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면 무역 개방과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미국과의 협상 재개 등 국제사회와 관여에 나서는 게 근본 해법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결렬 이후 경제적 초점을 ‘개방’에서 ‘자강’으로 전환했다고,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가 밝혔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한국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북한경제 리뷰’ 5월호 기고문을 통해 북한 당국의 현 경제기조를 이 같이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천리마 운동과 대규모 노력동원 사업’을 강조하는 모습이 1950~60년대 김일성 주석 당시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김일성 주석이 옛 소련과 동유럽, 중국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원조의존적 산업생산력을 갖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도 노동자들의 열정을 기대한다는 측면에서 “할아버지와 같은 게임방식을 참고하는 듯” 하지만 할아버지처럼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상대가 있는지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현재 북한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수입 부족’을 꼽았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ve been unable to import parts for their factories, because of the sanctions, not the virus…”
대북 제재로 산업부품과 설비 관련 수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규모 비료공장과 발전소 운영, 주요 건설사업에 차질이 생겼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소비 지출도 타격을 입었다며, 설탕 등 중국산 소비재는 제재 대상이 아닌데도 국경 폐쇄의 영향을 과도하게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수입 감소는 제재로 인한 수출 제한으로 자금 여력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줬다고, 브라운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한 2018년 북한의 대외무역은 전년도 보다 48% 감소한 가운데 수출은 86%, 수입은 31%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가 이뤄진 지난해 대중국 무역은 전년보다 80%가량 줄었고, 설탕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수입이 단절된 상태라고 한국무역협회는 밝혔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재앙적 사태를 피하기 위해 보다 개방적인 무역과 일부 내부적 개혁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김 위원장도 국경 개방에 앞서 이런 조치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원화 경제에 대한 신뢰 구축에 필요한 은행시스템 운영을 개선하고 노동자 임금과 가격 책정에서 기업의 자율성을 강화해 생산성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조립시계, 모발·신발류 가공산업, 특수농업용품 등 제재와 무관한 수출산업을 서둘러 육성하는 것도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8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 경제는 현재 정치와 분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난 타개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사회와의 관여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I don't think the economics is separate from the politics at this moment. I just think the main suggestion I have is he needs to open up to having a willingness to engage internationally…”
뱁슨 전 고문은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한 이후 공은 북한으로 넘어 갔다며,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점을 주목한다고 말했습니다.
미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대학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김 위원장의 최근 경제 관련 발언은 “과거와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면서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북한이 “본격적인 시장경제로 나아가지 않더라도 낡은 사회주의 이념을 강조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경제적 유인책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그것은 개혁”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