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붕괴된 수준은 아니지만 간신히 버티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정부터 시장, 국영기업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지 워싱턴대학이 13일 ‘북한이 경제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라는 주제로 연 웨비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 경제가 붕괴된 수준은 아니지만 간신히 버티는 중(muddle through)이라고 공통적으로 진단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이 최근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고 1분기 경제 성과를 논의할 때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y didn’t release any figures about how well they did. And I think no news is bad news coming from N Korea when they have a meeting like that. So That to me is an indicator that things are not going well even against this year’s lower expectation.”
북한 당국의 목표가 예년보다 낮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징후라는 것입니다.
뱁슨 전 고문은 또 지난해부터 북한사회 전반이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며, 개별 가정을 비롯해 시장 상인들, 사업가들, 국영기업들 모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장마당을 여는 시간이 줄어들고, 소비재가 부족하며, 옥수수와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고, 단속반이 행상인들의 물품을 압수하는 일화들은 북한사회가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뱁슨 전 고문은 말했습니다.
‘경제난 극복 절박한 상황’... ‘대규모 건설사업 미완’
미국 정부 북한정보 분석관을 지낸 이민영 스팀슨센터 연구원도 북한 경제가 간신히 버티고 있다며, 특히 김 위원장이 최근 언급한 고난의 행군은 ‘자력갱생’보다 강도가 센 발언으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넘겨야 하는 지도부의 절박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이 연구원] “I think the status of N Korea’s major construction site project alone does speak to the economic difficulties aggravated by border closure and to some extent the floods last summer, for example the Wonsan-Kalma the coastal tourist zone and Samjiyeon construction project which were major national projects remain unfinished.”
이 연구원은 북한의 대규모 건설계획 진척 속도가 경제난을 반영한다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삼지연시 조성사업, 평양종합병원 완공이 모두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전문 매체인 `엔케이 뉴스'의 민 차오 초이 기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간 동안 북한과 중국 사이의 비공식 무역이 이어졌으며, 이를 통해 북한 경제가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초이 기자] “We know that Chinese government aid of food, fertilizer and other strategic goods has continued throughout the pandemic period. We also know that N Korean exports of coal to Chinese smuggling hotspots have also continued and we can see that from shipping record.”
초이 기자는 코로나 기간 동안 식량과 비료 등 전략물품을 중국 정부가 북한에 지원했으며, 북한 역시 석탄을 중국에 밀수 했고 이는 선박 운항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을출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 북한 경제가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더욱 개선될 것인지 아니면 악화될 것인지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 교수] “물론 지금 북한 시장이 굉장히 위축돼 있고, 또 북한 주민들이 일자리도 많이 상실한 상태이기도 하고, 또 그러다 보니까 북한 주민들의 소득 수준도 굉장히 줄어들었고, 전반적으로 북한 경제가 굉장히 침체돼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상황이 굉장히 위기다, 곧 북한 경제가 붕괴할지 모른다, 이런 판단을 할 만한 징후는 없다고 보여지고요..”
임 교수는 북한이 중국과의 교역 재개를 미루고 있는 것도 ‘아직은 북한 경제가 버틸 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교적 돌파구 없이 경제난 극복 어려워’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외교적 돌파구’나 ‘중국과의 공식 교역의 급증’ 없이는 북한이 지금의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 “They’re not going to get sustained economic growth without trade and investment. They need capital investment for infrastructure…”
뱁슨 전 고문은 무역과 투자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할 수 없다며, 북한이 올해 세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도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민영 연구원도 “미-북 관계에 돌파구가 생기기 전까지는 북한 경제는 간신히 버티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기대 수준을 낮추지 않을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며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앞으로 중국에 더 의존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이 연구원은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