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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코로나 '봉쇄'…공공재정 바닥나고 수입재 고갈"


지난 10월 북한 강원도 원산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요원이 통제하고 있다.
지난 10월 북한 강원도 원산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요원이 통제하고 있다.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봉쇄조치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미국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공공재정과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고 시장에서는 수입품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한 조치는 유엔의 무력 봉쇄 조치에 버금간다고 윌리엄 뉴콤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이 지적했습니다.

[녹취: 뉴콤 전 위원] “Now what’s going on looks like a self-imposed blockade enforced by North Korea’s own armed forces. It’s the same kind of blockade that could be imposed if the U.N. Security Council move from article 41 to 42.”

뉴콤 전 위원은 1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 ‘팬데믹 이후 북한경제 전망’에서 “현 상황은 북한이 자국 군대를 동원해 스스로 봉쇄 조치를 취한 것과 같다”며 “유엔 안보리가 유엔헌장 7장 제41조에서 제42조로 봉쇄 수준을 높인 것과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유엔헌장 7장은 평화에 대한 위협, 파괴, 침략 행위를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 조치를 41조와 42조에 명시하고 있는데, 41조는 경제관계와 외교관계 단절 등 비군사적 제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안보리는 특정국에 대한 제재에 나설 때 41조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고, 그래도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무력사용을 담보하는 42조로 넘어가게 됩니다.

뉴콤 전 위원은 북한이 최대의 교역국인 중국과 주로 국경을 통해 무역과 밀수를 하는데, 국경 봉쇄로 이러한 활동이 중단되면서 “상당한 무역 충격”이 일어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단기간에 되돌릴 수 없는 국민소득 감소와 경제 전반의 연속적인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콤 전 위원은 북한 당국이 현재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면서 중앙 통제를 강화하려는 “자멸적이며 모순적인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공공재정 바닥 나... 재정 완충제 없어”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사장을 지낸 토마스 번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코로나 충격으로 북한의 공공재정이 바닥났으며, 재정 완충제도 없고 신용에 대한 접근권도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반 국가들이 경제난 때 도입하는 전통적인 방법인 통화와 외환 정책을 북한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 번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 “The coronavirus shock has pushed North Korea’s public finances to the edge, with no fiscal buffers and no access to credit. There’s no orthodox policy buffers, monetary or exchange rate policy.”

번 회장은 따라서 북한 정권이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 정부를 ‘쥐어짜는’ 정책을 올해 도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가 열렸다.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가 열렸다.

북한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를 열고 한 해 예산을 발표하면서, 도, 시, 군 들이 자체 수입으로 지출을 보장하고 국가 예산의 25%를 채우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에 번 회장은 주목했습니다.

번 회장은 또 북한이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17년만에 국채도 발행했다는 보도도 언급하며 이마저 실패로 돌아간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자국민들에게 조차 ‘신용 적자’를 (trust deficit) 겪고 있는 독특한 국가라고 덧붙였습니다.

“무역 중단... 시장활동과 주민생활에 악영향”

북한 일반 주민들도 코로나 봉쇄로 인한 경제난을 체감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 대학 교수는 “북중 국경 지대에서 무역 감소는 시장 활동과 주민들의 일상 생활에 악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녹취:브라운 교수] “I’ve always thought the big famine wouldn’t happen again because back then there wasn’t any trade. Now there’s a lot of trade between villages. I’m afraid this virus issue could stop that internal trade and cause a lot of trouble.”

브라운 교수는 과거에 비해 시장 활동이 활발하기에 북한에서 대기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코로나 봉쇄 조치로 인해 북한 내부 거래도 중단돼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홍콩에 본부를 둔 대북 구호단체 코에이드 (KorAid) 대표이며 1995년 북한의 대규모 홍수 때부터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펼쳐온 카타리나 젤웨거 씨는 “일반 주민들이 국경 봉쇄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북한 내부 상황을 전했습니다.

[녹취:젤웨거 대표] “Markets if they still operate are now mostly stocked with local goods. Imports from China and other Asian countries have stopped. The Public Distribution System operates only very sporadic and no longer across the whole country.”

젤웨거 대표는 “많은 장마당이 폐쇄된 가운데, 여전히 운영되는 곳은 북한 현지 물품으로 채워졌다”며 “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수입은 끊겼고, 공공배급제는 일부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실시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양의 수입품 상점에서 설탕, 식용유, 커피, 유제품이 모두 동이 났고, 지방에서는 북한산 물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공장들은 자재와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오지 못해 가동이 중단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북한 원화 가치가 오르는 기현상이 포착되는 가운데, 평양의 상점과 식당들은 외화를 받기를 꺼려하고 외국인들은 하루에 미화 100달러 이상 환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젤웨거 대표는 전했습니다.

이같이 경제가 곳곳에서 이상 징후를 보이는 가운데, 국경 봉쇄가 풀리고 북중 교역이 재개될 경우 얼마나 빨리 북한 경제가 회복될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윌리엄 뉴콤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은 북한의 봉쇄가 길게 지속될수록 외부 거래망을 다시 구축하기 어려워 진다며, 국경이 다시 열려도 경기가 천천히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해거드 교수] “China is possibly financing this very large current account deficit that North Korea is running. So there could be transfers from China to the DPRK that we’re not seeing.”

반면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대학 교수는 북한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중국이 현재 메꿔주고 있을 것이라며, 암암리에 중국에서 북한으로 물품과 자금이 전달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또 국경이 열리면 특히 불법 활동 등을 통해 북한 경제가 매우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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