로 군대와 평양에서 파견된 수도당원사단이 맡아했습니다.

살림집 복구가 가장 먼저 된 곳은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의 수해 현장입니다.

8월 말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강북리에는 군인들이 투입돼 수 백 가구의 살림집을 지었습니다.

9월 15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찾아 둘러본 데 이어 이틀 뒤 주민들의 살림집 입사 행사가 열렸습니다.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녹취: 중방] “김정은 원수님 새 집을 주어서 감사합니다.”

놀라운 것은 살림집 건설 속도입니다. 황해도 지역이 태풍 피해를 입은 것은 8월 27일이었는데, 불과 20일만에 수 백 채가 지어진 겁니다.

강원도에도 살림집이 복구됐습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에 따르면 태풍 피해를 입은 철원군과 금강군 등에 810여 동 1천670세대에 이르는 저층과 단층 주택이 건설됐습니다.

광산이 많은 함경남도 검덕지구에도 살림집이 새로 건설됐습니다. `노동신문’은 11월 24일 검덕광업연합기업소 일대에 800여 세대의 소층, 다층 살림집들이 들어섰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검덕지구 수해 복구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신문’은 9월12일 “중요 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임시 다리가 단천시 북천에 설치됐다”며 관련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사진에서는 수 십 명의 남녀가 아무런 장비 없이 강물 속에 들어가 맨손으로 밧줄을 끄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수해를 복구하려면 시멘트를 비롯한 각종 물자와 장비를 평양에서 검덕지구로 수송해야 합니다. 그런데 중간에 있는 단천시의 교량이 파괴되자 남녀 군인들을 동원해 임시로 다리를 놓은 겁니다.

앞서 9월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은 45개 소 6만m의 도로가 파손되고 다리 59개가 끊어졌으며, 철길이 유실돼 교통이 완전히 마비됐습니다.

이밖에도 북한 매체는 삼지연시 인민병원이 건설됐고 신의주 방직공장 노동자합숙소와 양강도 양로원, 황해북도 축구학교 등 10여 건의 건물 완공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공장이나 사회기반시설을 복구하거나 정상화했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김덕훈 총리가 언급한 김책제철소 선철 생산이나 송변전소가 정상화됐다는 소식도 없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주택은 군인들을 동원해 그럭저럭 복구했지만 장비 부족 등으로 인해 사회기반시설 복구는 못한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Housing project, housing special worker…”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평양종합병원과 원산갈마관광지구도 아직 완공되지 않았습니다.

북한 내부를 오래 관찰해온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80일 전투에 C나 D 정도의 점수밖에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Probably C- or D because they need..”

외부의 지원 없이 충분한 장비와 자원을 준비하지 않고 노력 동원을 벌였기 때문에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80일 전투처럼 주민들의 노동력 동원만으로 이뤄지는 속도전이 실질적인 경제 성과를 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공장과 기업소를 돌아가게 하려면 기술과 자본, 전력, 원부자재가 투입돼야 하며, 노동력 투입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주민들에게 아무런 임금을 주지 않고 노동력을 대거 동원하는 것도 경제적으로 불합리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던 인력을 갑자기 다른 분야로 돌리는 것은 경제에 주름살을 초래한다는 겁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Main problem is workers are free, they don't have to pay…”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를 되살리고 싶으면 노력 동원보다 적극적인 시장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조지아주립대 그레이스 오 교수는 중국처럼 사유화와 인센티브를 통한 시장화가 보다 효율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오 교수] ”Privatization actually increase productivity because it provide incentives…”

‘80일 전투’는 북한 당국이 벌인 14번째 주민 동원 전투입니다.

북한은 1974년 최초로 ‘70일 전투’를 벌인 데 이어 1980년 6차 당 대회를 앞두고는 100일 전투를 벌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이후 경제 성과를 내기 위해 속도전을 활용해 왔습니다.

2016년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를 벌인 데 이어 200일 전투를 벌인 바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