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건설사업들이 경제난에 발목이 잡혀 당초 완공 기일을 맞추지 못한 채 결국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북한은 내년 초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발표를 예고하고 있지만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해당 사업의 차질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현지 시간으로 23일 북한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양종합병원 공사 현장의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위성사진을 게재했습니다.
‘38노스’는 “갈마지구 일대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 분석 결과 초여름부터 거의 변화가 없었고 10월 들어 지구 남쪽의 ‘갈마 바닷가 양식사업소’ 지붕이 설치된 게 전부였다”며 “공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38노스’는 평양종합병원에 대해서도 “위성사진에선 병원 외부와 조경 공사가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알 수 없다”며 “주변의 차량 이동이 드문 점 등을 감안할 때 아직 개원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 동평양 상업지구나 미림 퍼레이드 연습 장소에서 진행했던 공사도 진척이 없다고 ‘38노스’는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주요 건설사업들의 건물 외부 공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지만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내장재나 의료시설, 장비 확보에 북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원산갈마지구는 외장 부분은 상당히 신속하게 진행이 됐고요, 문제는 내장, 인테리어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상당 부분 국제관광지구로서 위상을 갖추려면 수입 내장재에 의존해야 하는데 대북 제재로 이 부분이 상당히 막혔고요. 따라서 내장 부분은 거의 작업이 진행이 안되고 있다라는 게 그동안 판단이었고요.”
조 박사는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국경통제로 북-중 무역이 거의 실종되다시피한 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더욱이 지난 여름 극심한 자연재해로 입은 피해 복구에 건설 인력과 장비들을 우선 배치하는 바람에 이들 건설프로젝트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관측입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들은 갈마지구 등 주요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이 태풍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차출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일례로 올 9월 제9호 태풍 ‘마이삭’ 피해를 입었던 함경남도 검덕지구에도 갈마지구 건설 노동자들이 투입돼 주택 2천300여 세대를 다시 지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덕지구는 납과 아연 광산인 검덕광산이 있는 북한 최대 광산지대입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나 평양종합병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경제 발전과 주민보건 향상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들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사업 현장을 네 차례나 찾으며 관심을 기울였지만 지난해 4월 완공시점을 올 4월로 미룬 뒤론 공개적으로 이곳을 찾은 적이 없습니다.
북한은 올해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 맞춰 원산갈마지구와 평양종합병원 공사를 모두 마무리하고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북한 매체들은 아직 그런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사업의 완공 목표가 사실상 해를 넘기게 된 가운데 내년 1월로 예고된 8차 당 대회에서 이들 사업에 대해 어떤 새로운 목표가 제시될지 주목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경제 전문가는 원산갈마지구의 경우 금강산 관광지구와 연계해 국제관광단지화 하려는 게 북한 당국의 큰 구상이라며, 내년 8차 당 대회에서 사업 추진 의지를 다지는 언급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최근 금강산관광지구 개발 사업 현장을 찾아 종합적인 국제관광문화지구로 꾸리기 위한 개발사업을 밀고 나가겠다고 밝힌 점을 주목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덕훈 총리의 관광행보를 중시하는 게 결국 금강산이 지금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구랑 묶여 있거든요. 그렇게 보면 아마 새로운 5개년 계획에는 원산 금강산을 묶는 국제관광지구를 활성화시키겠다, 이 내용은 들어가겠죠.”
하지만 공사 기일을 조정해 완공 목표를 제시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이 대표적 광물 생산지인 검덕지구 개발을 우선순위로 지정했기 때문에 이들 공사들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겁니다.
`38노스’는 이에 따라 8차 당 대회에서 공사별 우선순위 포함 여부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경제 전문가는 “해당 사업의 진전은 미국과의 관계에 달려 있는데, 미국 새 행정부와의 관계가 낙관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계획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