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노동당 지도부, 경제간부들이 경제난 극복을 위한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국경 봉쇄로 무역이 중단된 상황에서 경제계획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첫 해인 2021년 경제계획의 세부 사항이 논의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간부들이 경제 목표를 낮게 잡은 것을 크게 질책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의 10일 보도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일꾼들 속에 내재해 있던 소극성과 보신주의를 비롯한 사상적 흠집들을 찾아내고 시정할 수 있었다는 의미에서 이번 전원회의가 매우 시기적절하고 필요한 시기에 소집됐다고 언명하셨습니다.”
조용원 당 중앙위원회 비서도 “주요 계획지표들을 한심하게 설정한 데 책임이 있는 당 중앙위원회와 정부의 간부들을 신랄히 비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한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1일 VOA에, 북한이 8차 당 대회를 개최한 지 한 달도 채 안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연 건 간부들이 제시한 낮은 경제 목표를 수정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위원] “지난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라고 간부들에게 요구했더니 간부들이 당 지도부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목표치를 제시한 겁니다... 김정은이나 당 지도부로서는 북한 간부들이 내세운 그런 목표를 가지고 올해 경제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면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어서 다시 급하게 1개월 만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해서 보다 높은 목표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겠고요.”
정성장 위원은 김정은 집권 이후 지난 1월까지 개최된 8차례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중 2019년 12월 개최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가 4일 일정으로 진행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루 일정으로 개최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최소 4일 진행되는 것은 이번 회의가 단순히 당 지도부의 결정사항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직면한 문제들을 핵심 당원들이 함께 고민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VOA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이행과 관리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고,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들뿐 아니라 내각의 여러 대표들, 지방경제를 관리하는 당원들, 국영기업 관리자들이 모두 참여해 후속 회의를 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필수 물품 공급 부족 겪는 듯”
뱁슨 전 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관료주의적 사고’, ‘옛 사회주의적 사고’를 비판했지만, 관료들도 경제 목표를 세우는 데 한계를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But there are limits to that. They say every company has to go out and figure out how domestically to get a hold of all the inputs they need for their business and then they can’t do it because for some of these businesses they’re dependent on imported equipment or imported oil.”
모든 기업소가 필요한 물품을 국내에서 스스로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석유와 일부 장비는 수입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뱁슨 전 고문은 최근 북한에서 비료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북한이 무역으로 조달하던 필수 물품의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도 북한의 기업소들과 산업 부문들이 필요한 만큼의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re unable to even the companies, industries can’t depend on getting the right amount of resources.”
브라운 교수는 북한 관리들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보수적인 계획을 세우고,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해 목표를 높이라고 재촉하는 것은 예견된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활동 위법 행위 처벌”… “부패 만연” Vs “법적 제도 강화”
브라운 교수는 또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사회에 부패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obvious problem is corruption. He’s talking about all these legal issues, checking and making sure everybody does the right thing. But the problem is, the corruption is the result of this incredibly bad monetary system.”
김정은 위원장이 모든 이들이 옳은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법적 감시를 언급하는 것은 명백히 부패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며, 부패는 북한의 통화체계가 망가졌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설명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또 시장 가격과 공식 가격에 큰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는 국영물품을 싸게 확보해 시장에 훨씬 비싸게 팔려는 유혹이 생기고, 이는 정부 관리 모두에게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경제활동에서 나타나는 온갖 위법 행위들과의 법적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북한 중앙검찰소장은 특히 특수기관들의 사회주의 경제관리 질서 교란에 대해 공격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경제활동에 대한 사법적 감시를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모든 정상국가들이 민간 분야의 활동을 법적 테두리 안에서 통제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 effort to have a more articulated regulatory framework for enterprise activity whether it’s private or public, and having a legal system that can enforce the law is where you would want them to go, more transparency and more based on legal things rather than purely political or personal guiding..”
민간 혹은 공공 기업소의 활동에 대한 명료하게 표현된 규제 체제, 사법체제는 북한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것입니다.
뱁슨 전 고문은 투명성과 사법제도 강화는 정치적이고 개인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서도 김정은식 경제개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002년부터 시작된 기업소들의 탈중앙화 현상을 국가정책과 우선순위에 다시 맞추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설명입니다.
뱁슨 전 고문은 또 ‘혼합경제’ 하에 공존하는 국영경제와 사경제가 함께 보다 잘 작동하도록 하는 경제관리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성장 위원도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기업책임제가 여전히 언급되고 있다며, 북한의 경제개혁이 현재의 어려움으로 인해 크게 후퇴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